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베트남 중부지역 타이화현 푸옌성의 고즈넉한 농촌마을 호아빈에는 사랑이 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1970년대를 연상케 하는 마을에는 1천여명의 학생들이 삐걱대는 나무 건물에서 3부제 수업을 받고 있다.

비만 오면 질퍽이는 운동장을 건너야 하는 불편은 접어 두고서라도 콩나물 시루 같은 교실마저 모자라 어린이들은 학교를 찾아 3~4㎞씩을 걷고, 기다리는 것이 다반사다.

▲ 충북민예총 회원 등이 기금을 모아 지은 호아빈 평화학교 교실에서 베트남 학생들이 기쁘게 웃고 있다.
이곳에 최근 새 학교가 지어졌다. 학교 이름은 ‘호아빈 평화학교’다. 호아빈이라는 마을 이름이 한국어로 ‘평화’를 뜻해 평화학교로 부르고 있다. 학교는 충북지역 예술인들의 땀이 깃들여 있다.

2004년 한국-베트남 문화예술교류를 하면서 이곳의 열악한 교육 환경을 알게된 충북지역 예술인들이 학교를 세우자며 팔을 걷었다.

청주민예총 김명종 사무국장은 “베트남 전쟁때 파병된 한국군이 전쟁을 치른 곳으로 베트남 지역민들의 희생이 있었다”며 “과거 반성과 화해, 새로운 평화 구축이라는 차원에서 학교 건립에 나섰다”고 말했다.

충북민예총 국제교류위원장인 김기현(46)작가는 2005년 8월 청주 예술의 전당에서 ‘베트남 푸옌성 호아빈 학교 건립마련 특별전’을 열었고, 충북민예총은 같은 해 11월 청주시립정보도서관과 명암타워에서 학교 건립을 위한 공연·전시를 했다.

청주민예총 지부장인 도종환(53) 시인은 지난해 4월21일 서울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연 시집 <해인으로 가는 길>출판 기념회를 ‘시와 노래로 베트남 평화학교 짓기’라는 이름으로 바꿔 기금을 모았다.

충북민예총 회장인 판화가 이철수(53)씨도 학교 건립을 위한 작품전을 여는 등 힘을 보탰다.

이들은 지난해 2월 1200만원, 9월 1300만원을 지원해 지난 5월말 8칸 교실의 새 교사를 짓고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베트남 학교 개교일인 9월5일 준공식을 앞 두고 있는 요즘 다시 이들이 뛰고 있다.

교실에 책·걸상, 칠판 등을 들이고 학생들에게 필요한 수도·화장실 등을 만들어 주려고 다시 모금을 하고 있다.

충북민예총 음악위원회는 다음달 17일 저녁 7시 충북대 개신문화관에서 호아빈 평화학교 책·걸상 마련을 위한 음악 공연을 열기로 했다. 공연에는 안치환·이지상·김원중씨 등 뜻있는 가수들이 힘을 보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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