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라면 차라리 없애는 게 낫다” 반박여론

제천시가 사활을 걸고 추진해온 제천종합연수타운 건립을 비롯해 (가칭)충청고속도로의 제천 경유 노선 추진, 태백선 복선화 사업 등 각종 현안들이 중앙정부의 발목잡기로 잇따라 무산 또는 연기되면서 시민들은 공황상태에 가까운 심리적 허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앙정부와 원활한 협조를 통해 주요 국가 정책에 지역 입장을 반영시키고 기업유치와 지역홍보의 전진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지난 2003년 설립된 제천시 서울사무소에 대해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제천시 공무원 A씨는 “엄태영 제천시장이 취임 이듬해인 지난 2003년 3월 민선3기 경영마인드를 시정에 도입하겠다는 취지로 서울사무소를 개설하고 주요 국가 정책과 예산 동향 파악, 출향인사·재경 동문회 활동 강화, 농·특산물 홍보 및 판로개척, 제천관광 홍보, 기업 유치 등에 나섰지만 정작 지역의 생존권이 걸린 굵직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제천의 입장이 철저히 배제되는 등 서울사무소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당초에 6급 소장 한 명에게 이 모든 업무를 부여한 것 자체가 현실에 맞지 않는 탁상행정이었다”고 꼬집었다.

A씨는 현재 서울사무소의 주된 업무는 중앙정부와의 협조 체제 구축이나 기업유치, 농·특산물 판로 개척 등 설립 당시의 근본 취지와는 달리 3000여 명에 이르는 재경 동문 인사들을 관리하는 데 치우쳐 있다고 전했다. 서울사무소가 본청 기획예산팀에 속해 있는 점을 고려할 때도 기업 및 투자유치, 중앙 정부의 예산 확보 등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지만, 6급 공무원 한 명에게 기대하기에는 애당초 무리한 주문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서울사무소의 소재지부터 문제라는 주장이다.

현재 제천시는 일반 주거지인 마포구 쌍용아파트에 사무소를 매입해 사용 중이다. 올초 영동군이 창업 준비 외국 투자기업 90개사와 무역진흥공사, 대한상공회의소, 충청북도사무소 등이 입주한 서초구 염곡동 무역협회 IKP센터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충북도와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한 투자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군청 공무원뿐 아니라 농협 청주시·청원군 지부 직원, 청원군민회 직원 등 민·관 연합으로 구성돼 각각의 전문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청원군 사무소의 운영방식과도 차이가 있다. 더욱이, 올 초 중앙부처 공무원노조를 비롯한 틈새시장(?) 공략을 주문받고 화려하게 공직에 복귀한 경갑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천지부장이 인사발령을 무시한 채 제천 본청 근무를 고수하고 나서는 바람에 업무 분담을 기대했던 시의 구상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사무소는 교육연수타운 조성을 비롯한 지역 현안 사업들을 중앙 차원에서 해결하는 데 역부족을 보이며 번번히 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기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제천시 서울사무소는 출장비를 제외한 사무실 운영비 약 300여만 원, 인건비 8000~9000만 원(6급 2명) 등 연간 1억 원 가량의 예산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소장이 거주하는 마포 아파트 서울사무소 매입은 당시 2억3000여만 원으로 알려지고있다.

일각에서는 서울사무소가 사실상 연락사무소 와 숙소기능에 불과한 만큼 사무소를 매매하고 제천 서울학사로 통합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다. 물론, 반론도 있다. 지난 4년여 동안 서울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중앙 부처별로 다양한 인적 연결고리를 형성했고 재경 제천향우회와 각종 동문회 조직을 활성화해 고향사랑 운동을 적극 추진하는 등 중앙의 각계각층에 네트워크를 형성한 점은 높이 살 만하다는 것이다.

 개소 첫해부터 제천문화예술회관 건립 예산 10억 원과, 고려복식전시관 교부세 4억 원 등 100억 원에 가까운 중앙정부 예산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는 등 중앙 예산을 끌어오는 데에도 적잖이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내에서 농·특산물 직거래장터를 개최할 수 있도록 연락 체계를 구축하고 ‘그린투어’를 발굴해 서울 관광객들을 제천으로 초대하는 등 지역의 문화관광 알리기에도 일정한 역할을 한 만큼 최근 지역 현안사업의 잇따른 무산을 앞세워 서울사무소 무용론과 같은 극단적인 주장을 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론이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정보와 자료가 인터넷과 이메일을 통해 실시간으로 이동하는 최첨단 지식정보화 시대에 6급 공무원 한두 명을 서울에 상주시켜 중앙정부를 설득하고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지난 4년여 동안 균형발전과 지역참여형 국정운영을 강조해온 정부가 오히려 제천의 지역현안마다 발목을 잡으며 지역발전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온 점을 돌이켜볼 때, 서울사무소의 성과는 낙제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서울로 발령난 공무원이 5개월 동안 인사발령을 거부한 채 무단으로 본청에 남아 있어도 어느 누구 하나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정도로 서울사무소는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아무도 기대를 하지 않는 서울사무소를 억지로 유지하기보다는 중앙정부의 도움이 절실한 중대현안이 발생했을 때 시장과 공무원,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총출동해 몇날며칠 동안 집중적으로 중앙정부를 설득하는 실사구시형 접근법이 필요하다.” 서울사무소 무용론을 주장하는 시 공무원 B씨의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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