프랑스 알스톰사 소속 벨기에인 프레데릭 웜벨시씨(35)

“전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 경기만 생각하면 저는 벌써부터 흥분을 느낍니다. 한국이 월드컵 행사를 정말로 잘 치러냈으면 좋겠습니다.”
프레데릭 웜벨시씨(Frederic Wambersie·35)는 자신이 정말 행운아라고 했다. 이역만리 한국에서 월드컵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나 웜벨시씨는 2년여 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가슴 따뜻한 한국인들의 친절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던 점에 대해서 보통 큰 행복을 누리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웜벨시씨가 한국에 온 것은 지난 1999년 9월. 아내와 두 딸과 함께였다. 웜벨시씨는 벨기에인 이지만 직장은 프랑스의 고속철도 떼제베(TGV)를 만든 회사로 널리 알려진 알스톰사이다. 눈치빠른 독자는 벌써 알아차렸겠지만 웜벨시씨는 한국고속철도 건설현장에서 기술자문과 각종 시설의 유지관리 보수 등의 일을 하는 전문기술자로 이역만리 한국에 파견된 것이다.
현재 오송 부근인 청원군 강외면 연제리 한국고속철도 건설공단 중부사무소 현장에 배치돼 2년이 넘게 한국에서의 이국생활을 하고 있는 웜벨시씨는 “1998년 직장관계로 벨기에에서 프랑스로 이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랑스 월드컵을 지척에서 지켜보았는데 이번에는 한국에서 살면서 또다시 월드컵을 관람할 수 있게 됐으니 행운도 이런 행운은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웜벨시씨가 한국을 처음 찾은 건 99년 1월 회사 업무차 출장길에 나서면서였다. “한국에 막 도착하니 눈이 온 천지를 하얗게 덮고 있었어요. 날씨는 얼마나 추운지... 첫 인상은 ‘한국의 겨울은 눈이 많고 춥구나’하는 거였지요.” 그러나 웜벨시씨는 짧은 기간 한국에 머물면서 곳곳에서 만난 한국사람들의 친절 때문에 마음은 포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그후 약 8개월여만인 그해 9월 아내와 딸 등 가족과 함께 한국을 다시 찾은 웜벨시씨는 “아내는 나와는 또 다른 입장과 시각에서 한국을 보고 느끼고 했을 텐데 아내 역시 한국생활에 쉽게 적응한 것 같다”며 “한국의 엄마들처럼 아이들을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고 홀로 장도 보고 하는 일상생활에 바로 적응할 수 있었던 데에는 따뜻하고 개방적인 이웃의 한국인들 도움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 웜벨시씨는 대전시 외곽지역인 와동에서 단독주택 생활을 했다고 한다. 처음 이곳에 주거를 정하자 한국인 이웃들은 자기 가족에 대해 커다란 호기심을 보였다고 한다. “한동안 이웃분들이 기웃거리기도 많이 했어요. 흔치 않은 백인가족이 동네에 이사왔으니...그러다가 아이들간에 허물없이 가까워지며 왕래가 빈번해졌고 아이들간에 친해지니까 어른간에도 순식간에 친교가 이뤄졌죠. 아마 아파트 생활을 했더라면 좋은 한국인들과 이처럼 쉽게 교분을 쌓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한국 한국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친절’ ‘따뜻한 마음씨’ 등 찬사의 어휘를 되풀이 동원한 웜벨시씨는 한국에 온지 2년만인 지난 9월 서울로 이사를 했다. 아이들 ‘교육’때문이다.(외국인학교의 새학년은 9월부터 시작된다) 이 때문에 그는 집은 서울에 두고 주중에는 직장이 있는 지방에서 생활하는 일부 한국인처럼 ‘주말부부’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한국에 온 후 처음 6개월 가량은 서로 다른 음식, 종교, 사고방식 때문에 일종의 ‘문화충격’을 받기도 했어요.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런 기간은 오래가지 않았어요. 지금요? 요즘은 주말마다 서울 집으로 가면 아내가 치즈 햄 등 서양음식보다 김치와 된장찌개를 차려놓는 경우가 더 많아요. 아이들도 김치를 아주 좋아하거든요.”
아무리 한국에 대해 콩깍지가 씌여 한국찬가에 입이 다 마를 정도인 그이지만 그의 벽안에 한국의 단점이랄까, 지적하고 싶은 점이 전혀 들어오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확신(?)에서 그에게 ‘한국비판’에 나서도록 은근히 유도했다. 그러자 그는 딱 두가지가 있다고 했다.




웸벨시씨가 고속철도 설계도면을 들춰보며 점검하고 있다.
“한국사람들 운전하는 것을 보면 ‘나홀로 운전’하는 경우가 많아요. 유럽인들은 참 운전을 못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철저하게 규정속도 등을 지키며 안전운전을 합니다. 그런데 그토록 친절한 한국사람들이 운전할 때 보면 왜 남을 배려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인지 믿겨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정말 (한국사람) 운전하는 것 보면 겁나요. 또 한가지 한국의 산하는 정말 아름다워요. 그런데 도심지이건 외곽이건 길가에 들어선 공장이나 각종 시설들이 내놓은 것 같은 쓰레기 더미들이 자주 눈에 띄는데 보기가 안 좋습니다. 자연환경 보호와 도시미관 향상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웜벨시씨는 오는 5월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행사에 대화의 초점을 옮기며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했다.
“거의 모든 유럽인들은 한국에 대해 특별한 인상을 갖고 있지 않아요. 극동의 먼나라 정도 쯤으로 인식하고 있을 뿐 한국여행 같은 건 평상시 꿈도 꾸지 않아요. 한국을 모르기 때문이죠. 제가 한국에 와서 제 부모님을 초청했을 때 그분들이 내키지 않는 반응을 보였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보름일정으로 한 번 왔다 가신 뒤로는 ‘한국이 그렇게 좋은 나라인지 몰랐다’고 하시며 다시 한 번 와 보고 싶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런 의미에서도 이번에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축제는 한국에게 아주 소중한 기회입니다. 대전에 있을 때 거의 완성된 웅장한 모습의 스타디움을 봤는데 경기장 건설 등 하드웨어적 준비도 중요하지만 월드컵 축제를 어떻게 치를 것인가 하는 소프트웨어적 측면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웜벨시씨는 “이런 점에서 외국인을 친절히 맞기위한 의식개혁 운동 등 한국에서 벌이고 있는 각종 월드컵 관련 캠페인이 인상적으로 느껴진다”며 “월드컵 행사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세계인, 특히 유럽인들의 인식이 크게 높아지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한국은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 나라”라고 새해 덕담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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