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비하 도시개발과 관련해 (주)자연과함께하는사람들이 개발구역지정 제안서를 청주시에 접수하자 당사자와 업계는 말할 것도 없이 출입기자들도 큰 관심을 표명했다. 이중엔 청주시가 알아서 제안서를 반려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도 있다. 물론 경쟁회사인 (주)언리미티드파워는 제안서를 접수받은 청주시의 처사에 대해 불만이 많다. 사태 해결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자연과사람들의 제안서 접수를 계기로 문제는 더욱 첨예해졌다.언리미티드파워측의 즉각적인 반발에도 자연과사람들은 더욱 강한 추진의욕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청주시는 "제안서의 적격 여부는 앞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지 우리가 인위적으로 접수해라 말라할 사항이 아니다. 당사자가 구비조건을 갖춰 접수하면 이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마당에 제안서가 요건을 충족시켰느냐 않았느냐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어차피 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선 어느 한쪽이 사업지구내에 단 한 필지의 땅을 소유했다고 하더라도 최종 사업권자가 이를 인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양측이 얼마전 합의를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워낙 견해차가 커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문제의 사업을 위해 투입한 돈의 규모는 결코 예사롭지 않다. 양측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면 언리미티드는 128억원, 자연과사람들은 385억원 정도를 들였다는 것. 이는 땅매입에 들어 간 돈과 그동안의 제반 비용을 합한 것으로, 만약 어느 한쪽이 상대의 지분을 인수한다면 일정분의 수익까지 보장해야하기 때문에 거래액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사업이 지체될 경우 둘다 금융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지금까지 일궈온 사업 전체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시행사업의 성격상 자금 조달은 주로 신용이나 담보가 아닌 기획사업의 비전을 전제로 대출하는 PF(Project Financing)에 의존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사업이 지연되면 둘다 엄청난 금융비용을 감수해야 할 판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두 시행사의 대치와 갈등을 놓고 "결국은 자본력의 싸움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마당에 청주시가 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은 양측간 합의를 유도하는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지역에서 시행사를 대표하는 인사들은 하나같이 이 점을 지적한다. 스스로 비하지구 사업에 뛰어들려다가 포기했다는 한 관계자는 "지금처럼 시행사 둘이 다툼을 벌이는 상황에선 어차피 사업은 불가능하다. 서로 피해를 볼게 분명한데 행정기관이 이를 방관내지 방조한다면 문제가 있다. 지금 청주시가 그렇다는게 아니지만, 오해를 받을 소지는 충분히 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도시개발이라는 측면에서 청주시가 좀 더 냉정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동주 청주시 도시과장은 "민간 사업에 대해 행정기관이 먼저 이래라 저래라 할 사항은 아니다. 물론 비하동 지구는 소규모, 또 자투리 땅의 효율적 개발이라는 차원에서 개발되는 게 바람직하다. 사실 이곳은 지형상 지구단위 개발사업이 적합하다. 우리로서는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고, 사업자들이 합리적인 안을 제시했으면 한다. 일단 관련 민원이나 조치가 들어오면 양측간 합의나 조정을 주문할 수는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전체의 토지가 자연녹지인 비하 지구는 청주시가 지난 2003년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통해 공원지역과 1종 주거지역으로 바꿀 것을 입안했다가 충북도에 의해 거부당한 사례가 있다. 당시에도 특정인들의 로비설이 시중에 난무했다. 이 때문에 이번 비하 도시개발을 통해 만약 이 땅이 2종 주거지로 변경될 경우 당연히 특혜시비를 부를 수 밖에 없다. 단독주택지로 개발되는 1종 주거지와 아파트 및 근린생활시설이 가능한 2종 주거지는 땅값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이는 결국 청주시가 시행사간 다툼에도 불구, 특정사의 손을 들어 줄 경우 특혜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밖에 없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