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보전, 1200여년된 레스토랑도 있어
모짜르트·영국 근위병 교대식 대단한 관광상품

기자는 지난 13~23일까지 한국언론재단이 주관하고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주최한 ‘생태도시와 도시숲 조성’ 해외공동취재를 다녀왔다. 전국의 일간지·주간지 기자 12명과 관계자 등 16명의 취재단은 영국·독일·오스트리아 유럽 3개국을 방문하고 각 국의 공원과 숲, 산림체험장, 자연보호센터 등을 둘러보았다. 이 과정에서 해당 시 관계자와 담당자들로부터 브리핑을 받고 현장도 직접 확인했다. 해외 취재기를 2회에 걸쳐 싣는다.

유럽의 도시들은 아름답다. 전통과 역사를 중시하는 유럽인들은 건물을 개·보수 할 때도 ‘하드웨어’는 그대로 두고 ‘소프트웨어’만 드러내 몇 백년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짤쯔부르크시에서 취재단은 서기 803년에 지어진 레스토랑을 보았다. 12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이 곳은 필요할 때마다 손질을 해서 불편함이 전혀 없다.

더욱이 문 밖에 ‘804년에 지어진 집’이라는 자랑스런 역사를 내세워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고색창연한 아름다움과 1000여년을 거치며 손 때가 묻은 이 곳을 오스트리아 국민들은 외국인들에게 자랑스럽게 내놓았다. 이런 특별한 집 외에도 유럽의 보통 건물들 역사는 100년을 넘는다. 그래서 여행가이드들은 건물 하나를 설명하면서 그 나라의 역사를 줄줄이 꺼내 놓았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유럽을 방문하고 가장 먼저 놀라는 것은 바로 건물들의 장구한 역사다. 하루 아침에 깨끗하게 밀어버려 과거에 무엇이 있었는지조차 생각할 수 없게 만드는 우리나라 사람들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모짜르트 먹고 사는 오스트리아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성은 1689년 프랑스의 루이14세 침공으로 무너지기 시작해서 많은 부분이 허물어졌는데, 현재 그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다. 어디 한 군데 시멘트로 발라놓은 흔적이 없었다. 각 국에 있는 성당과 수도권, 궁전 등이 몇 백년을 흐르며 꿋꿋하게 랜드마크로 살아 있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한마디로 유럽은 건축박물관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도시는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따로 있다. 구시가지는 영광과 패전의 기록들을 간직하고 있고, 신시가지는 첨단빌딩들이 즐비하다. 이들이 이렇게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구시가지의 건축물들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규제하기 때문이다.

개·보수 공사를 할 때 무척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특히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간판 한 개, 창문 한 개도 마음대로 건드리지 못하고 반드시 전문가 손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800년 된 독일의 로텐부르크시는 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돼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또 유럽인들에게서는 문화유산을 소중히 가꾸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이 문화유산은 이미 국민들을 먹여 살리는 대단한 ‘가치’들이 된지 오래다. 모짜르트의 고향이며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지인 짤쯔부르크시는 이 두 가지로 엄청난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관광상품 코너에 가면 모짜르트 시계·가방·모자·초콜릿·컵·도자기·악세사리가 즐비하고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활용한 각종 기념품들이 쌓여 있다.

모짜르트가 태어난 곳, 그의 어머니가 살던 곳, 그가 처음으로 연주한 곳, 결혼한 곳 등을 보기 위해 세계의 관광객들이 밀려오는 것을 보고 한 사람의 위대한 음악가가 미친 영향이 얼마나 큰가를 새삼스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모짜르트·베토벤·슈베르트·하이든·요한슈트라우스 등이 태어났거나 거쳐간 곳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인은 전세계에서 모여드는 음악 유학생들로 북적였다.

우리나라에서도 1000여명의 학생들이 건너가 현재 음악을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각종 콘서트 장은 청중들로 넘쳐나고 거리에는 아마추어 음악가들이 삼삼오오 모여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근위병 교대식에 북적북적 영국에도 수많은 문화유산이 있지만, 존재하나 통치하지 않는 국왕과 관련된 것들이 중요한 관광상품 역할을 하고 있었다.

1873년 버킹검 공의 사저로 세워졌으나 현재 국왕의 궁전인 버킹검 궁전은 근위병의 교대식을 보기 위해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 교대식은 동절기를 빼놓고 날마다 오전 11시~오후 12시 10분에 이뤄진다. 실제 지난 14일 교대식에는 수천만명의 관광객이 입추의 여지없이 몰려들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한 한국인 가이드는 “평소에는 이 궁전을 개방하지 않으나 여왕의 휴가철인 8월 초부터 2개월간 공개한다. 그런데 비싼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온다. 또 1926년 4월 21일생인 여왕의 생일잔치를 6월 2~3번째주 토요일에 하는데 이 때도 관광객들로 붐빈다”며 국왕과 버킹검궁은 영국 최대의 관광자원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성도 세계인의 관광자원으로 인기를 끈다.

이 도시의 매력은 대학도시라는 점이다. 대학과 레스토랑, 카페, 오래된 성이 연결돼 관광상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이델베르크는 도시 전체에 대학 건물이 흩어져 있어 하나의 거대한 캠퍼스를 연상시킨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폭격을 면해 다행히 성이 보존돼 있는데 지하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포도주통이 묻혀 있다.

따라서 이 도시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낭만과 젊음이 숨쉬는 이 도시 한쪽에는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 배경지로 유명한 레스토랑 ‘레드 옥슨’이 있다. 이 레스토랑은 1703년 지어진 것으로 손님이 많아 앉을 자리가 없었다. 철학자가 많은 독일에는 ‘철학자의 길’이 있다.

시내에서 칼테오도어 다리를 건너 북쪽 언덕 중턱쯤에 있는 이 곳을 실제 괴테·헤겔·야스퍼스 등 수많은 문학자와 철학자가 사색에 잠겨 걸었다고 한다. 이 곳에서 내려다보는 하이델베르크 구시가지의 붉은색 벽돌 뾰족지붕과 고색창연한 아름다움은 환호성을 지르게 한다. / 유럽=홍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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