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통계에 의하면 지난 한해 우리 나라 도박산업의 총 매출액은 13조9396억 원이라고 합니다. 또 도박 인구는 2330만 명. 한해 예산의 10분의1, 전 인구의 절반이 도박에 손을 댄다는 이 사실은 이미 이 나라가 ‘도박공화국’이 돼 있음을 웅변으로 말 해줍니다. 하기야 투기, 도박이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 할만큼 정평이 나있는 게 우리 국민이니 그리 놀랄 일은 아닙니다.

최근 마권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유치를 놓고 지역사회가 다시 술렁이고있습니다. 한국마사회가 청주에 장외발매소 개장을 서두르자 시민사회단체들이 일제히 나서서 이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사회와 청주시, 시민단체간에 또 한바탕 전면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말이 좋아 마권발매소지 실은 경마도박장이란 말이 맞습니다. 추진주체인 마사회 측은 경마를 건전 레저스포츠라면서 마권발매소가 개장되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될뿐더러 막대한 지방세수로 지역발전에 기여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그걸 곧이곧대로 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솔직히 말해 도박장을 벌려 놓고 돈을 긁자는 게 속셈입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 주장은 너무나도 명백합니다. 우려하는 것은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경마란 사행심을 조장하는 도박산업임으로 건전한 사회기풍과 시민들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한탕주의를 만연시킨다는 점, 그러잖아도 난립한 러브호텔 때문에 도시 이미지가 먹칠이 된 마당에 다시 도박도시라는 나쁜 이미지가 덧칠해진다는 점, 400∼500억으로 예상되는 지역자금이 역외로 유출된다는 점, 시민들을 도박중독자가 되게 해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입힌다는 점, 주차문제로 교통대란이 예상된다는 점등을 문제점으로 제시합니다.

지방 세수라는 것도 그렇습니다. 청주시는 열악한 재정에 100억여원이 그냥 굴러 들어 올 것으로 기대하고 회심의 미소를 짓는 듯 하지만 그 돈이 누구 돈인가는 염두에 두지 않는 듯 합니다. 그 돈이 대체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입니까. 바로 청주 시민들의 돈, 그것도 가난한 서민들의 땀에 젖은 돈입니다. 그것뿐입니까. 역외로 나가는 돈은 얼마입니까. 400억이 작은 돈입니까. 결국 노름판 벌려놓고 제 허파 떼어주는 꼴이니 소경 제 닭 잡아먹고 좋아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마권발매소가 현안아 되자 지난주 시민단체 대표들이 대전에 있는 경마장엘 가 보았습니다. 말이 레저 스포츠지 한마디로 난장판이요, 완전 노름판이었습니다. ‘돈 놓고 돈 먹는 노름판’ 말입니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이 어떻게 돈을 땁니까. 잃는 게 정상이지요. 도박중독자들이 일확천금을 노리는 2003년 대한민국의 풍경은 그랬습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일이지만 경마로 망한 사람이 청주에도 부지기수입니다. 처음에야 오락과 친목,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놀이로 시작하지만 이내 중독이 되어 개인은 물론 가정까지 파괴되는 것을 그 동안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일반시민들이 이러한 도박의 해독과 병폐의 심각성을 충분히 모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도박은 당사자만 망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은 물론 사회를 붕괴시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크게 병들어 있습니다. 복권으로, 카지노로, 포커로, 고스톱, 짓고땡으로, 경륜, 경마, 경정으로 모든 국민들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너나없이 한몫을 잡으려고 버둥대고 있습니다. 참으로 딱합니다.
이번 장외경마장 반대 운동에는 무려 124개 시민사회단체가 모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함께 하는 예가 없던 진보, 보수, 관변단체들이 총 망라되었습니다. 사태의 심각성 때문입니다. 청주시는 소리(小利) 때문에 대의(大義)를 잃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청주를 지키는 일입니다.

꽃 진 벚나무, 연녹색 잎들이 하루가 다르게 그 색깔을 바꿉니다. 5월의 향기, 코를 찌르는데 무심히 봄날은 갑니다. 실버들이 천만 사(千萬絲)라 한들 가는 봄을 잡지는 못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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