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노출 꺼려 정확한 실태 파악 힘들어
적극 치유 할… 사회분위기 조성도 필요

현행 희귀·난치성 질환자는 일반인의 경우 병원 진료비의 자기 분담금에 해당하는 20%를 차후 영수증과 의사의 소견서 등을 첨부해 전액 보장 받을 수 있다. 이는 국민건강보험 공단의 의료 급여로 충당되는 80%를 제외한 자기 부담금에 한해서다. 기초생활 수급자의 경우도 국민기초생활수급법이 정한 최저생계비에 해당하는 수급비(1인 기준 30여만 원)를 받거나 1종 의료급여 대상자로 병원비의 대부분이 면제된다. 하지만 비 급여 항목에 대해선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야 하는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에겐 30∼40만원 안팎의 검사비와 교통비가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신체적 장애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난치성 환자들의 현실 여건상 적잖은 비용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근육병 환자나 순환기 계통의 질환자에게 필요한 80만원 상당의 호흡기나 보장구 등을 보건소가 대여하고 있다.

10여년 근육병을 앓아온 임사홍씨(23)는 “사지의 근육이 마비되면서 몸을 가누기가 힘들어진다. 눕거나 기대서 생활하다 보니 숨쉬기가 힘들어 호흡기에 의지해야 한다. 직접 구입할 경우 고가일 텐데 마침 보건소에서 장기 대여를 해줘 다행이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또한 임씨는 “경제적인 어려움도 무시 못 하지만 무엇보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듯 한 외로움이 더욱 큰 고통이다”고 전했다.

희귀·난치성 질환 대상 선정 어떻게?
희귀·난치성 질환자 대상 선정은 일단 의사의 소견이 담긴 진단서가 필요하다. 의사의 진단을 받은 뒤 관련 서류를 주소지 관할 보건소 가족 보건팀이나 의학 관리팀에 제출하면 해당 자치단체에 주민실태 조사를 의뢰하게 된다. 여기서 환자의 재산정도(경제능력)와 가족실태 등을 파악해 해당 보건소에 통보하면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상병코드를 부여받은 111종의 희귀질환 대상자여부를 판가름해 신청자에게 통보하게 된다.
문제는 해당 지자체와 보건소가 도움을 주고 싶어도 보건복지부 지침에 명시된 희귀·난치질환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대상자 선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01년 희귀·난치질환자의 권리 찾기를 위해 결성된 (사)희귀·난치성질환자 연합회(www.kord.or.kr·회장 신현민)와 헬프라인(helpline.cdc.go.kr)에 따르면 아직도 희귀·난치성으로 분류 받지 못한 내분비 영양 대사 질환이 상당수 있다.

헬프라인은 전국 85개 병원을 네트워크와 해 최근 발견되고 있는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질환별 전문병원을 소개하는 사업을 준비 중에 있다. 이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희귀질환은 203개 정도, 아직도 92종의 희귀 질환이 ‘의료비 지원 대상 질환’으로 선정되지 못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의 경제적, 정신·육체적 고통은 적잖은 상황이다.

관련법 마련·사회 인식 전환 시급
청주시 흥덕 보건소 최창훈 가족보건팀장은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지만 신분노출을 꺼려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도 적잖다”며 “자영업자나 노년층과 달리 공무원과 직장인 등 신분상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하는 젊은 층에서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 팀장은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떳떳이 신분을 드러내 놓고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더불어 관련법 제정(생명윤리법 보완)을 통해 이들의 권익을 보호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현행 모자보건법과 의료법은 전염병 예방관리와 비밀누설 시 엄단한다는 조항만 있지 ‘희귀·난치성 질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 조항은 빠져 있는 게 사실이다.

청주시 상당구청 주민생활지원과 김종목 과장은 “주민실태 조사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홀로 사는 노인, 장애인, 희귀 난치성 질환자 등을 조사하고 있다”며 “주민실태 조사가 끝나는 대로 사회기여를 원하는 지역 대상 기업과 자매결연을 통해 이들을 돕는 사업도 펼쳐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충북도 보건위생과 김교영 주사는 “충북 12개 시·군 보건소와 지소에선 방문보건진료사업과 간호 방문서비스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며 “최근 각 보건소에 10여명의 간호사들이 일비 5만원을 받는 일용직으로 고용돼 주민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고, 가정 간호사는 각 시군 보건소에서 20∼27명의 재가 중증장애인 등을 집중 방문해 돌보는 사업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문제는 외로움을 호소하는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하는 방문 진료를 제대로 시행할 인력과 장비가 턱 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또한 가정방문 처치를 할 전문 인력(간호사)이 부족하고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정책지원비를 악용해 타 먹으려는 일부 질환자들을 규제할 법안이 미비한 점도 희귀 질환자를 위한 가정방문진료 사업 등의 활성화를 막고 있다.

”딸아이 시집 갈 때 까지만 살았으면”
난치성 질환자 Q씨의 소망… 헌혈도 많이 해야

▲ 난치성 질환 림프종을 앓고 있는 Q씨는 예기치 않게 찾아온 질환으로 12년 머물러온 공직도 가족도 모두 잃었다. Q씨가 팔에 생긴 상처를 보여주고 있다.
청주 개신동의 한 빌라 지하 단칸방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는 Q씨(43). 그는 악성 림프종 환자다. 6년 전 팔에 생긴 검은 상처 때문에 병원을 들렀다가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12년 공직생활동안 사랑하는 아내와 결혼해서 두 딸도 얻었고 30여 평 아파트까지 장만해 남부러울 것 없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병마에 모든 것을 잃었다.

5년 동안 병간호를 하던 아내는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아이들 학교 문제를 구실로 이혼을 요구했다. 무리도 아닌 것이 2002년 초반 림프종 판정을 받은 뒤 벌써 두 차례 골수 이식을 하다 보니 퇴직금으로 받은 4800만원은 병원비로 소진하고 4000만원의 빚까지 지게 됐다.

다행히 가족들의 도움으로 간간히 생활하고 있지만 앞길이 구만리 같은 자식들 교육을 위해 Q씨 부부가 결정한 것은 바로 이혼이었다. 매월 두 차례 만나기로 한 딸들은 학업 등의 이유로 소식이 뜸해지고 항암치료로 빠진 볼썽사나운 머리카락을 가리려 사들인 모자만 지하 단칸방 한쪽 벽을 메우고 있다.

Q씨는 “산부인과만 빼 놓고 병원이란 병원은 다 가 봤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다. 처음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었지만 그나마 지난해 9월 기초생활 수급자로 선정돼 ‘건강 보험료’가 면제 된 것이 힘이 된다. 간병비 30-40만원으로 간간히 생활하고 있다. 바람이 있다면 두 딸의 웨딩마치를 해 주고 눈을 감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Q씨는 “자기 몸에 맞는 골수 기증자를 찾지 못해 숨지는 이가 많다”며 “헌혈과 골수 기증에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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