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비하 도시개발사업이 시끄럽다. 업계는 물론 인허가청인 청주시 내에서조차 최근 이와 관련된 숱한 얘기들이 양산되면서 문제의 사업 자체가 이미 요주의 대상이 됐다. 상황에 따라선 갖은 억측과 의혹까지 꼬리를 무는가 하면, 이 때문에 이 사업의 본질조차 크게 왜곡되는 분위기다.

비하 도시개발은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 산 40∼1 일대 4만여평을 대상으로 이 곳에 주거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사업이다. 한 마디로 택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도시개발사업에 있어 이 정도는 소규모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아파트 단지 한개 수준의 이 사업이 시끄러워진 이유가 있다. 똑같은 사업을 놓고 두개의 시행사가 서로 사업권을 주장하며 이전투구를 벌이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서 청주시가 양측으로부터 옥죔을 당함으로써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6월 15일 (주)자연과함께하는사람들(대표 정병우· 이하 자연과사람들)은 문제의 땅을 대상으로 청주시에 도시개발구역지정을 위한 제안서를 접수했다. 그러자 또 다른 시행사인 (주)언리미티드파워(대표 이재룡)가 곧바로 이의를 제기했고(6월 20일자), 이를 계기로 양측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둘다 민간개발을 추진키로 하고 이 곳 땅에 대한 매입경쟁을 벌여 왔다. 도시개발법에 의거하는 도시개발사업은 주민들이 조합을 결성해 추진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실적 난제로 통상 개발업자 즉 시행사들이 미리 토지를 확보한 후 주민들을 내세워 형식적인 조합을 구성하는 편법을 사용하고 있다. 제안서 접수는 행정절차의 첫 단계로, 이것이 받아들여져야 본격적인 사업추진이 가능하다.

특히 이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선 토지의 확보와 토지주들의 동의가 선결과제다. 도시개발법은 면적(땅)의 경우 전체의 3분의 2 이상, 지주동의는 2분의 1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청주시는 자체 내규에서 토지소유를 80% 이상으로 규정하는 등 사업요건을 강화한 상태다.

현재 두 시행사가 각각의 토지를 확보한 후 현재 첨예하게 대립하며 토지 소유와 지주 동의율을 놓고 입씨름을 벌이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이는 의미가 없다. 누가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든 경쟁회사가 해당지구에 자체의 땅을 가지고 있는 한 도시개발사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어느 한쪽이 땅을 일괄 인수하거나 공동사업에 합의해야 사업추진이 가능한 것이다.

특정 개발사업을 놓고 이처럼 시행사들이 경합하거나 난립하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일부에서는 도가 지나쳐 알박기로 상대를 괴롭히며 터무니없는 보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현재 토지 확보로만 보면 외지업체인 (주)자연과사람들이 지역업체인 (주)언리미티드파워에 앞섰다. 자연과사람들은 전체 면적의 74%를 자신들이 확보했다고 밝히는 반면, 언리미티드파워는 소송분쟁중인 땅을 제외하면 이보다 훨씬 미달하기 때문에 관련법이나 청주시의 자체 기준에도 못 미친다는 주장이다.

이 사업에 먼저 뛰어든 회사는 언리미티드파워다. 언리미티드파워는 이 곳의 대부분 땅이 지역에 잘 알려진 순천박씨 문중 소유라는 점을 감안, 처음엔 문중 대표와 원만한 합의를 이뤄 종중 땅을 일괄 매수키로 하고 사업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도중에 땅값문제로 시비가 벌어졌고, 결국 문중대표와 한 구두약속마저 깨지자 이를 틈타 외지업체인 자연과사람들이 뒤늦게 뛰어든 것이다. 이 때문에 문중 대표와 언리미티드 사이엔 치유할 수 없는 감정의 골이 생겼고, 후발주자인 자연과사람들은 오히려 문중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업고 더 많은 땅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언리미티드파워 이재룡대표는 "아무리 경제논리가 판치는 세상이지만 남의 사업장을 이런 식으로 침범할 수 있느냐"며 상도의적인 문제를 제기하지만 자연과사람들의 정병우 대표는 "청주에 진출할 만한 계기가 있었고, 수익성이 어느정도 엿보였기 때문에 사업가로서 소신을 갖고 하게 됐다"고 반박했다. 먼저 이 사업을 기획, 지난 2004년부터 일을 시작한 언리미티드파워는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사업지구지정 제안서를 냈다가 자진 취하했으며, 자연과사람들은 그 공백기를 이용해 역시 1차 제안서를 접수했다가 자진철회한 후 지난 6월 15일 2차로 제안서를 내게 됐다. 이 때문에 언리미트파워 측은 "우리 사업을 중간에 가로채려한 상대측에도 서운하지만 이를 인정한 청주시의 처사에 정말 안타까움을 느낀다. 결국 양사간 분쟁만 부추긴 꼴이 되지 않았나"고 말했다.

사업 초기 순천박씨 종중과 좋은 관계를 이루며 종중 소유 일부 토지와 개인 땅까지 매입했던 언리미티드측은 토지주들이 당초 약속과는 다르게 자연과사람들과도 이중계약을 맺자 사안별로 10여건의 소송까지 벌여 현재 대부분 1심에서 승소한 상태다. 이를 근거로 언리미티드측은 자연과사람들이 주장하는 토지소유율과 지주동의율이 터무니없다고 주장하며 청주시가 이를 분명하게 다뤄줄 것을 주문하는 반면, 자연과사람들측은 문제의 땅을 제외하더라도 법적 요건을 갖추는데엔 하자가 없다고 맞서 이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진단이 요구되고 있다. .

순천박씨 종중측은 "처음엔 이재룡씨 측에 문중 땅을 넘겨주기로 약속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땅값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생기게 됐고, 이러 와중에 저쪽에서 문중의 뜻과는 다르게 편법을 썼다. 그래서 갈라진 것이다. 이중계약을 했다는 부분도 내가 듣기엔 약속한 기일에 중도금과 잔금이 안 건네졌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으로 안다. 토지주의 입장에선 한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하는게 인지상정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시행사간의 경쟁으로 문제의 땅값은 큰 폭으로 올랐다는 것이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사자들의 함구로 정확한 가격의 추이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인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처음 이 땅은 평당 50만∼ 60만원대로 얘기되다가 80만원대를 호가했고, 나중엔 100만∼120만원대까지 시세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련의 이런 논란에 대해 지역의 한 건설업체 대표는 "도시개발사업이라는 것엔 원래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비하동 사례는 문제가 있다. 지금 시중에 나도는 특혜니 뭐니하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이 문제를 슬기롭게 풀기 위해선 남상우 시장이 직접 챙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