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군과 지역갈등으로 비쳐지는 것 아쉬워”
“장기종합발전계획 세워야 할 때” 한목소리

지난 4월 23일 증평군 설치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를 통과하자 괴산군사회단체협의회에서는 ‘우리 괴산이 역사의 뒤안길로 향하는 것을 간과하지 않는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인구 7만도 안되는 지역을 정치인들의 잇속에 따라 반으로 나누고, 지금은 3만을 조금 넘는 인구만으로 기초자치단체를 만들어 괴산이 역사의 뒤안길로 걸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괴산군민은 더 이상 정치논리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증평의 군 독립을 반대했다.

그리고 괴산군민 100여명은 지난달 29일 국회로 쫓아가 증평군 설치 반대를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열린 충북도의회 임시회에서 괴산출신의 김환동 의원도 “증평이 분리돼도 괴산은 손해가 없다고 하더니 군 조직이 축소되고 공무원 수도 줄어든다고 한다. 이런 실정이면 괴산의 공동화는 가속될 것”이라고 울먹이며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따라서 증평문제의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괴산군이 증평에게 같이 살자고 붙잡는데 무조건 뛰쳐나가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

‘다 된 밥에 코 빠뜨리기?’
하지만 증평주민들은 ‘괴산 사람들이 몰라서 하는 말’이라며 ‘다 된 밥에 코 빠뜨리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종일 증평시민회 공동대표는 “괴산군이 2개과가 줄어 25명의 공무원이 자리를 옮겨야 하고 군의원도 13명에서 11명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괴산에서 줄어드는 공무원을 증평에 우선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증평에 공무원이 대폭 늘어나는 만큼 전혀 불이익을 주지 않을 생각”이라며 “최근 괴산군민들의 반발 움직임은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정치인들에 의해 나온 것”이라고 분개했다.

실제 증평 주민들은 괴산군민들이 이렇게 반대하고 나서는 데는 지역구 의원들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직 국회의원과 출마를 원하는 사람들이 이번에 공을 세운 정우택의원에게 ‘증평 표’가 쏟아질까봐 미리 차단하는 게 아니냐는 것. 왜냐하면 정우택 의원이 증평군 설치에 의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전, 3대 괴산군의회 의원과 충북도의회 의원들은 군 독립을 지지한다는 결의서를 발표하고 당시 괴산군수도 이를 동의한 바 있기 때문. 따라서 법적으로는 거리낄 게 없다는 것이 증평 사람들의 이야기다.

물론 증평군이 탄생하면서 증평읍과 도안면 일원이 괴산군에서 빠져 나가면 괴산군의 행정면적이 대폭 줄고, 인구도 7만3000명에서 4만2000명으로 감소해 군민들이 심리적 상실감을 느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서운하다고 딸 시집 안보낼 거냐’는 게 이종배 증평출장소장의 말이다. 더욱이 출장소가 개청하면서 증평은 어차피 괴산에서 독립한 것이나 마찬가지고 다만 서류상으로만 증평이 괴산에 소속돼 있었다는 증평주민들은 “인구 7만여명을 또 분리하느냐고 하는데 그럼 우리보고 계속 이렇게 살라고 하는 것이냐. 주민편의를 가장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증평과 괴산은 이미 ‘딴살림’ 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면에서 괴산군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괴산군은 그동안 심정적으로 멀리 있는 증평까지 통계에 잡혀 개발촉진지구 지정에서 번번이 제외됐는데 증평이 빠져 나가면 개발촉진지구로 지정돼 10년 동안 500억원의 국고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증평군이 인구 3만여명의 초미니 자치단체로 너무 작지 않느냐는 주변의 일반적인 시각에 대해 주민들은 “증평보다 인구가 적은 군이 9개나 되고 증평보다 면적이 작은 시·군이 10개나 된다”며 중요한 것은 인구나 면적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주민의 자치권을 실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정부가 ‘행정조직의 슬림화’를 내걸고 도농통합을 했는데 이에 반하는 게 아니냐는 군설립 반대론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주민편의를 위해 자치단체 설립이 필요하다면 설립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증평군은 앞으로 장기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할 근거를 갖게 된다. 그동안은 자치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내 고장을 발전시키자는 계획도 없었고, 의욕 또한 없었다. 증평은 예로부터 인삼과 씨름이 유명한 고장이다. 그리고 향토사단 1개, 예비사단 1개, 여단 1개가 주둔해 있는 군사도시로도 알려져 있다. 앞으로 증평의 특성을 어떻게 잘 살려 발전시킬 것인지 주목되고, 주민들이 그토록 원하던 자치권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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