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바람·박봉에 유능한 인재 찾기 힘들어
기금 조성·시민센터 건립…장기교육사업 투자도

정부와 언론이 다 하지 못하는 일을 한다는 시민사회단체.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회원들의 회비에 의존하지만 사사로운 이익보다 공익의 실현을 위해 활동한다. 바로 이 시민사회단체가 요즘 시민운동의 위기를 말한다.

충북 시민사회단체는 위기론에 대해 ‘위기는 곧 기회다’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을 뿐이다’ ‘패배주의자의 망언에 불과하다’는 등 다양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지만 뭔가 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는 점에선 모두가 한 목소리다.

▲ 충북의 시민단체는 시민운동의 위기는 정책의제 발굴의 어려움에 따른 것이지 인력충원(간사)이나 현실적인 급여가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사진>은 전국적인 이슈가 된 산남 3지구 원흥이 생태공원 조성을 촉구하는 생태보전 시민대책위의 기자회견 모습이다.
특히 시민의 참여가 없는 시민운동, 전문성의 부족이란 오랜 과제를 안고 있는데다 박봉에 장시간 노동,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상근자의 이직률이 높고 유능한 시민운동가를 찾기 힘들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실제 한 시민운동가(충북 참여자치시민연대 송재봉 사무처장)의 석사 학위 논문을 살펴보면 시민사회단체 상근자 53%가 3년 안팎의 짧은 근무기간으로 이직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5년 이상의 활동가는 대부분 학생운동권(민주화 운동) 출신이었다.

이를 놓고 항간에는 “초임 간사의 경우 70만원 안팎의 낮은 임금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직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봉사를 명분으로 더 이상 희생만을 강요할 수만은 없다”며 시민사회단체 상근자의 급여 현실화를 지적했다.

이는 80년대 학생운동(민주화·노동운동)권 출신이 자연스럽게 시민운동으로 흡수되던 90년대 초반과 지금의 상황이 너무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당시 의식있는 학생들이 자기성취감을 명분으로 시민운동에 투신하던 시기와는 현재의 시대적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즉 요즘 젊은이들은 배고픈 시민운동을 더 이상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충북 참여자치시민연대 송재봉 사무처장은 “공적인 영역에서 일을 하려 뛰어든 시민운동가들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무시할 순 없겠지만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진로를 다시금 생각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시민운동의 위기는 인력충원과 급여의 문제보다 정책의제 발굴과 비전제시에 있다”고 말했다.

송 사무처장은 “시민이 공감하는 정책의제 개발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신입간사와 시민들에게 제시한다면 시민운동의 미래는 밝다”며 “유능한 활동가를 시민운동에 동참시키기 위한 처우개선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지역을 이해하고 시민을 참여 시키는 시민운동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충북 참여자치시민연대 김주복 시민권리부장은 “인력충원의 어려움이 있다면 명맥이 끊긴 학생운동의 원인도 있다. 따라서 의식있는 시민운동가를 길러내기 위한 교육사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시민사회단체 기금 조성도 이뤄져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참여연대는 회원 늘리기 운동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10일 오전 회원 1000명 돌파 기념행사를 성대히 갖기도 했다. 이는 시민운동의 주체인 시민(회원)을 많이 참여시킨다는 명분도 있지만 자립재정 기반을 구축한다는 더 큰 의미가 있다. 송 사무처장은 “학생운동이나 시민운동이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80년대 학생운동이 화염병을 들고 거리로 나서 민주화를 부르짖는 일이었다면 이제 다양한 정책의제에 전문성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즉, 송 사무처장은 “다원화 된 사회는 사회복지를 아동, 노인, 여성 복지로 세분화 시켰고 이들의 권리를 찾는데 학생과 일반이 구분없이 뛰어들어야 한다. 또한 시민사회단체도 이런 의식있는 친구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줘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 사무처장은 “시민운동의 주체는 시민이다. 바로 이 점을 간과하고선 제대로 된 시민운동을 기대할 수 없다. 다음으로 전문성 있는 시민운동가를 키우고 이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오늘의 과제다. 시민을 위한 제대로 된 정책의제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충북 시민운동의 발자취?

민주화 운동가서 시민운동가로 변모
10여년 지방화 물결타고 크게성장

시민단체가 중심이 된 시민운동은 지난 87년 6월 항쟁 부터다. 청주에서도 70년대 이전부터 청주 YWCA와 YMCA를 중심으로 한 활발한 교육사업이 전개됐다. 이는 시민의식개혁과 권리구제라는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시민단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역시 87년을 기점으로 90년대 초반 지방자치와 분권이라는 정부의 성격이 변화 하면서부터다.

충북 여성민우회, 충북연대, 생태교육연구소 ‘터’, 사회교육센터 일하는 사람들, 청주 KYC 등 운동권 출신의 대학생 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 딛으면서 변화하는 사회의 성격에 맞춰 운동의 방향을 바꿨다. 특히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전 충북시민회)와 청주경실련,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등은 이 당시 지방자치와 지역의 흐름에 새로운 운동영역을 개척하면서 시민운동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후 시민운동은 시민참여의 가능성과 새로운 참여문화를 선도했다. 학생운동, 노동운동, 농민운동 등 재야민주화 운동 출신 중심의 전통적인 시민운동에서 양심적인 지역인사, 교수, 변호사 등 전문직까지 폭넓게 참여하는 시민운동으로 변모한 것이다. 이 시기 기존 관변단체들도 활동방식과 사업내용을 변화 시켜 진보적 시민운동과 보수적 시민운동이 혼재하는 신 사회운동의 성격을 띄었다.

90년대 충북여성민우회,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청주경실련,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등 무려 15개 단체 50%가 세워졌다. 그리고 2000년 이후 NGO의 창립이 전국적으로 둔화 또는 정체되는 흐름과 다르게 청주지역은 시민단체의 창립이 꾸준히 이어졌다. 따라서 통일문화연대, 이주노동자인권센터, 민언련 등 신사회운동의 성격을 지닌 7개 단체가 이 시기에 창립됐다.

2000년대 들어서 시민운동은 점차 시민 속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고 지역사회의 여론형성의 중추적인 집단으로 부상했다. 특히 시민사회단체간 연대가 강화되면서 2002년 10월 지역 20여개 단체가 참여한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창립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지역의 주요 현안인 신행정수도건설(현 행복도시), 지방분권, 지역균형발전, 화상경마장 반대 등을 이끌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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