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불지펴지는 신당론 “이대로는 안 된다” 위기 확산

신당은 과연 생길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확실한 답변은 지금으로선 아무도 못 준다. 중앙 정치무대에 끊임없이 출몰하며 여야를 긴장시키는 ‘신당’ 유령은 지방에까지 입김을 행사한다.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충북의 경우 공조직보다는 지난 대선 때 두각을 나타낸 개혁 성향의 일반유권자 사이에서 신당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현재 민주당의 정체성이다.

전 노사모 회원 K씨는 “노무현정권 출범 이후 민주당이 변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많이 받아 왔는데도 지방에선 이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정권 재창출의 기득권에만 안주한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물론 지금으로선 노정권과 민주당 사이에 분명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당이 확실한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전통적인 지지층 마저 등을 돌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밝혔다.

 이들이 지적하는 것은 대략 두가지로 집약된다. 충북 민주당이 과거의 틀과 관행을 벗지 못한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최근 민주당을 두드리는 인사들이 급증하면서 소위 색깔이 애매모호한 이들까지 당에 들어 와 심각하게 물을 흐린다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큰 병폐로 지적됐던 민주당 공조직의 기득권층이 여전히 당내에서 목소리를 내는데 대해 이들 개혁부류의 반감이 특히 크다. 개혁 세력들은 이들을 아예 개혁의 발목을 잡는 수구로 몰아친다. 과거 핍박받던 시절, 지방에서 야당할 사람들이 없어 힘들게 당을 이끌던 때는 이들의 역할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당의 신진대사를 막는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당 일각에선 이들을 통틀어 ‘특무상사’라고 일컫는다.

 한 때 민주당 도지부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어떤 조직이든 나름대로 고민이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솔직히 말해 이들 특무상사 때문에 숨이 막혔다. 그들의 생각은 앞으로 한 치도 안 나간다. 자신들을 인정해 주면 자족하면서 시간만 때우면 그만이다. 이런 상황에선 어떤 훌륭한 인사가 영입돼도 제풀에 꺾여 중도하차할 수 밖에 없다. 오로지 몸으로 때우는 정당 생활은 더 이상 안 된다. 지난 대선에서 우리는 이를 분명히 확인하지 않았느냐. 이대로는 내년 총선이 어렵게 된다. 얼마전 단행된 도지부 당직개편에 왜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젓는지 민주당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고 충고했다.

과거 불문 현재만 중요?
 정치적으로 함량 미달의 인사들이 민주당을 휘젓고 다니는 것도 지방에서 신당론을 부추기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과정에서 노무현후보 및 민주당과 철저하게 대립각을 세웠던 인사들이 갖은 명분으로 주도권을 잡으려 하는가 하면, 수시로 당적을 바꾼 인사마저 내년 총선의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는 현실이 개혁세력들을 못마땅하게 하고 있다. 현재로선 이들을 배제시키는 방법은 신당밖에 없다는 전략적(?) 시각마저 제기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속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아주 흥미있는 진단을 내렸다. “지금 호남을 소외시켰다고 호남인들이 난리인데 그렇다면 영남에서 민주당이 확실한 교두보를 확보했는가. 결코 아니다. 쉽게 생각하면 된다.

 한라당 일색이던 영남에서 그동안 민주당의 공조직을 이끌어 왔던 인사들은 인물 경쟁력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내년 총선에서 이기려면 이들 가지고는 어림 택도 없다. 그렇다고 그동안 당을 지켜 준 이들을 명분없이 내쳤다가는 그나마 영남의 지지세력이 휘청거리게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신당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이들과 갈라서는 것이다. 지금 되나가나 민주당에 사람들이 꼬이고 있는 충북에서도 신당이 해법일 수 있다.

선거에서 깨질 사람들을 굳이 끌어 안고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노무현대통령의 개혁코드를 생각한다면 이대로는 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년 총선에 대해 아주 뼈 있는 한 마디를 했다. “충북의 경우 현재 민주당에 인물이 없다. 다 고만고만하고 그렇고 그런 사람들 일색이다. 이런 상태라면 절대 선거분위기를 유도하지 못한다. 선거는 어차피 기싸움이다. 강한 놈이 이긴다. 충북을 대표해서 분위기를 휘어잡을 수 있는 인물을 전략적으로 심을 필요가 있다.”

국민의 힘이 뜬다
 지난 4월 19일 조치원에서 창립대회를 갖고 활동을 시작한 ‘국민의 힘’(e 파워)과 시민단체 주도의 ‘피플 파워’가 조만간 충북에도 상륙할 조짐을 보여 신당론의 불씨는 더욱 거세질 수 있다. 한나라당이 노사모의 변형된 단체로 규정하는 국민의 힘은 이미 상당수 회원을 확보 내년 총선에서도 유권자운동의 주도권을 잡을 공산이 크다. 전 노사모관계자 Y씨는 충북의 움직임을 이렇게 설명했다. “실제적으로 충북에선 현재 휴면기다.

 도내에서 노사모와 개혁정당을 이끌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동안 소홀했던 생업에 정진하고 있다. 그러나 조만간 조직 재구축에 나설 것이다. 노무현 정권에 대해 수구세력이 끊임없이 도전하듯이 우리 개혁세력들도 지속적인 목소리를 내야할 필요가 있다. 정당 문제에 대해선 사실 개인적으로 관여할 생각은 없지만 충북 민주당의 정체성이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지금까지 달라진 것이 별로 없지 않으냐. 한나라당이 왜 대선에서 실패했는지를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때가 되면 이 문제도 공론화시키고 싶다. 유권자들은 확실한 것을 원하는데 아직도 정치권이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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