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 여성 대상 돈 뜯어내려 교도소서 범행계획

필로폰 음료수에 타 9명의 불특정 여성에 투여
‘계획 실행 전 사전연습 한 것 뿐’… 경악

김모씨(37·청주시 흥덕구 신봉동)가 공주교도소에서 최씨 등 교도소 동기 2명을 만난건 지난 해 말. 사기와 절도죄로 복역중이던 이들은 교도소에서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며 새 사람이 되기는 커녕 또 다른 범행계획을 세운다. 교도소 안 수 많은 범죄 중에 마약에 대한 정보는 그들에게 또 다른 희망으로 다가왔다.

‘돈 많은 여자를 골라 마약만 먹이면 쉽게 돈을 뜯어낼 수 있다’는 한 수감자의 말은 출소후의 생활이 막막했던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필로폰의 구입경로와 밀수입 방법 등을 상세히 알아냈다. 필로폰을 비교적 값 싼 중국에서 들여와 부유층 여성을 골라 투약한 후 이를 미끼로 돈을 뜯어내기로 한 것이다.
그들의 출소는 얼마남지 않았고, 지금까지 이들이 했던 어느일 보다 쉬워보였다.

필로폰 인천공항 무사히 통과
지난 해 9월 김씨가 출소 했고, 올 초 최씨와 그의 친구 또한 자유의 몸이 되었다. 사회에서 다시 만난 이들은 그 동안의 계획을 하나 둘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필로폰은 구입경로 등을 잘 알고 있는 김씨가 구입하기로 했고, 최씨와 친구는 필로폰 구입에 필요한 돈을 투자하기로 했다. 필로폰 구입을 위해 중국으로 떠난 김씨는 중국 위해성에서 40대 중국인 남자에게 필로폰 16g을 200만원에 구입, 지난 3월 21일 이를 속옷에 숨겨 인천공항을 통과하는데 성공한다.

9명의 여성통해 실험
가장 큰 난관이었던 공항의 검문검색을 무사히 통과해 필로폰을 국내로 들여온 이들은 김씨가 살던 청주로 내려와 일을 진행한다. 돈 많은 여성을 선별하기 위해 이들이 들른 곳은 골프 연습장. 타고 다니는 승용차의 종류도 꼼꼼히 체크해 대전에 사는 한 부유층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그녀를 유혹해 계획을 당장 실행에 옮기고 싶었지만 비용때문에 일을 미룰수 밖에 없었다. 어느정도 수준을 맞추어야 만남도 이루어 지기 마련. 대상을 미리 정해놓은 그들은 그녀를 유혹하는 데 드는 여비를 마련할 생각으로 청주 운천동에 ㅎ캐피탈이라는 사채사무실을 냈다. 사채를 통해 돈도 마련하고 중국에서 가져 온 필로폰을 사용, 이곳에서 사전연습을 하기로 한것이다. 지난 4월 초 사무실을 낸 후 음료수에 필로폰을 미리 타 둔 이들은 ‘경리구함’이라는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 온 김씨 등에게 음료수를 건냈다.

물에 잘 녹지 않아 가루가 바닥에 보였지만 이를 눈치채지 못한 김양이 마시는 등 구직을 위해 들렀던 여성들(8명)이 이들의 실험 대상이 됐다. 차 배달을 했던 다방여종업원도 타겟이 된 건 마찬가지. 사무실을 차린 후 이곳에 차배달을 자주했던 임모양(22·청주시 흥덕구 운천동)은 지난 4월 16일 “저녁을 먹으러 가자”는 김씨를 따라 나섰다. 식사를 한 후 노래방에 들른 김씨는 임양이 자리를 비운 틈을 이용, 필로폰을 주스병에 넣어 흔들었다. 양은 정확치 않았지만 평소 투여량 보다 (1회 투여량 0.03g) 많은 양이었다.

임양이 돌아와 음료수를 마셨고, 투약후 반응을 보기위해 붙잡았던 임양이 ‘시간이 지체돼 빨리 다방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흥분, 초조, 불안… 알수없는 감정들
다방으로 돌아온 임양은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흥분과 불안 증세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가슴은 뛰었고, 정신이 멍했다. 그녀는 “언젠가 TV에서 본 마약 복용후 반응과 증세가 비슷해 의심이 들었다”며 “혹시나 하는 생각에 새벽에 경찰서로 찾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진행된 시약검사(소변검사)결과 양성반응이 나왔고, 국과수에서는 성분을 확인했다. 결국 그녀에 의해 그들의 범행은 발각되기에 이른 것이다. 약기운이 완전 소멸 되지 않은 임양은 경찰서에서도 불안, 초조 증세를 보였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평온을 되 찾았다.

인상착의 등으로 주변탐문에 나선 경찰은 피의자가 운영하던 사무실앞에서 잠복하며 핸드폰 추적 및 주변인물 확인 작업을 거쳐 이들 3명을 모두 검거 마약류관리법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한 후배 유모씨 등이 분산 소지하고 있던 필로폰까지 모두 찾아내 필로폰 15g을 현장에서 압수 했다.

서부서 형사계 정대용 반장(29)은 “현장에서 이들이 가지고 있던 필로폰(15g)은 500명 이상이 한번에 투약할 수 있는 막대한 분량”이라며 “잘못된 만남과 그릇된 생각으로 인해 출소한 지 반년이 채 되기도 전에 다시 철창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범행 초기에 이들이 검거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며 “대상도 없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이같은 마약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해 주목, 여죄를 캐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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