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협력업체 기반은 당분간 현상유지 전망
하이닉스 반도체가 임오년 새해에도 주요 경제현안으로 떠올라 당분간 우리의 관심영역 한가운데에서 머물러 있을 전망이다. 2000년부터 유동성위기로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처절한 생존투쟁을 벌여온 하이닉스 반도체는 이로써 3년째 지역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부각하고 있는 셈이다. 하긴 충북수출의 절반이상을 반도체 단일품목에 의지하는 우리로서 새해벽두부터 하이닉스반도체의 '사주팔자' 풀이에 일희일비할 수 밖에 없는 게 우리의 운수소관일지 모른다.
지난해 말 하이닉스반도체가 과다한 부채에서 탈출, 새로운 경영환경을 맞기 위한 구조조정 차원에서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사와 전략적 협력체제를 구축키로 했다는 내용이 발표되면서 하이닉스의 미래에 새삼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주요 언론들은 “하이닉스반도체가 경쟁상대였던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전략적 제휴방안을 협의한 결과 D램 부문을 마이크론측에 완전 매각하는 대신 마이크론측은 하이닉스의 지분을 일정부분 인수하는 방안에 의견을 접근시켰다”고 보도했다. 언론들은 이렇게 되면 하이닉스측은 D램 사업에서 손을 떼는 대신 비D램 부문 사업에만 전념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언론의 보도대로 세계 3위 반도체 생산회사인 하이닉스가 D램사업을 완전히 포기할 경우, 반도체 산업 구조가 국내적으로는 빅딜이후 2사 체제에서 삼성전자 1사 체제로 단핵화될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는 삼성전자-마이크론의 양대 체제로 심대한 구조변화가 불가피하게 된다는 점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구나 세계최대 반도체 생산국이라는 위상이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D램시장의 42%가량(삼성전자 22.9% 하이닉스 18.9%)을 차지, 세계 최대 D램 생산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 수출에서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충북은 50%를 넘는다)나 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분리매각이 아니라 사실상 회사를 넘기려는 것 아니냐”란 비판론도 나오고 있다. 산업정책적 고려랄까 장기적 국가경영 전략과 같은 '큰 그림'에 의한 접근이 안되고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실제로 하이닉스 구조조정특별위원회가 구랍 12월29일 발표한 '발표문'에 따르면 "마이크론과 하이닉스는 하이닉스의 반도체부문 전체의 통합 또는 D램 사업부문만의 통합방안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힘으로써 경우에 따라서는 마이크론이 하이닉스를 사실상 완전히 인수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물론 하이닉스의 구조조정 방안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10조원에 가까운 엄청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세계 반도체 업계에 불고있는 구조조정의 바람이 대세를 형성하고 있는 점에선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란들은 너무 고차원적일 뿐 우리의 일차적 관심은 바로 '하이닉스 청주사업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에 쏠리고 있다.

청주사업장은 어떻게 되나?

청주공장의 현황=청주사업장의 공장수(FAB)는 5개로 이들 5개 FAB의 월간 웨이퍼 생산능력은 총 16만7000장에 이른다. 그리고 청주사업장처럼 FAB이 5개인 이천 공장은 16만2000장이며 2개 FAB의 구미 사업장은 4만1000장, 미국 유진공장(1개 FAB)은 3만5000장에 각각 달한다. 청주사업장의 상대적 위상이 돋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청주사업장의 5개 FAB중 D램 메모리 칩을 생산하는 시설은 'FAB 5'의 일부를 비롯해 FAB 7, B1공장(새해부터 256M D램 본격생산 예정)이다. 이들 세 개 FAB 시설에서는 128메가와 64메가 D램을 생산하고 있다.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는 FAB 2와 FAB 4, 그리고 FAB 5 일부 시설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지난해 하이닉스 전체 매출의 3분의2가 D램 부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닉스가 D램 사업부문을 포기할 경우 청주사업장의 FAB중 절반 가량은 마이크론에 매각돼야 한다는 계산인 셈이다. 그리고 하이닉스는 비메모리 부문에만 전념하게 될 전망인데, 시스템 IC로도 불리는 비메모리 반도체란 특수기능에 맞춰서 맞춤형으로 생산되는 칩들을 말한다. 예를 들면 핸드폰회사에서 특정한 기능들을 지닌 칩을 생산해 달라는 주문이 들어오면 그에 따라 생산하는 게 비메모리 반도체인데 흔히 주문생산 또는 파운드리 생산이라고 한다.
어쨌거나 하이닉스가 D램 부문을 포기할 경우 생산직을 중심으로 종업원들의 소속회사는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으로 서로 달라질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이들의 고용안정성은 당장 큰 위협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하루아침에 생산인력을 교체하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과다한 빚으로 인해 유령처럼 따라다니던 유동성 위기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하이닉스의 협력업체 기반도 당분간, 아니 상당기간 현재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회사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직원들 반응=그동안 별의별 억측과 미확인 언론보도로 피해를 보았던 회사직원들은 최근의 ‘하이닉스 D램 부문 포기’ 설에 대해서 큰 동요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간 너무나도 엄청난 우여곡절을 거친 때문인 듯 웬만한 뉴스에는 전혀 놀라지 않는 분위기다. 한 직원은 “하이닉스와 마이크론간에 합의서명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모든 것들은 유동적일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큰 기대도 동요도 하지 않는 침착한 반응을 보였다. 한마디로 하이닉스의 내부 분위기는 모든 상황이 완결되기 전까지는 지켜보겠다는 관망기류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한편 하이닉스 반도체의 구조조정특별위원회는 충청리뷰 등 언론에 배포한 발표문을 통해 "마이크론측이 D램 부문 인수또는 반도체부문 전체의 통합 등 2가지 복수안을 중심으로 1월중으로 제안을 해 올 전망"이라고 밝혀 하이닉스의 운명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실감케 하고 있다.
/ 임철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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