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전당포가 있어?" 핸드폰, 노트북 등 최첨단 기종을 쏟아내는 디지털 세상에서 아날로그 시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전당포가 딱하고 애절한 사연을 뒤로한 채 설자리를 잃은지 이미 오래지만 일부 점포는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전당포는 2·30년 전만 해도 병원비를 비롯해 분유 값, 쌀, 보리 등 주식비 마련을 위해 줄을 잇던 '골목 금융'의 대명사로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90년대 말 신용카드의 대중화와 사회보장 제도인 의료보험이 정착되면서 소액급전 대출 기능의 상실 여파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충북에서 영업 중인 전당포는 청주 8곳 충주 3 제천 4 증평·보은· 진천 각 1곳 등 모두 18곳.

5∼6년 전만 해도 50여개의 전당포가 영업을 한 것과 비교하면 그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청주의 경우 전화번호부에 기재된 16개의 상호 가운데 고려, 삼화, 복대, 중앙, 대교 등 8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청주시 상당구 서문동 홈에버 인근에서 대교 전당포를 20여년째 운영하고 있는 A씨(여·68)는"남편이 운영하다 작고하면서 지난 2000년부터 운영하고 있지만 전기료, 수도료 등 공공요금 내기도 벅차다"며 "가경동으로 고속버스터미널이 이전하기 전까지 벌이는 안돼도 공공요금걱정은 하지 않았는데 이젠 문을 닫아야할지 고민이다"고 토로했다.

3∼4평의 좁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전통 방식의 전당포가 명맥 유지의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신용카드와 소액대부업체가 IMF를 기점으로 급증하면서 전당포를 통해 소액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전당포는 현재 월 6%의 대출이자를 받고 있다. 연 66% 이자를 계산하면 결코 낮은 이자는 아닌 셈이다. 금, 다이아몬드 등 귀금속은 시세의 60∼70%로 매입한다.

전자제품이 귀했던 70∼80년대에는 다리미, 전화기, 손목시계, 계산기, 냉장고, TV , 카메라도 VIP 대접을 받았지만 요즘은 최신기능을 보유한 핸드폰, 노트북, 디지털카메라도 2∼3개월 후면 중고로 전락해 애물단지 취급을 받기 일쑤다.

청주 복대 전당포 대표 B씨는"가전제품은 받는 즉시 손해다. 최첨단 기능이 내장된 200만∼300만원짜리 노트북도 2개월도 안돼 2분의 1로 가격이 하락한 적도 있다"며 "요즘은 가전제품의 신상품 출시 사이클이 최소 1년은 됐지만 요즘은 3개월로 짧아져 매물로 잡아도 처분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전당포가 서민의 애환을 달래주던 시절, 저당잡은 물건이 넘쳐나 물품을 보관하던 창고를 보유하고, 당직 직원을 특별채용하는 등 화려한 시절은 옛말이 됐다.

전당포를 찾는 발길이 이젠 한 달에 고작해야 30∼50여명에 불과하다.

지난 67년부터 40여년간 청주 중앙시장을 지키고있는 중앙 전당포 이종경 대표는(48)는"어머니(임정규·77)가 운영할 때만 해도 전자제품이 대중화되기 전으로 전당포도 시세가 좋았다"며 "지금은 물품창고와 당직직원을 뒀던 그 시절을 다시 누릴 수 있을지 의문 "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불경기가 지속되면 전당포를 찾는 발길이 많을 것 같지만 현금이 시중에 풀리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며 "해마다 10%씩 단 5년 만이라도 경기성장률을 기록하면 전당포의 화려한 시절이 재현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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