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규모 커야 복구비 국고지원 … 기준미달땐 '0원'

시간당 최고 68㎜의 엄청난 폭우로 건물과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충북도내에 비 피해가 극심하다.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내린 집중호우로 충북도내에서는 건물 24동이 반파 또는 침수됐으며, 농작물 107㏊가 피해를 입는 등 총 61억 100만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제발 그만 내렸으면 하는 피해지역 주민들과 달리, 일부 자치단체는 오히려 비가 더 내리기를 바라는 기이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 같은 촌극이 빚어지는 것은 정부의 웃기는 수해복구 지원정책에 기인한다.

정부는 자연재해대책법과 국비지원기준 등에 따라 피해복구비를 전액 국고에서 지원하거나, 한 푼의 국비지원 없이 도·시·군비 등 지방비로 충당토록 하고 있다.

국비 지원기준은 최근 3년간 각 시·군의 보통세, 조정교부금, 재정보전금 등을 평균으로 산출해 ㅤ▲100억 미만의 자치단체는 14억 원 이상 ㅤ▲100억∼350억 원의 자치단체는 20억 원 이상 ㅤ▲350억∼600억 원의 자치단체는 26억 원 이상 ㅤ▲600억∼850억 원 자치단체는 32억 원 이상 ㅤ▲850억 원 이상의 자치단체는 38억 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해야 국고에서 전액 피해복구액을 지원하게 된다. 이에 따라 증평·괴산·보은군은 14억 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해야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으며 옥천·영동·진천·단양군은 20억 원 이상, 충주·제천시와 청원군은 26억 원 이상, 청주시는 38억 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해야 지원받게 된다.

그러나 비 피해액이 이 같은 기준에 미달할 경우에는 전액 지방비로 수해복구비를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형편이 열악한 자치단체는 국고를 지원받기 위해 피해가 더 늘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집중호우로 도내에서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한 제천시의 경우 지난 6일 오후 현재 비 피해액이 24억 2000만 원에 그쳐 국고지원을 받기 위해 비가 더 내려주길 은근히 고대(苦待)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빚어졌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9일 현재 제천지역 비피해액은 50억 9600만 원에 달해 지방비로 복구비를 충당하지 않고,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우스꽝스런 정부 지원정책으로 전북·강원지역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피해규모를 부풀리거나 피해를 입지 않은 것까지 피해를 입은 것처럼 조작해 국가청렴위원회로부터 적발되기도 했다.

수해를 입은 주민들은 심적·물적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건설업체는 손뼉을 친다는 말처럼 피해액을 놓고 자치단체별로 일희일비하는 것도 이 같은 정책에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응급복구비를 자치단체에서 선(先) 지원한 뒤 정부에서 후(後) 정산받거나, 재난·재해에 대해서는 재난관리기금에서 전액 지원하는 방안 등 보다 현실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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