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의제 개발 중요
회원 증대 상근자 급여 현실화… 기금조성도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는 몇 개소나 될까? 한국의 민간단체 총람 등을 보면 2003년말 전국적으로 2만 5000여개의 시민단체가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중 63.65%가 90년대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성장했다. 이들 중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의해 등록된 단체는 4123개소에 불과하다.

83.5%의 민간단체가 등록요건을 채우지 못할 정도로 영세하거나 조직기반이 허술한 단체가 많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설립된 단체가 14%에 불과할 정도로 더 이상 90년대 성장 속도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을 낳고 있다. 이는 시민사회단체가 어느 정도 시대변화에 대응하고 있지만 시민운동의 형식과 내용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충북의 경우는 2004년 말 현재 83개의 민간시민사회단체가 등록돼 있다. 시·군 단위까지 포함할 경우 200여개의 단체가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이 들 중 순수한 의미의 시민단체는 20∼30여개에 불과하다. 이들이 말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위기는 무엇이고 대안은 있는지 들어 보았다.


▲ 신행정수도 지키기 범도민운동은 상징적인 의미의 100원짜리 동전모으기로 이어졌다. 이 때 조성된 6000여만원의 기금은 한 때 동상 건립 추진 등의 의견도 있었지만 오늘날 충북개발회 등의 출연금과 합쳐져 1억여원의 기금으로 조성돼 시민운동가의 재교육사업에 보태 지고 있다.
충북 시민운동가들은 말한다. 충북의 시민사회단체가 변화의 시기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할 경우 위기가 찾아 올 수 있다고… 하지만 위기를 바라보는 견해는 모두가 달랐다. 90년대 초반 시민단체의 급속한 성장을 주도했던 민주화 운동(학생운동권) 세력도 당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을 했지만 결국 자연스럽게 시민운동의 성장을 견인했기 때문이다.

즉 세대교체 등 변화의 시기에 새로운 정책의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뿐이지 위기는 아니란 것이다. 다만 2000년대 초반까지 시민운동이 현안 중심의 문제 해결에 급급했다면 이제 다양한 정책의제를 발굴하고 시민운동의 주체인 시민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지 못할 경우 분명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현안 중심서 다양한 의제로…

더구나 그동안 현안 중심의 문제 해결에 시민사회단체가 익숙해져 있었다면 이제 새로운 정책의제를 개발하고 시민들에게 비전을 제시 할 수 있을 때에 시민운동이 재도약을 맞이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짧은 기간에 질적, 양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해온 충북의 시민단체는 이제 시대의 변화에 발 빠르게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상황이다.

15년 동안 청주YWCA에서 시민운동가로 활동해 온 김미경 소장은 “80년대 후반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선배들도 마치 세상이 끝난 양 고민하곤 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시민운동이란 역사의 옷을 갈아입었고 수많은 발자취를 남겼다. 새로운 정책의제의 발굴과 세대교체라는 과제 때문에 혼란스러울 따름이지 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몇 달씩 급여를 받지 못하는 시민운동가의 삶에 한 때 불안하기도 했지만 결국 자기 수준에 맞춰 삶을 꾸리게 됐다”며 “초임 간사의 경우 사회복지사의 급여 수준을 고려해 월 110여만원 안팎으로 그나마 다른 시민단체에 비해 급여의 현실화를 이끌어 냈지만 아직도 처우 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위기의식 패배주의 기인

마찬가지로 15년여 동안 청주 여민회에서 시민운동가로 활동해 온 남정현 대표는 “시민운동의 위기는 없다. 위기론이 지나치게 유포되는 것은 운동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폐배주의에 기인한다. 다만 시대가 변하면서 대중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내부성찰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남 대표는 “시민운동의 방식이 내부운영이 바뀌고 있는 현 상황에서 새로운 패러다임과 비전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합법적인 태두리 안에서 제도에 함몰되다 보니 시민들의 큰 지지를 받고 있는 양 착각한 경향이 있다. 이제 시민운동의 거품에 대해 인지한 만큼 편향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국가 전체를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대안의 제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남 대표는 “비전은 누가 제시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며 “정의롭고 의미 있는 일에 대한 투신이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인가에 대한 자기 성찰의 기회를 줘야 한다”며 “지역대학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이 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인턴사원으로 활동하며 시민운동가의 혜안을 갖게 되는 것은 좋은 본보기다”고 전했다.

남 대표는 “신행정수도 유치를 위한 동전 띠 모으기 운동이 한 때 6000여만 원의 기금을 조성하게 됐다. 일부 지원금이 시민운동가의 재교육을 위한 해외 연수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요긴하게 사용되는 것을 볼 때 건전한 재정자립도를 위해 시민운동 단체 기금이 조성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름다운 재단 등 중앙과 연계된 지역 시민단체 기금 조성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청주 경실련 이두영 사무처장은 “시민운동의 위기는 전국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위기여부에 대한 견해는 다양하다. 6월 항쟁이후 민주화의 성장과 함께 시민단체의 영향력은 계속 확대 되어 왔다”며 “시민단체의 확대는 심지어 국내외 지구적 네트워크까지 이뤄 내면서 시민운동가 출신이 정계는 물론 지자체 행정관료로까지 진출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화된 시민운동 요구

하지만 이 사무처장은 “그동안의 성과가 있는 반면에 과거와 지금의 운동방식이 별반 다르지 않다. 시민의 참여도 시민운동의 영향력 확대에 비해 정체된 지 오래다. 주민이 실생활에 직접 참여해 실생활 개선운동이나 주민 자치운동으로 이어가지 못한 면이 있다. 정책의제 발굴이나 조직의 정비, 재정자립 구조 확대를 위한 전반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사무처장은 “시민운동의 비전이나 사명, 구체적인 전략도 이미 10여년 전 에 만들어 놓은 것들이다. 지속 가능한 시민운동을 위해 이제 새로운 정책의제를 발굴하고 비전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시민운동의 조직이나 전략도 이제 명확할수록 좋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염우 사무처장은 “공익에 대한 봉사를 명분으로 더 이상 상근직 간사들의 희생을 강요할 수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처음 시민운동가로 나섰을 때에 20∼30여 만원의 급여로 생활하면서 자기성취감에 만족했지만 이제 역량 있는 신입 시민운동가들은 부수입을 걱정하지 않고 생활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따라서 3년 안에 9급 공무원 수준의 급여 현실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시민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앞으로 시민센터와 지역사회 연구소를 통해 다양한 정책의제를 발굴하고 시민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유능한 간사들의 제대로 된 활동을 위해 급여 현실화를 위한 지역 재단 마련도 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아름다운 평화재단이나 희망 제작소 등 전국 단위의 재단과 연계된 활동일 것이다. 반면 참여연대 송 사무처장은 “시민센터 등 장소가 문제가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의식과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의제 개발, 신입간사들에 대한 비전제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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