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차기구도 수면위 부상

정계개편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자민련이 요즘엔 유유자적이다. 중앙당 관계자는 “JP가 노무현대통령과 두차례 만난 이후 알게 모르게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이인제(IJ) 총재권한대행을 제쳐 놓고 JP가 스스로 공식석상에 나타나는 점이 주목된다.

당내에선 이미 IJ의 팽(烹)설이 나돌고 있다. 조만간 고문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얼마전 JP가 공개된 장소에서 IJ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내비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에 덩달아 요즘 자민련의 차기 구도가 심심찮게 거론된다. 비록 JP가 당을 통제하더라도 제 3의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지 못하면 내년 총선에서 필패한다는 위기감이 새로운 인물에 대한 소구력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 대안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심대평충남지사와 정우택의원(진천 음성 괴산)이다. 대전 충남권에 폭넓은 지지도를 형성하고 있는 심지사는 오래전부터 자민련의 차기 주자로 주목됐다. 내년 총선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현재(11석)보다 많은 의석을 내야 하는 자민련으로선 텃밭이었던 대전충남권을 대표할 확실한 인물을 점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심지사는 행정 관료외에 정치경험이 전무하다는 게 약점이다. 그가 정치판에 들어 갔을 경우의 조직장악력이 염려되는 것이다. 한 때 대통령감으로 잘 나가던 IJ가 당에 들어 와선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이 반면교사다.

심지사와 함께 차기 당권이 눈에 아른거릴 인사는 단연 정우택의원이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정부 관료를 지낸 2선의 정의원은 우선 실력으로 다른 사람들을 압도한다. 간혹 TV토론에 나와 전문가적인 면모를 보인 것도 그를 돋보이게 한다. 그러나 요즘엔 자민련이 언론에서 멀어지는 바람에 이런 기회마저 원천봉쇄됐다고 한 측근은 푸념했다.

당내에서 상대적 개혁인사로 꼽히며 당 쇄신위원장을 맡아 조직진단을 진두지휘한 것도 정위원의 몸가치를 높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만약 그가 자민련 내에서 업그레이드된 중책을 맡는다면 내년 총선에서도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평범한 정치인으로는 다른 후보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정의원은 당의 존립도 신경써야 할 입장이지만 본인 스스로의 앞날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판”이라며 “현재의 지역여론을 냉정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민련이 가장 바라는 정계개편은 지역분할구도인지도 모른다. 현재 호남 소외론이 정치권을 흔들어대는 마당이라 어쨌든 충청 강원이라는 고토(故土)를 회복해야 하는 자민련으로선 이같은 역(逆 ) 정계개편이 불감청이지만 고소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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