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동굴 생성물 훼손, 새로운 보존대책 필요

관광지로 개발된 지 만 30년이 지난 단양 고수동굴이 관광객의 체취로 인한 동굴 내부 훼손 등 천연동굴의 상업화 문제에 직면했다.

단양군과 고수동굴 개발업체 (주)유신에 따르면 이 동굴은 지난 1976년에 한국동굴학회가 일본 동굴학회와 합동조사를 실시한 후 학술적, 관광적 가치가 크다는 것이 확인되자 같은 해 9월 천연기념물 제256호로 지정됐으며, 곧바로 민간 기업에 의해 자연 관찰 현장 학습장으로 개발돼 30여 년 동안 일반에 공개돼 왔다.
학교법인 유신학원(유신고, 창현고)이 관리와 운영을 맡고 있는 고수동굴은 천연기념물 제256호로 지정받은 국내에서 가장 화려하고 가치 있는 문화재 동굴로 꼽힌다. 이처럼 빼어난 내부 광경을 감상하기 위해 고수동굴에는 매년 45~5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그러나, 고수동굴은 과거 천연동굴의 문화재적 가치에 무지했던 일부 관광객들이 곡석, 석화, 동굴산호, 동굴진주, 동굴선반, 천영교, 천장용식구 등 석회암 동굴 생성물들을 마구 반출해 원형의 일부가 훼손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요즘에도 동굴 관리소의 경고를 무시한 채 손으로 동굴 내벽을 마구 만지고 열쇠, 칼과 같은 날카로운 소지품으로 벽면을 긁어내는 등의 몰상식한 행동을 일삼는 관람객들로 인해 흉한 모습이 발견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개발 초창기 입구 맞은편에 인공으로 굴을 뚫어 관람객의 진출로를 마련하고 안전 계단과 사진촬영소를 설치하는 등 이곳을 관광 자원화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개발 공사를 전개한 데 따른 불가피한 훼손도 상당 규모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지난 80년 건국대학교 조사대가 기존 동굴과 연결된 새로운 동굴을 발견해 보고함으로써 고수동굴은 보전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새로이 발견된 동굴은 주굴보다 7m 높은 곳에 열린, 입구에서 180m의 길이를 가지는 동굴로, 그 안에 높이 13m의 유석인 종유벽을 비롯해 수많은 석순, 아름다운 석회단구, 거대한 종유폭포 등이 발달돼 또 하나의 이색적인 지하전당을 이룬다. 그러나, 이 동굴 역시 지난 85년 관광용으로 개발돼 성수기 때 기존 동굴과 함께 일반인의 입장을 허용하는 바람에 원형 보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2003년에는 KBS 환경스페셜 수중 탐사팀에 의해 또다른 천연 동굴이 보도돼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 동굴은 입구가 수중에 위치해 있어 개발이 금지됐지만, 그간의 전례에 비추어볼 때 지상에 인공으로 입·출구를 조성해 관광용으로 개발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한국동굴학회 관계자는 “고수동굴의 경관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굴인 미국 버지니아주의 루레이동굴과 맞먹는다”며 “현재 관광객들에게 공개된 두 개의 굴은 보존 상태가 아주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선사시대 주거지로 이용된 흔적이 있는데다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존의 가치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환경 보존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시대적 요구에 걸맞게 고수동굴 주굴과 지굴에 대한 강력한 보존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변 지역 주민들도 “고수동굴이 지역의 관광자원으로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것은 사실이지만, 동굴이 개방된 지 한 세대가 지났고 새 천연동굴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고수동굴의 보존 상태를 점검하고 관광 상품화의 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종합적인 판단이 뒤따라야 한다”며 “문화재청과 관련 학회가 대대적인 학술조사에 나선 뒤 자치단체, 주민 등이 참여하는 기구에서 향후 관리방안을 새롭게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현재 고수동굴에는 화석곤충(고수갈루아벌레), 갈르와벌레, 장님좀딱정벌레, 등줄굴노래기, 김띠노래기, 장님굴새우 등 약 30여 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건국대학교 조사팀과 KBS환경스페셜 팀에 의해 발견된 새 동굴에는 옆새우, 톡톡이, 노래기, 진드기 등 동굴곤충과 박쥐 등 풍부한 동굴 생물들이 발견되는 등 생물학적으로도 보존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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