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 인터넷 압박에 7개 일간지 ‘혼전양상’
관공서 지원이 ‘탯줄’… 통합과 조정만이 살길

지역신문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앙지의 압박’은 말할 것도 없고 초고속 통신망이 널리 보급되면서 ‘정보홍수의 쓰나미’에 휩쓸린지 오래다. ‘가난한 흥부네 집에 자식만 많다’고 경기침체로 광고시장이 침체된 반면에 신문은 난립하면서 대부분의 지역신문이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지만 헤어나올 길은 보이지 않는다.

유일한 길이 있다면 건전한 자본의 수혈과 신문의 품질 향상으로 ‘절대강자’를 만드는 것이다. 한시적(6년)이지만 2004년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을 제정함에 따라 위원회를 구성하고 3년째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는 즉효약이 아니었다.

▲ 지역신문 시장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건전한 자본의 수혈과 신문의 품질 향상으로 ‘절대강자’를 만드는 것이다. 사진은 충북도의 브리핑 내용을 취재하는 기자들.
충북지역의 경우 대전에 본사를 둔 충청투데이의 충북 진출과 충청일보 속간으로 현재 7개 일간지와 일부 주간지가 어깨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신문이 너무 많다’는 것은 외부의 평가가 아니라 심각한 자기진단이다. 시장논리에 따른 구조조정과 통합이 절실하지만 이를 주도할 세력은 보이지 않는다. 지역언론이 오염되면 지역사회의 자정능력이 떨어지고 오히려 지역사회를 공격하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지역신문의 위기’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 편집자

2007년 3월1일 충청일보가 복간됨에 따라 충북의 일간지는 대전에 근거지를 둔 충청투데이를 포함해 모두 7개로 늘어났다. 이는 자칫 공멸을 초래할 수도 있는 수준으로, 지역언론 종사자들이 먼저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상생을 위한 통합이나 구조조정이 현재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1도1사원칙에 따라 신문을 강제로 통폐합했던 5공시절과 달리 시장논리에 따라 신문을 통합하거나 구조조정하기 위해서는 절대강자가 반드시 필요한데 현재 충북의 신문시장은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기 때문이다. 최저 임금 수준인 인건비를 정상화할 경우 공히 존립기반이 붕괴될 정도다. 광고수주액의 경우 성수기와 비수기에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월 1억원 안팎에 그치고 있다.

유가 부수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으로 선정된 중부매일과 충북일보의 경우 신문·잡지 발행 부수 감사기구인 ABC의 발표를 기준으로 공히 6200부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도내 일간지들의 연 매출총액은 사업소득을 제외하고 10~20억원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자산이 70억원이 넘어 금융감독원에 전자공시를 한 일정 규모 이상 지역일간지들(총 14개사)은 매출액 등에서 비교 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03년을 기준으로 부산일보의 매출액은 808억원, 매일신문(대구) 417억원, 국제신문(부산) 338억원, 전남일보 157억원, 제주일보 132억원 등이다. 이들 14개사의 평균 연매출액은 182억원으로 도내 일간지들과 10배 정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들 신문과 같이 충북지역에서도 자본 규모나 신문의 품질에서 단연 앞서나가는 신문이 탄생한다면 구독과 광고가 집중될 수밖에 없고, 뚜렷한 임금 차이는 능력있는 기자를 몰리게 만들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중시킬 것이다.

지역일간지 기자 K씨는 “지금 상황에서는 버리는 심정으로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는 사주가 필요하지만 지역의 실정을 보면 요원하다”며 “사주들이 저임금을 바탕으로 버티는 이상 문을 닫을 회사도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자의 자질을 논할 때가 아니다?
지역신문 난립이 낳은 폐해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기자의 양산이다. 정확히 말하면 품성이나 자질을 갖추지 않은 기자가 양산된 것이다. 과거 언론사 시험은 굳이 방송사나 중앙지가 아니더라도 언론인 지망생들이 부르기로 고시(언론고시)의 반열에 오를 정도로 치열한 경쟁률을 보였다.

1996년 지역신문에 입사한 A씨는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기자 두 세 명을 뽑는데도 학교를 빌려 시험을 봐야할 정도로 수험생이 많았다”며 “대학에 다닐 때부터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언론고시에 대비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고 회고했다. A기자의 입사 당시 연봉은 보너스 400%를 포함해 약 1700만원 선. 그러나 10여년이 흐른 지금도 지역신문의 임금수준은 오히려 퇴보한 감이 느껴질 정도로 열악하다.

이는 IMF를 계기로 지역신문의 저임금 구조가 정착된데다, 지역신문의 난립으로 기자가 양산되면서 어쭙잖은 100% 고용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지역신문의 경영진은 기자가 그만둬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상황이다. 쉬고있는 전직 기자들이나 새로운 기자를 언제라도 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들도 퇴사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회사를 옮기고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옮길 수 있는 까닭이다.

언론고시 시절 지역언론에 입문한 B기자는 “평생 기자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써먹지 못할 만큼 어려운 내용의 영어문제를 풀면서 왜 이런 문제를 출제하는지 기가 막혔지만 결국 변별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었다”며 “학습능력이 우수한 기자가 반드시 능력있는 기자는 아니겠지만 과거에는 어려운 관문을 뚫고 들어왔다는 자부심이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신경쓰게 만들었는데, 지금은 ‘기자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내·외부의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지역신문의 채용방식은 그야말로 수시채용이다. 결원이 생기면 뽑고 간단한 글쓰기 검증이나 면접만으로 수습기자를 뽑을 뿐 과거처럼 영어나 상식시험을 보는 곳은 없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최근 몇 년 사이 기자들을 자괴감에 빠지게 만드는 사건들이 잇따랐다. 지난 6월 기자가 동료기자를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히는가 하면 술주정을 말리려 출동한 경찰관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것이다.

관공서는 이래저래 밥이다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충북도청을 출입하는 기자는 회사별(지역 일간지)로 최소한 3~4명이었다. 1진과 2진이 있었고, 도의회 출입기자가 별도로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회사가 1명을 도 출입기자로 배치하고 있으며, 많아야 2명일 정도로 전체 인원이 줄었다. 결국 저임금과 최소 인원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신문사를 만들 수 있다’는 기반 상식이 된 셈이다.

취재인력이 줄어들면서 기자들이 현장보다 관공서를 취재처로 삼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지방신문은 볼 게 없다’는 말이 나오지만 열악한 취재환경을 들여다보면 수긍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문의 열독률을 높이려면 관공서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조금 높이면 된다. ‘관공서만 밥’이라는 소리가 나올만도 하다.
관공서가 밥인 또 한가지 이유는 지역언론 대부분이 관에서 나오는 지원금으로 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역방송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이 충북도와 12개 시군에 행정정보공개를 요구해 받아낸 자료에 따르면 언론사에 대한 2006년도 행사지원금은 총 13억9470만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지역신문과 방송이 마라톤대회나 걷기대회 등 각종 체육행사를 통해 받아낸 돈은 4억1300만원, 음악회나 가요제 등에 지원한 예산은 6억7800만원에 이른다. 지역경제살리기나 직지찾기 등 작명만 제대로하면 금고를 여는 것은 시간문제다. 예를 들자면 댄스스포츠 대회나 싸이클대회에도 ‘직지배, 직지찾기’ 등의 명칭을 붙이는 것이 관행이다. 하지만 지역언론의 열악한 재정구조를 고려할 때 자치단체의 지원은 밥줄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공무원 C씨는 “언론사가 하는 공익적인 행사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기관에서 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 다만 지원을 해야하는 대상이 갈수록 늘어나다 보니 뚜렷한 지원기준을 세울 수 없다는 것이 고충이다. 그래서는 안되지만 목소리가 큰 곳에 더 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민언련 자료를 기준으로 할 때 2006년에 가장 많은 예산을 지원받은 언론사는 4억1070만원을 지원받은 청주방송이다. 청주KBS, 청주MBC 등도 1억~3억원을 지원받았다. 신문은 중부매일, 동양일보, 새충청일보, 충청리뷰 순이다. 충북일보는 2006년 지원예산이 전무하다.

사주 이해관계 버리면 통합 가능
지역신문 시장에서 한 때 통합에 대한 기대가 번졌던 적이 있다. 청주방송 사장을 지낸 현 새충청일보 박재규 회장이 청주방송 사장 퇴임을 앞두고 몇몇 지역신문의 문을 두드리는 과정에서 ‘거대 자본을 유치해 지역신문을 통폐합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퍼졌던 것. 박 회장은 당초 신문발행이 중단된 상태에 있던 충청일보의 제호를 인수해 복간한다는 구상이었지만 여의치 않자 결국 새충청일보를 택했다.

속간 충청일보와 새충청일보는 과거 충청일보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분화됐기에 만약 지역신문의 통합이 이뤄진다면 가장 개연성이 높은 경우다. 물론 구성원들 간의 감정의 잔재가 남아있기에 일부 인사의 진퇴를 전제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양측 모두 충청일보라는 제호에 대해 느끼는 애착은 대단하다.

어찌 됐든 지역신문의 통합은 사주가 모든 이해관계를 버릴 때 가능하다. 그래서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일말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도 있다. 현재 지역신문의 재무구조가 대부분 자본잠식 상태이거나 적자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사주들이 지금까지 투자한 것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통합하거나 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신문의 D기자는 “지금 지역신문의 사주 가운데 제대로 큰 돈을 투자한 사람이 누가 있냐”며 “자신이 투자한 돈에 대해서만 털고 나온다고 마음을 비우면 당장이라도 통합하지 목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D기자는 또 “준비된 기자들로 드림팀을 만들 때만이 지역신문의 품질이 높아지고 독자들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