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육체적 고통·경제적 어려움… ‘삼중고’
발병원인·치료법도 몰라…도내 680명 추정

세상에는 발병 원인을 몰라 치료법조차 개발되지 않은 희귀·난치병으로 고통 받는 수많은 환자들이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국내 희귀·난치 질환은 110여종 5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웬만한 중소도시 인구에 맞먹는 수치다. 충북의 경우는 올해 6월말 현재 39종 630여명의 환자가 희귀·난치병에 걸려 투병중이다.

특히 이들은 고가(高價)의 수입 의약품에 의존해야 하는 과중한 의료비(경제적 어려움)와 미래의 불확실성에 따른 정신·육체적 고통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치유를 목적으로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이들은 질환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병원을 찾고 신약이 개발되기만을 간절히 소망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 희귀 난치질환자들은 과중한 의료비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육체적, 정신적 교통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근육병을 앓기 시작한 20대 한 청년의 말처럼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갖고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경제적 어려움보다 사회의 무관심과 냉대로 인한 외로움이 이들에겐 더 큰 고통이다. 가족들조차 병간호에 지쳐 하나둘씩 멀어져 가고 심지어 아내와 이혼한 뒤 단칸방에 자신의 몸을 의탁한 채 눈물로 긴 밤을 지새우고 있다.

현재 충북의 희귀·난치 질환자 630명 중 절반 이상은 ‘만성 신부전증’으로 고통 받고 있다. 말 그대로 우리 몸의 노폐물을 걸러주는 신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일으키는 신부전으로 무려 355명(56.35%)이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사실 신부전증은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각종 합병증으로 이어져 생명까지 위험해 질 수 있다.

뚜렷한 치료방법도 없어 원인질환과 성별, 연령에 따라 ‘신장이식이냐, 투석이냐’를 달리하고 때론 상호 보완적인 치료까지 해 나가야 한다. 신장 이식의 경우는 90%의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있지만 자기 몸에 맞는 신장을 찾기까지의 까다로운 절차와 동의가 있어야 한다. 또한 성공 후에도 급성 및 만성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있어 노심초사하긴 마찬가지.

장기기증운동 난치성질환자 살려
더구나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우 사체 신장이식이 70%(생체 신장이식 30%)에 이를 만큼 장기은행이 잘 갖춰져 있고 장기 기증운동 또한 활발한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사체 신장 이식은 겨우 20%에 머물고 있고 대부분이 생체 신장이식(80%)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자기 몸에 맞는 장기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나마 최근 정부(보건복지부)와 지자체(보건소)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혈액 및 복막 투석의 경우 30만원 안팎의 의료경비를 지원하고 1500만원에 이르는 수술비까지도 의료급여 항목에 한해 차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수술 후 매월 들어가는 40∼50만원의 추가 경비는 서민들의 넉넉하지 않은 주머니 사정을 힘들게 하긴 마찬가지다.

▲ 도내 희귀·난치 질환자 39종 630명 중 10명(1.6%)이상의 환자수를 보이는 대상 질환 11가지만 표기. -------
신부전증 다음으로 도내에선 45명(7.14%)의 근육병 환자가 많은 분포율을 보이고 있다. 전신의 근육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근육병(루게릭병)은 증세가 빠르게 진행할 경우 발병 후 2∼3년 이내에 말도 못하게 되고 호흡 곤란까지 호소하다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이 병의 경우 환자가 질병 과정을 스스로 감지한다는 점에서 환자나 가족에게 더 큰 고통을 준다.

이어 혈액응고에 필요한 물질(혈소판 부족)의 선천적 결핍에 의해 과다 출혈이 이뤄지는 혈우병이 41명(6.50%), 전신질환의 일종으로 척추와 천장관절의 만성염증으로 척추 뼈가 붙어 구부정한 변형을 일으키는 강직성 척추염이 27명(4.29%), 자가 면역 이상 질환의 일종인 베체드병이 22명(3.49%)으로 조사됐다. 베체드병은 주로 성인 남성의 구강과 외부성기의 재발성 궤양이나 피부질환, 안질환으로 나타나는 병이다. 염증이 악화될 경우 실명에 까지 이를 수 있지만 소염제 등의 적절한 치료를 통해 건강인과 똑같은 수명을 유지할 수 있다. 크론병은 도내에 19명(2.54%)의 환자가 있다. 입에서 항문까지 이어지는 소화기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염증이 지속적으로 생기는 질환이다. 장이 찢어지는 듯한 심한 복통과 만성적인 설사, 체중감소가 동시에 나타난다.

자가 면역질환의 일종인 홍반성 루프스도 16명이나 된다. 루프스는 몸 안의 항체가 스스로를 공격하는 질환이다. 이 밖에 뇌혈관이 막혀 생기는 모야모야병이 12명(1.90%), 뇌신경 퇴화로 점진적인 운동장애가 일어나는 파킨슨병이 11명(1.75%), 성염색체의 이상으로 생기는 다운증후군도 11명(1.75%)이나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들 11가지 질환은 충북 도내 39종의 희귀·질환 중 무려 83.81%를 차지하고 있다. 다발성 경화증 등 나머지 28종(16.19%)은 5명 안팎의 비교적 적은 환자수를 보이고 있다. 충북도 복지정책과 이설호 주사는 “그렇지 않아도 희귀난치성질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오는 9월 1일부터 기존 98종의 의료비 지원 대상 질환 군을 111종으로 확대했다”며 “유사질환 군을 합쳐 15개 질환을 늘린 꼴이다”고 전했다.

희귀난치성질환자 의료비지원 대상 확대
기존 98종서 올해 9월부터 111종으로 15종 늘어

충북도(정부)는 올해 9월부터 희귀난치성질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활동성 폐결핵의 일종인 ‘다제내성결핵 등 15종 질환군’에 대한 의료비 지원을 확대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희귀난치성 질환은 기존 98종에서 111종을 늘었다. 지원대상은 ▲의료보호 2종 ▲저소득 건강보험가입자로서 환자 가구 및 부양의무자 가구의 소득, 재산 수준을 조사·평가해 의료비 중 요양급여에 해당하는 본인부담금을 지원한다.

기초생활 수급자의 경우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1인당 최저생계비 43만 5921만원 상당이 안 될 경우 지원이 가능하다. 이는 부양의무자자의 경우 소득수준의 500%까지, 환자는 300%이내의 경우다. 즉 3인 일반 가족의 경우 486만 4330원까지, 혈우병의 경우 583만 7196원까지 지원이 가능해 진다. 이 모두는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의료비 지원대상자의 선정과 지급방법 등을 정하고 있다.
한편 복지부는 이번 희귀·난치성 질환 대상자의 확대로 전국적으로 5000여명이 2억 5600만원의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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