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건축물 보수·보강·재사용 기술 ‘국가지정연구실’ 선정
건축계획·설계 분야 전국 최초, ‘역사+건축’ 새 지평 평가

▲ 사진=육성준기자
건축학계에서는 국가지정연구실로 선정된 김태영 교수(청주대 건축공학부)가 큰 이슈로 회자되고 있다.
국가지정연구실은 국가 차원에서 핵심 기술 분야를 전략적으로 육성,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999년부터 추진된 사업으로서 국내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다.

국가지정연구실에 지금까지 5800억원의 연구비가 지원됐으며 발표 논문만 1만2300여건, 특허출원도 3600여건에 이를 정도다.
김태영 교수에 공식적으로 지원되는 연구비도 앞으로 5년간 10억원에 달한다. 이를 통해 연구실 학부 및 대학원 석·박사과정(풀타임과정) 장학금 및 연구비 지원, 단기해외연수 및 국제학회 참가지원, 해외 석학초빙 등 연구원들을 집중 육성해 연구 성과와 다양한 기술 개발이 가능해진다.

김 교수의 근현대건축사연구실이 국가지정연구실로 선정된 과제는 ‘역사적 건축물의 보수보강 및 재사용 기술’이다. 오래된 건축물의 외관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건축 기술에 대한 연구다.
김 교수가 건축학계에서 주목받는 것도 국가지정연구실이 기초과학 분야를 중점적으로 지원해 왔기 때문에 응용과학인 건축계획과 설계 분야는 거의 시도조차 드물었으며 이 분야 최초로 선정 됐기 때문이다.

역사와 과학의 만남

건축물 보수보강은 그동안 리모델링이나 이노베이션의 일부로 여겨왔다. 하지만 김 교수는 역사적 건축물의 보수보강은 일반적인 리모델링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건축물을 철거하지 않고 재사용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역사적 건축물의 보수보강은 원형의 보전을 전제로 한다는 데에 큰 차이가 있다. 특히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재료기술과 시공, 화학 등 광범위한 분야의 종합적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재료 분야는 해당 건축물에 시공된 당시의 재료를 그대로 재현해야 하기 때문에 철저한 역사적 고증과 연구가 필요하며 화학 분야의 보존기술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역사적 건축물의 보수보강은 그동안 관심 조차 두지 않던 분야였다. 개발 위주의 건축 관행에서 오래된 건축물은 철거의 대상일 뿐 보수보강을 통해 재사용할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근대 건축물은 지어진지 50년이 지난 것을 대상으로 한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개발이 포화에 이름에 따라 역사를 반영하는 이들 건축물에 대한 보전과 재사용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연구실적, 경제·시장 확대로 직결

김 교수가 수행하는 역사적 건축물의 보수보강과 재사용 기술은 여느 학술연구와는 달리 철저히 현장과 실제 위주의 연구다. 연구실을 통해 발표되는 논문이나 이론이 실제 시공현장에 적용될 수 있어야 비로소 연구 성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교수는 자신의 연구가 건축 기술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관련 분야 시장이 급성장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김 교수는 “국내 건축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 하지만 역사적 건축물의 보수보강에 대한 기술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실례로 보수보강 재료를 현대 건축 재료로 대체할 수도 없고 원형을 유지하는 기술도 매우 미비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본격적인 연구가 가능해지고 근대 건축물 보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문화재청의 전통건축 수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40여년간 수리된 전통건축물 9000여건 중 근대 건축물은 126건으로 1.4%에 불과하다. 하지만 근대 건축물 126건 중 최근 5년간 수리된 것이 67건이고 올 상반기에만 50건의 근대 건축물이 보수보강되는 등 급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에서도 문화재 지원예산 1000억원을 오는 2010년부터 두배 증액키로 하는 등 김 교수는 근대 건축물 보수보강 기술 분야가 무한한 경제성과 시장성을 갖고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보수보강 대상 근대건축물 도내에만 20여개

김 교수의 연구 대상 건축물은 50년이 지난 근대 건축물이다. 이중에도 나무로 지어진 것을 제외한 벽돌과 돌, 콘크리트조 건물이 해당된다.
충북 도내에만 도청 본관과 관사, 주성초등학교 강당, 대성고 본관, 우리예능원 등 20여개 건축물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보수보강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서울 국도극장과 서울역사, 명동 국립극장 등 340여개 건축물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으며 해마다 80여개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사실 근대건축물의 상당수가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것이어서 한때 관심 밖에서 애물단지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사라진 역사도 역사’라는 역사적 중요성이 인정되면서 보전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김 교수는 “일제 강점기의 건축물 대부분이 당시 조선인에 이어 지어졌다. 보통 건축물의 수명을 80년으로 보는데 보수보강을 거치면 두 배 이상 연장된다. 근대 건축물의 보수보강과 재사용은 후대에 까지 역사를 전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특히 충북지역의 경우 상대적으로 대상건축물이 많아 관광 자원과 홍보 매체로도 활용가능성이 크다는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외국의 경우 유명 건축가들의 작품이 관광자원화 되는 일이 많다. 우리지역에 있는 근대건축물을 제대로 복원할 경우 답사뿐 아니라 역사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으며 지역 홍보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지정연구실 김태영 교수는?

김태영교수는 서울대에서 석·박사에서 학위를 받고, 일본 교토대학에서 방문교수로 연구 경력을 쌓았다. 청주시와 충청북도의 건축 및 도시계획 심의위원, 각종 현상설계 심사위원 및 자문위원 등을 수행하고 있으며, 현재 도코모모코리아 이사, 문화재위원직을 수행하고 있다.

1991년 이후 청주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역사적 도심지구내 집주모델의 개발과 건설촉진(한국과학재단)’, ‘근현대건축물의 보존과 활용기술(한국과학재단)’ 분야에서 국내외에 124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근대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방안’, ‘주민참여형 마을만들기’, ‘경관계획’ 등의 분야에서 46건의 학술연구용역을 수주, 연구했으며, ‘한국근대도시주택’을 비롯한 15권의 저·역서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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