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군, 성희롱 징계받은 공무원 기획감사실장으로 승진 ‘여론악화’ 홈페이지에 비난 글 도배, 청주지역 여성단체도 성명 발표

‘성희롱 과장을 기획감사실장으로 승진시키다니…’ 요즘 청원군이 시끄럽다. 군은 최근 충북도와 시·군 종합감사를 벌인 정부합동감사반에 의해 기획감사실장 승진 인사가 인사규정을 어긴 채 이루어졌다고 지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감사규정(대통령령)에 의하면 ‘감사담당 공무원은 3년 이내에 징계 처분을 받은 적이 없는 자이어야 한다’는 문구가 있음에도 청원군은 지난 2001년 3월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은 공무원을 4월 1일자로 기획감사실장에 승진 발령한 것.


문제의 김 모 과장(55)은 지난 2001년 사회복지과 여직원들에 의해 ‘청원군청 00과 Q과장을 고발합니다’ 라는 내용으로 인터넷 사이트에 올랐고 이 때 성희롱 사실이 공개됐다. 당시 고발자들은 “회식자리 등 술자리에서 여직원들에게 술을 따르도록 강요하고, 지난해 망년회에서는 직원들이 이런 Q씨를 멀리하자 매우 화를 냈다. 그리고 Q씨에게 비위를 맞추려는 여직원들을 모 계장이 나무라자 술잔을 집어 던지기도 했다. 또 지난해 12월 회식자리에서 모 계장과 여직원이 목욕탕에서 자주 부딪힌다는 얘기를 나누자 ‘그럼 00도 봤어?’라고 말하는 등 성희롱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성희롱 사실 인터넷에 올라

이외에도 이들은 Q과장이 여직원들의 차를 타고 출장갈 경우 여성들의 몸을 만지고, 노래방 같은 회식 자리에서도 몸을 더듬는 일을 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충북도 홈페이지 ‘열린 지사실’에 올렸으나 바로 삭제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고발자들은 본지 홈페이지에도 올린 바 있다. 당시 Q과장은 “평소 과장으로 여직원들을 권위보다는 격의없이 대하며 분위기를 가볍게 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누군가 곡해해서 음해 하려는 것”이라고 성희롱 내용을 부인했다.


이 문제가 공무원들 사이에서 논란거리가 되는데다 여성단체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군에서는 김과장을 청원군 수질환경사업소장으로 인사 발령하고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했다. 이후 김과장이 재무과장으로 다시 군에 들어올 때도 여성단체 관계자들사이에서는 “사업소로 발령냈던 성희롱 과장을 곧바로 재무과장으로 불러 들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공무원 인사가 요식행위로 이루어진다는 반증아니냐”며 말들이 많았다.

“성희롱 방조” 비난 성명

그러다 최근 김과장이 다른 부서도 아니고 감사업무의 최고 책임자인 기획감사실장으로 오자 여성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거세게 항의하는 것. 충북여성민우회는 “행정감사규정을 어기고 징계 처분을 받은 사무관을 서기관으로 승진시킨 것은 잘못된 인사라는 여론에 의견을 같이 한다”고 전제하고 “승진순위까지 무시한 채 성희롱 가해자를 승진시킨 것은 ‘성희롱 가해자가 되어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가 될 것이기에 이 문제를 대하는 여성단체로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오효진 군수에게 제출하고 오는 25일까지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엄연한 규정이 있는데 이를 어기고 승진 발령낸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답변을 받아본 뒤 차후 행동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청주여성의 전화는 지난 22일 ‘청원군은 직장내 성희롱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더 이상 성희롱 가해자를 두둔하지 말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여기서 청주여성의 전화는 “최근 청원군이 성희롱 가해자를 슬그머니 기획감사실장으로 승진시킨 것이 밝혀져 놀라움을 주고 있다. 게다가 ‘미처 행정감사규정을 몰라서 생긴 일’이라고 변명을 하고 있는 청원군의 태도는 가해자의 승진은 인정하되, 단지 감사업무에 관한 승진만이 문제가 된다는 태도여서 직장내 성희롱의 심각성과 근원성에 대한 무지를 여실히 밝히는 것으로 밖에는 이해할 수 없다”고 분개했다.
이어 “성희롱 가해자를 승진시킨 것도 모자라 ‘이미 처벌받은 지난 일을 거론하는 것은 어렵다’는 등 마치 가해자를 두둔하는 것 같은 청원군의 발언은 성희롱 사건을 무마시켜 성희롱을 방조하는 듯한 느낌마저 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공무원노조 청원군지부, 사퇴 권고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전국공무원노조 청원군지부도 지난 22일 “조기에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고 군지부의 위상과 동지들의 마음을 손상시킨 것에 대해 사죄한다”며 “4월 30일까지 해결되지 않으면 강력한 투쟁으로 나서겠다”는 내용의 입장을 발표했다. 김상걸 지부장은 문제의 해결방법이 김과장의 사퇴를 말하는 것이라며 공무원노조 충북본부와 전국공무원노조와도 연대투쟁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사태가 이렇게 악화되자 오효진 군수는 지난 21일 간부회의에서 “이번 종합감사에서 지적된 인사문제로 군민과 공무원의 자존심을 손상시킨 점에 대해 군정의 수장으로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행정감사규정을 잘 알지 못하고 인사를 단행한 것은 군수 본인의 전적인 책임”이라며 “감사후 이렇다 할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미리 군수가 의견을 제시한다는 것은 적절치 못한 행동으로 감사결과에 대한 상부기관의 의견이 나오면 그 에 따라 책임질 부분은 책임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원군 관계자도 “김과장이 당시 정직2개월의 징계를 받았지만 승진제한 시효 18개월이 지나 승진 하는데는 하자가 없었다. 다만 감사부서로 간게 문제가 되는 것 같다. 그러나 Q과장이 5급에서 4급으로 승진됐는데 4급은 기획감사실장 자리밖에 없다. 행정자치부 감사 결과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과장의 승진 사실이 알려지자 청원군과 전국공무원노조 청원군지부 홈페이지에는 여러 건의 비난 글이 올라왔고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김과장을 두둔하며 모두 음해성일 뿐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자리만 지키고 있으면 어떻게 하자는 거냐”며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이 많아 앞으로의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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