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지난해부터 수해 위험 경고했지만 시행사 묵살 해

지난 4~6일 중부권을 강타한 집중 호우로 제천 지역에서는 농경지와 주택, 도로, 하천, 산림 등 90곳이 수해를 입어 약 89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지역에 시공 중인 아파트 단지 진입로 공사 때문에 주변 주택과 농경지가 침수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나 주민이 반발하고 있다.

국내 유명 건설사인 롯데건설은 지난해 6월 장락동에 342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 공사에 들어갔다.
제천시는 내년 5월 준공 예정인 이 아파트의 건축 허가 승인 조건으로 장락동 아파트 현장으로 진입하는 도로를 신규 개설해 시에 기부채납할 것을 요구했으며, 롯데건설은 20억 원을 들여 길이 850m, 폭 20m 규모의 4차선 도로를 개설해 현재 임시 사용 중에 있다.

▲ 롯데건설이 장락동 죽하마을에 아파트를 건설하고 진입로를 개설하면서 기존의 용수로를 절단한 채 흄관으로 대체해 이 마을이 상습적인 수해를 입고 있다.
롯데건설 측은 진입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설치됐던 3~5m 폭의 용수로를 절개하고 절단된 용수로를 800㎜ 흄관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도로를 개설했지만, 이번 수해로 아파트 시공 현장과 인근 비행장에서 한꺼번에 유입된 빗물이 인근 죽하마을을 덮치는 바람에 이 일대 주택과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이 마을 주민 A씨(43)는 “지난해 아파트 건설을 위한 토목 공사 개시 시점부터 줄곧 진입로의 배수로 문제에 따른 범람 가능성을 거론하며 롯데건설 측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고 롯데 측에서도 집중 호우에 대비한 수해 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한 바 있다”며 “그러나 롯데 측에서는 문제의 용수로를 대체할 배수시설 공사는 소홀히 한 채 아파트 공사에만 열을 올려 인근 지역에 엄청난 수해를 일으키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어 “지금껏 어떠한 폭우에도 끄떡없던 우리 마을에 물난리가 발생한 것은 건설사가 수방 대책을 소홀히 했기 때문인 만큼 진입도로를 재시공하고 수해 주민이 입은 손실을 보상하는 등 적극적인 사후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건설사의 성의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제천시는 지난 5일 집중 호우로 농경지와 주택 등 이 마을에서만 2만 5000여㎡가 침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했으며, 앞선 7월 12일 호우 때에도 주변 농경지가 수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주민들은 지난 5월 제천시가 이 지역 기존 용수로 가운데 190m를 개거형 콘크리트 수로로 개량키로 했지만 아파트 진입로 건설에 따른 수로 절단 구간 100m는 개량 대상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어 병목 현상에 따른 빗물 범람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분석했다.

제천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롯데캐슬 주변 지역에 대한 침수실태를 조사한 결과 시행사 측이 기존 용수로를 절단하면서 기존 수량 이상을 배수할 수 있는 대체 시설 설치에 소홀했던 측면이 있다”며 “시행사 측이 이번 수해에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롯데건설에 정식으로 개선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건설은 장락동 죽하마을 주변에 건설 중인 롯데캐슬아파트는 105㎡ A형 56세대와 105㎡ B형 60세대, 109㎡형 55세대ㆍ155㎡형 143세대ㆍ168㎡형 28세대 등 총342세대이며, 지난해 9월 모델하우스을 개장해 현재 분양 중에 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