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건설인의 자기 비판 ‘쓴소리’ 화제
대원 전영우대표 “소비재로 생산성 향상과 직결 안돼”


청주시 분평동 현대대우아파트이후 3∼4년간 뜸했던 소위 ‘브랜드’ 아파트인 현대산업개발의 I 파크 분양이 모처럼 이뤄진 올 연초 청주지역 동사무소들은 몸살을 앓았다.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까지 가세, 향후 아파트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본 사람들이 투자 또는 투기 목적으로 ‘물건’을 잡기 위해 분양신청 서류인 인감증명을 발급받으려고 동사무소마다 장사진을 친 때문이다. 청주시내 B동사무소 동장은 “분양신청 기간 내내 폭증한 민원인들로 동사무소가 마비될 지경이었다”며 “이 때문에 민원서류 발급시간을 1시간씩 연장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고 했다.
청주지역에도 부동산 투기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현업에서 왕성하게 뛰고 있는 노(老) 건설인이 건설업의 ‘거품론’을 자기비판의 심정으로 허심탄회하게 밝혀 주목을 끌고있다.

분양현장에 부는 투기바람

지역 건설업체중 탄탄한 재무구조와 성실 시공으로 업계에서 높은 평판을 유지하고 있는 (주)대원의 전영우 대표(73)는 “기술적으로 말해 청주지역의 주택보급률은 100%에 가깝지만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려는 욕구와, 부동산 투자내지 투기열풍이 가세하면서 아파트 가격은 물론 건설업 자체에 거품이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 대표는 “아파트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지어져야 하는데 아파트의 공급 및 소비과정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아파트는 기본적으로 소비재로서 생산요소가 되지 못할 뿐 아니라 건설업체간 경쟁적으로 불붙고 있는 고급내장재 채택 붐으로 아파트를 한채 지을 때 마다 호화 소비재를 그만큼 더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 역시 아파트로 돈을 벌고 있지만 건축·건설업은 기본적으로 고용창출 효과가 임시적일 뿐이다. 노태우 정권 시절 임기내 200만호를 짓겠다며 1년에 40만호씩 아파트를 지어나갈 때 건자재 품귀난이 얼마나 엄청났나. 그런데 지난해 총 50만호의 아파트가 지어졌는데도 조용했다. 건축자재 생산부문이 그만큼 커버린 것으로 이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엄청난 거품을 안고 있는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산업특성 자체가 소비적”

전 대표이사는 “중도금 걱정없이 계약금 10%만으로 ‘물건’을 확보한 뒤 바로 전매해 프리미엄을 노리는 투기적 행태가 일반 시민에게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게 문제”라며 “이렇게 되면 아파트가 돈있는 사람들을 위한 재산증식의 투기대상으로 전락할 뿐 실수요자들에게는 내집마련의 꿈을 더욱 요원하게 만드는 악순환만 되풀이 된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대원에서 경기도 의왕에 아파트를 분양했는데 분양을 받은 사람 중에서 돈이 없어 입주못한 주민은 한명도 없었던 반면 기존에 살던 집이 안팔려 입주못한 경우는 많았던 기억이 새롭다”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도 근본적으로 집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공장짓는 곳은 없으니…”

전 대표는 건설업에 대한 거품론을 공석이나 사석을 가리지 않고 소신껏 발언하고 있는데, 전 대표가 얼마전 청주산업단지 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연임됐을 때에도 기업인과 기자들에게 예의 건설업 거품론을 역설해 시선을 끌었다. 전 대표는 “요즘 청주지역에 공장짓는 곳은 별로 없고 아파트를 중심으로 소비시설만 들어서고 있다”며 “건축경기가 침체에 빠져 거품이 꺼질 때 큰 혼란과 반작용이 우려된다”고 경계했다. 이 때문인지 그는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기업인이 진정한 애국자”라는 말도 늘상 입에 달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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