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주년 광복절을 맞아…  

강 태 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오늘은 62주년 광복절이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식민통치에서 벗어 난 날이며, 또한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기념하는 날이다. 우리는, 적어도 남한 땅에서는, 일제로부터 국권을 되찾아 다시 나라를 세운지 60여년이나 지나는 동안에도 일제잔재를 깨끗이 청산하지 못했다. 아직까지도 식민사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친일반민족행위자에 대한 응징은커녕 제대로 규명조차 못하였다.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은 일제치하에서 온갖 영화와 권세를 누렸으며, 광복후에도 반민족 친일 부역의 대가로 가로챈 그들의 재산은 그대로 후손들에게 이어졌다.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가난에 허덕이며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할 때, 친일파의 후손들은 호의호식하며 떵떵거리고 살아왔다. 아니, 과거보다 더 많은 권세와 부귀를 누리고 있다. 부와 권력의 대물림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애당초 친일반민족행위자를 처단하지 못한 까닭이다.

매번 광복절을 맞을 때마다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자는 말의 향연이 있었을 뿐 정작 친일파가 차지한 땅 한 뙈기도 건드리지 못하던 터에, 62주년 광복절을 맞는 감회는 사뭇 다르다. 엊그제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는 민영휘 등 친일반민족행위자 10명의 후손들이 소유한 땅 156필지 102만 257억여원어치에 대해 국가귀속 결정을 내렸다. 지난 5월 이완용, 송병준 등 친일반민족행위자 9명의 후손이 소유한 154필지 25만5000에 대해 1차로 국가귀속 결정을 내린데 이어 두 번째다. 이로써 국가에 환수된 친일반민족행위자의 땅은 모두 310필지 125만5000 시가 320억원어치로 늘어났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 시민위원회'를 조직하여 옛 등기부와 일제 때 간행물 등 자료를 수집해 민영휘 일가 소유 토지 가운데 상당산성 토지를 환수해 줄 것을 촉구하는 한편 시민들의 관심과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상당산성 내 토지 44필지 33만 1582 중 11필지 30만 1568가 국가귀속 결정된 것은 뜻있는 일이며, 시민사회의 자긍심을 높여 주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상당산성 내 민영휘 일가 소유 토지 44필지 중 민영휘가 중역으로 재직하며 회사 명의로 된 토지 등 일부는 이번 국가 귀속 결정에서 제외되었다. 계성주식과 조선신탁 등을 통해 수탈, 국가재산이 분명한 33필지 30014에 대해서도 더욱 철저히 조사하여 반드시 국고로 환수시켜야 한다. 이밖에도 민영은, 방인혁 등 우리 지역의 친일파에 대한 조사와 환수가 이어져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야 옳다.

그러나 이러한 일을 추진하는 것이 생각보다 수월치 않다. 참여연대 친일반민족재산환수위원회 김경태 위원장은 그동안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행각과 그들의 소유재산을 추적하고 규명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예산조차 구하지 못해 자비를 들여야 했다.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모아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자 계획한 학술토론회가 단돈 몇 백만원을 구하지 못해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수년 전 친일인명사전을 제작하려 할 때 대한민국국회는 불과 3억원의 예산을 삭감해 버려서 시민모금으로 대신한 적도 있음을 상기하면 일제잔재를 청산하는 일이 녹록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세월이 많이 흐른 만큼 잊혀지고, 절절한 마음도 옅어질 수 있다. 그래서 더 어렵지만 그럴수록 더 마음을 굳게 다잡지 않으면 해낼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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