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위탁관리업체가 관리하는 아파트의 일반관리비에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 이에따라 전용면적 25.7평 이상의 아파트는 월관리비가 세대당 3000∼4000원 가량 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당초 지난 2001년 7월부터 전기료, 청소료, 수도료, 난방비 등을 제외하고 용역회사가 관리하는 일반관리비에 부가세를 부과하려다 당시 임시국회에서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 한시적으로 면세조치를 시행해왔다. 따라서 국회가 면세시한이 끝나는 올해 말까지 법개정을 하지 않으면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부가세를 부과하게 된다.
하지만 입주자 대표회가 자치관리하는 아파트와 전용면적 25.7평 이하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에 대해서는 부가세 면세조치가 계속 시행된다. 이에따라 향후 아파트 관리체제가 위탁관리에서 주민자치관리로 급속하게 변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주민자치관리가 주종을 이루는 서울 및 수도권에 비해 위탁관리방식을 선호하는 지방에서 아파트 관리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이같은 정부방침에 대해 아파트 용역관리업체는 크게 반발하고 있지만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충북지역회(회장 박정수)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위탁관리 아파트의 경우 지금까지는 관리회사에서 파견된 관리소장이 비영리 개인사업자로 등록해 안전사고 등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는등 관리계약상 모순점으로 지적됐다. 실제로 몇 년전 청주 금천동 모아파트에서 이사짐을 싣던 곤돌라가 떨어져 주민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관리는 위탁업체, 책임은 관리소장 모순
얼핏 판단하면 위탁관리업체에서 배상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한데, 사실상 피고용자인 관리소장이 개인사업자로 등록됐다는 이유로 법적책임을 지게 됐다. 결국 국세청의 부가세 부과방침에 따라 위탁관리 아파트단지 관리소장의 비영리 사업자 등록은 불가능하게 된다. 아파트 관리소장을 맡고 있는 주택관리사들은 무한책임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환영할 수밖에 없다. 또한 용역관리업체에서 피고용자라는 불안정한 신분인데 반해 주민자치관리 아파트에서는 경력있는 주택관리사들이 우대받고 안정적인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반면 90년대 후반이후 위탁수수료 덤핑경쟁 등으로 ‘내리막 길’을 걸어온 아파트 용역관리업체는 존립의 위기에 처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충북지역회 유정사무국장은 “위탁관리 아파트단지의 경우 관리사무소를 운영하는 주체는 사실상 용역관리업체다. 그런데 관리소장이 명목상 비영리 개인사업자로 등록됐다고 해서 법적책임까지 묻는 것은 현실을 도외시한 모순된 관행이었다. 앞으로는 용역관리업체에서 포괄계약을 해서 책임관리는 하든지, 아니면 주민들 스스로 입주자대표회를 통해 관리하든지 택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지난 99년 2월 아파트 용역관리업체의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을 정한 바 있다. 일반관리비, 청소비, 오물수거비, 소독비, 급탕비, 수선유지비, 난방비, 승강기유지비 등 8개 항목을 ‘관리용역을 제공하고 받은 대갗로 인정해 부가세를 부과한다는 것이었다. 2001년 입법안이 국회에 상정됐으나 수도권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2년간 유보하는 조치를 내렸다.

자치관리 전환, 위탁관리 세분화 전망
그동안 위탁관리 아파트에서는 인건비와 위탁수수료에 대해 관리회사와 계약을 맺고 청소, 소독, 승강기유지보수 등은 입주자 대표회에서 개별업체와 단가계약을 맺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부가세가 부과될 경우 위탁관리회사와 일괄 용역계약하거나 사무, 기술, 경비 등으로 나눠 전문업체와 별도 계약을 하는 방식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탁관리업체 관계자는 “제도가 바뀌더라도 인력관리와 세금부담 때문에 포괄적인 도급계약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재하도급 방식은 주민부담만 가중되기 때문에 실현성이 없고 결국 기존의 위탁관리업체가 사무직을 맡고 기술·경비직은 별도 전문업체와 계약하는 방식이 모색될 것으로 예상한다. 분야별로 전문성있는 업체가 몇 개 단지를 묶어 통합관리할 경우 인력감축등으로 궁극적인 관리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통합관리 방식은 주민자치관리 아파트에도 도입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령에 따르면 세대수 1000세대 이하, 3개 단지 이하일 경우 인근 단지간 통합관리를 허용하고 있다. 일정규모 이상의 아파트단지에 의무채용해야 하는 주택관리사, 전기기사, 열관리기사, 고압가스기사 등을 인접한 아파트단지에서 계약직 형태로 공동고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임금부담이 높은 기술인력을 대폭 줄일 수 있어 관리비 절감효과를 클 것이다.
주택관리사 A씨는 “500세대 이하 아파트단지 2개 정도라면 통합관리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별 주민들이 인력상주 문제로 서로 갈등하거나 할 경우 운영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높다. 같은 단지에서도 경비원 배치 문제 때문에 동별로 갈등이 생기는 수도 있지 않는가? 아파트 관리 전문인력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걱정이지만 사용자인 단지 주민들간에 합의만 된다면 시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민자치 6년째, 문제없습니다”
청주시 율량동 두진백로아파트 입주자대표회


지난 96년 5월 준공된 두진백로아파트는 4개 동 602세대 규모에 12, 22, 32, 49평 등 4개 평형으로 나뉘어져 입주자간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기 어려운 단지였다. 입주뒤 1년간 시행업체의 의무관리 기간이 끝나고 이듬해 동별 대표를 선임해 입주자 대표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위탁관리업체 선정을 둘러싸고 이견이 드러났다. 관내 3개 업체에 제안서를 받은뒤 설명회를 갖고 곧바로 찬반투표에 돌입했다.
기존 관리업체를 지지하는 쪽과 새로운 관리업체로 바꾸자는 쪽의 의견이 대립했고 결국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주민 자치관리제다. 입주자대표회에서 관리소장을 고용해 주요사안을 직접 결정하는 방식이다. 일부 동대표들이 ‘안전사고 책임소재’ 등의 문제 때문에 꺼려했으나 아파트 종합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것으로 의견일치를 봤다.
두진백로아파트 입주자대표회 이동희회장은 “입주때부터 아파트 일을 맡아온 관리소장을 설득해 주민자치관리를 함께 하기로 했다. 우리 단지의 하자나 시설현황을 잘알고 있기 때문에 어렵지않게 자치관리를 할 수 있었다. 모든 계약은 3개 회사 이상의 밀봉 비교견적을 통해 계약 회사를 정하고 직원급여도 경제상황에 따라 적용시켰다. IMF기간에는 임금을 동결하고 보너스도 전체 400%에서 200%로 감축시켰다. 주민들과 허리 띠를 같이 조른다는 각오로 직원들이 이해해줘서 몹시 고마웠다. 6년동안 단 1건이 잡음도 없이 자치관리해 온 것에 대해 주변 단지에서 부러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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