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호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날짜는 잘 기억나지 않으나 6월15일(충청리뷰484호 발간일)이전인데 우연히 충청리뷰에서 기자가 전화로 대선를 앞두고 각종 캠프가 있는데 청풍비전21에 참여한것과 관련하여 정치하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그런건 아니고 어쨌든 기회가 주어지면 해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대부분 교수들이 15개 분과에서 자기 전공분야에 맞추어 정책개발로 순수하게 봉사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것이 3~4분여의 전화통화 내용의 전부거나 핵심내용이었다. 도내 1등 가는 신뢰있는 신문사의 명기자라면 적어도 6하 원칙을 갖고 기사를 작성해야하는데 2하원칙 수준으로 4면에 필자기사를 다루었다. 물론 <충청리뷰>는 커버스토리부터 4면까지 정치교수들의 출세외줄타기란 기사로 장식되었다.

게다가 캠프에 참여하는 교수의 대한 일반론이 아니라 아예 본인에 대한 기사를 사진까지 게재하여 작성하였다. 이미 충북대교수 재직이 출세인 것이다. 교수직이 그렇게 호락 호락한가. 청풍비전21 상임위원장되면 누가 알아나 주는가. 뭔가 기자가 착각한 것 같다. ‘금배지 달고픈 정치교수들’이라고 했는데 대한민국 금배지가 수천 개는 되는가. 지금 비공식적으로 수십 개의 대선캠프에 참여한 교수 수가 무려 2000여 명에 달한다. 이 모든 교수를 다 똑같이 취급해도 좋은가. 사실상 이따금 언론사에서 기사 작성하는데 참고한다고 이런저런 현실정치 이슈에 대하여 물어오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도 대선 앞두고 캠프나 정치참여에 관한 아주 일반론적인 조언을 구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전화로는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았다. 기자의 얼굴도 몰랐다. 기자는 찬반 대비기사, 커버스토리 특집기사, 안교수 입장 기사화, 아니면 사진게재여부 등 기사 편집등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았다. 만약 참여 찬반에 대한 필자 기사를 싣겠다고 했더라면 결코 이런 식으로 전화상 답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치 기자의 덫에 걸린 꼴이 되었다.

그런데 더욱 놀랄 일은 3주 후인 7월4일 지인으로부터 듣고서야 알았다는 점이다. 적어도 필자에 대한 상당량의 기사가 나왔다면 본인에게 신문기사가 나왔다고 전화로 알려주거나 아니면 신문을 배부하는 정도의 예의는 있어야 했다. 본인이 지난 5.31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을 했고 정우택후보에 참여하여 인수위 때 자치행정분과위의 간사를 했던 것은 주지하는 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주에 내려 온지 20여년이 되지만 지금까지 도의 각종 위원회에 단 한 번도 참여해 본 적이 없다.

노정권은 위원회 공화국이라고 하는데 지방대교수들이 대거 중앙의 각종 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하지만 거기도 단 한번 참여해본 적이 없다. 정작 시간 빼가면서 서울로 가서 거마비 받는 교수들이 정권과 권력 가까이에서 기웃거리는 정치교수 아닌가. 아무런 보수도 없고 당선성패도 모르는데 정책개발하는 교수가 ‘정치교수들의 출세 외줄타기’인가. 여야에 양다리 걸치고 기회주의로 약싹 바르게 집권당만 찾아 다니는 것이 정치교수 아닌가. 충북지역 9명 모두 열린당 국회의원이 싹쓸이했는데 국회의원 한 명 없는 한나라당 공천심사 등에 참여하여, 욕먹어가며 택도 안되는 출세와 이득을 구하겠는가.

대통령, 국회의원 모두다 집권당인 상황에서 야당인 한나라당 후보로 나오는 도지사후보에 관심을 갖는다면 오히려 당당하고 용기있는 태도 아닌가. 교수 그만두고 캠프나 정당에 참여하는 순간 그것은 교수의 정책개발이 아니라 정치인의 정책개발이 되는 것이다. 본인은 정치인이 아니다. 이런식 이라면 노정권하의 각종 위원회에 참여한 교수들과 NGO에 참여한 모든 교수들은 다 정치인인가. IT, BT, NT,GT분야, 경영학, 행정학, 도시공학 등 수많은 실용 학문 전공의 교수들이 중앙정부나 자치단체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도 따고 실적도 올리고 참여하지만 모두다 교수직을 버리고 본격적으로 정책자문 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관료(테크노크라트)가 정치전공영역을 넘나든다.

유독 연구비도 생기지 않는 정치학교수가 직장이 있는 지역에서 도와 나라를 위해 정책개발 하는데 격려해야하는 것 아닌가. 교수사회도 양극화다. 그나마도 선거와 정당은 정치학과 필수 커리큐럼인데 현실정치에 대한 정책코멘트나 자문도 못한다면 세상과 등지고 살라는 건가. 폴리페서, 텔레페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도 때도 없이 술안주감으로 정치학교수를 맹비난하면서 정작 정치판의 정책토론회나 세미나에 참석하면 진흙탕에 발 담그고 정치판 기웃거린다고 비아냥하면 어떻게 개판치는 현실정치를 발전시킬 수 있겠는가. 오히려 정치학전공도 아닌 교수들이 거리에서 데모하고 정치에 대하여 훈수 두는 것이 월권 아닌가. NGO참여교수는 올 마이티인가.

97년 이후부터는 시민단체에 참여하여 명함이라도 갖고 있어야 출세한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불행히도 그 어려웠던 90년대 초 본인은 여러 시민단체에서 활동하였고, 96년 전후로 전공이 달라 참여를 사양하였는데 김대중-노무현정권 하에서 시민단체 참여교수나 간부들이 이렇게 출세하니 격세지감이다. 북한 핵개발, 선진국 진입, 노정권실패, 잃어버린 10년으로 정권교체에 대한 순수한 애국열정을 정치교수로 보이게 했다면 필자의 표현 부족의 소치이다. 건전한 정치를 위하여 정치학전공 교수들이 따끔한 말한 마디라도 해주는 풍토가 오히려 국가발전 정치발전을 위해 좋은 것 아닌가. 기자들은 절대로 정치판 눈치보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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