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왜 전화 안받으셨어요? 어디 편찮으세요?”

충북 괴산군 청안면에서 홀로 사는 노인들은 매일 아침 면사무소 직원들로부터 귀찮은 전화를 한 통씩 받는다.

노인들이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어김없이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고통(?)받는 일은 청안면사무소가 올들어 ‘독거노인 돌보기’시책의 일환으로 안부전화 걸기 캠페인을 시작하면서부터 비롯됐다.

이 면사무소 직원들은 매일 아침 출근과 동시에 관내 독거노인 210세대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특히 정부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얻지 못하는 84가구 노인들은 특별관리 대상으로 분류해 직접 찾아가 건의사항을 듣고 도움을 주기도 한다.

홀로사는 노인들이 전화를 받지 않거나 음성이 여느 때와 다르면 곧 바로 이장이나 부녀회장, 자율방범대원들에게 연락해 이들이 직접 집을 방문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조치하기도 한다.

청안면사무소는 이에 앞서 지난 2월 아들˙딸의 연락처와 파출소, 소방서, 병원 등의 전화번호를 수록한 ‘사랑의 전화번호’를 만들어 전화기 옆에 부착해두고 긴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스스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직원 이재준씨(행정9급)는 “직원 20여 명이 홀로사는 노인이나 소년소녀 가장,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매일 아침 출근과 동시에 안부 전화를 건 뒤 일과를 시작한다”며 “자손들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차원에서 기쁜 마음으로 안부전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 노인 신모씨(67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올 때면 면사무소 직원들이 자식보다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뒤늦게 아들을 하나 더 얻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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