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배우고 못 처먹은 열등감에 그런가!

    김남균 민주노총충북본부 부장

드디어, 이 말이 나왔다. 70년, 80년대로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이키는 말이었고, 그 고매한 '학벌멸시' 가치를 담아 노동자를 '공돌이, 공순이'로 환원시킨 말이었다.

얼마나 화가 치밀어 올랐으면, 아니 사는게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 79만원짜리 '방광염 걸린 바코드 찍는 기계'에서 벗어나는 것을 마다하지 못하고 그녀들은 다시, 뉴코아 강남점 지하로 불러들었던가! 자그마한 희망이, 아니 한 악덕 기업인에 대한 분노가!

바퀴달린 바구니를 담장처럼 사이에 두고 매장 안 그녀들에게 양복입고 넥타이 매고, 원피스입은 매장밖 사람들의 매몰찬 목소리! "못 배우고 못 처먹은 열등감에 그러지."

너무도 생생하게 들려오는 이 동영상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화조차 나지 않았다. 맞아! 우리사회는 늘 그래왔다. '학벌없는 사회'하고 어쩌고 해도 노동자를 바라보는 늘 변하지 않는 기득권층의 생각, 아니 비누로 아무리 씻어도 변하지 않는 피부색처럼 많은 사람들의 생각에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은 사상.

"야, 김남균이! 너 공부안하믄 어티게 되는지 아나! 너 이놈아! 공돌이 될래." 너무도 당당하게 회초리를 들고 사랑의 매를 드셨던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 노동조합을 만들고서 수만명이 운집해서 '1. 두발 자유화. 2. 조인트 까지말 것….' 이것을 10대요구라고 발표했던 80년 현대그룹의 노동자들. 그리고 그것자체로 해방감을 느끼며 해방춤을 추었던 그들. 3년전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욕하지마, 옥하지마' 개인 희망의 소자보를 써냈던 청주공단의 한 김공장 아주머니들, 중학교 1학년 열네살 나이에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또래의 아이들이 학교 교복을 다리고 있을 때 웃돈을 주고 나이를 속이고 들어간 대농 작업복의 줄을 다려야만 했던 나의 누이.

이 사람들의 노동에 의해 자동차가 만들어지고, 보기좋은 양복원단이 만들어져도, 그것을 가질수도 없고, 자랑할수도 없고, 쏟아지는 멸시를 가슴으로 받으며 살아갔던 이들.

이제는 그나마 그런 소린 없어졌는가 했더니, 그 소리가 다시 터져나왔다. 바뀐 것이라곤야, 공돌이 공순이라 불리워야만 했던 육체노동자들이 아니라, 비정규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해서 말이다.

못 배워서 비정규직이 되는가! 그렇다면 석사, 박사 그것도 모자라 해외유학까지 다녀와서 한 달 수입 60만원으로 한국사회를 배회하고 있는 저 대학교 시간강사들은 뭐란 말인가!

못 쳐먹어서 배부른 사람 흉을 보느라 매장을 점거하는가! 그렇다면 언제 1400만 노동자, 가족까지 포함하면 3500만 노동자가족이 배부르게 먹어볼 수 있게 해줬는가! 누가 배부르게 먹는가! 땅투기 소득이 1400만 노동자 연간 임금총액보다 많은 사회 속에서 누가 배부르게 먹을 만큼 부를 독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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