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 줄여 임금 조정, 퇴직금도 못 받기 ‘일쑤’
원청 최저가 낙찰제 고수, 임금에서 이윤 남긴다

지난 19일부터 청주대 청소용역 노동자 30여명은 총장실 앞 복도에서 용업업체 선정시 고용승계 보장 및 용역업체 3개사 분할을 반대하며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하지만 청주대는 21일 성명서를 통해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재차 밝힘으로써 청주대와 청주대 청소용역 노동자의 갈등은 쉽사리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청주대는 21일 밝힌 성명서에서 “다른 대학이나 공공기관과 같이 입찰에 의한 1년간 도급계약을 실시하고 있고 관련법에 의하면 도급계약 진행시 입찰내용에 고용승계와 같은 특정조항을 명기해 업체를 요구할 수 없도록 돼있다”고 응수했다.

청주대는 또 청주대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3개사 분할 반대에 대해 “교내 각 건물의 관리와 청소상태를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예정대로 입찰과 계약업무를 진행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5월 중순부터 진행된 청주대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농성은 예상된 일이었다.

7월 1일 비정규직법안이 시행을 앞두고 2년 이상 상시적으로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회사가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되어 있지만 반면 2년이 되기 전 계약해지를 할 경우 어떠한 책임도지지 않게 된다. 청주대와 1년씩 2년간 계약을 체결한 서울의 용업업체 A사는 계약만료일을 앞두고 청주대 청소용역 노동자들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로써 용역업체는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고 직접고용이 아닌 도급계약을 통해 용역업체에 청소를 맡긴 청주대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도내 대학 대부분 용역업체 이용 결국 30여명의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하소연할 곳을 잃었다.

사실상 근무지 관리자의 지시를 받는 청소용역 계약은 겉으론 도급계약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불법파견 형태의 간접고용 성격이 짙어 지역에서는 하이닉스 사태의 축소판으로도 비춰졌다. 그런 이유로 청주대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걸고 벌이는 농성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지역민들의 관심은 더욱 뜨겁다. 또한 청소용역업체와 노동자와의 관계, 실태들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도내 대학 가운데 청주대만 직접고용을 하지 않고 용역업체와 도급계약을 맺는 것은 아니다. 충북대, 교원대는 청소용역협동조합과 1년 단위로 계약하고 있다. 서원대, 충주대도 다르지 않다. 대학 뿐만 아니라 기업체, 은행 등 대부분 용역업체를 통해 청소를 맡기는 실정이다.

이렇게 용역업체를 선호하는 것은 직접고용계약이 가져오는 비용의 손실 때문이다. 청주 한 용역업체 대표는 “직접고용을 했을 때 물가상승에 따른 임금상승분과 호봉승급에 따른 임금상승분, 퇴직금, 고용부담 등 적지 않은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청주대가 시민단체들의 집중포화를 받는 것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논리로 논할 수 없는 교육기관이라는 점이다. 1년 못 채우면 퇴직금은 용역업체 몫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에는 136개의 크고 작은 용역업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 관계자는 “수요에 따라 용역업체가 생겨나다보니 청주지역에 가장 많은 102곳의 용역업체가 등록해 있다”고 설명했다. 청주시를 제외하고는 제천 13곳, 충주 10곳, 청원 4곳, 옥천 3곳, 진천 2곳, 음성·제천에 각각 1곳의 용역업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소용역업체 대표 Q씨“청소용역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수준이지만 그나마 조달청을 통한 정부기관 청소용역의 처우가 나은 편이다”고 말했다. Q씨에 따르면 조달청을 통한 계약은 임금·퇴직금 등이 명시되어 있고 이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고용보장은 되지 않지만 임금이나 근로환경은 다른 형태의 청소용역 노동자에 비해 났다. Q씨는 “이 밖에 도급계약의 경우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을 유지하는 수준이거나 이런저런 적용으로 이보다 못한 대우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에 의거한 최저임금은 72만7320원(시급 3480원 X 209시간)이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챙겨주는 용역업체는 많지 않다. Q씨는 “도급계약의 경우 대부분 최저가 입찰을 하고 있다. 재료비와 자재비 등은 크게 유동성이 없는데다 적정이윤 7%를 남기기 위해서 편법으로 임금을 책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Q씨에 따르면 하루 8시간을 근무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고도 쉬는 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6시간 근무를 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실제 노동자가 가져갈 수 있는 임금은 60만원 이하가 되기도 한다. 또한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보니 이직률이 높고 1년을 채우지 못한 노동자들의 퇴직금은 용역업체의 몫으로 돌아간다. 일반 건물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언제 또 있을지 모를 일을 기다리는 일용직 근로자가 대다수다. Q씨는 “용역업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노동자를 생각한다면 직접고용형태가 가장 바람직하다. 또한 도급계약의 경우도 최저가 낙찰이 아닌 적정가 낙찰로 전환해 용역업체의 일정 수익을 보장해주는 것이 청소용역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다”고 말했다.

■ 아파트 청소용역 노동자의 하루 아파트 청소를 하는 지 모씨(63)는 아침 9시에 출근해 저녁 4시30분에 퇴근한다. 8시간을 근무할 수도 있지만 소속된 용역업체에서 하루 6시간만 근무 시간으로 책정하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이 1시간 30분으로 정해져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렇게 주 5일을 근무하고 토요일 오전까지 근무해 그가 받는 월급은 64만원. 그나마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실수령액은 61만원에 불과하다. “8년째 한 아파트에서 일을 해왔다. 5명이 근무할 때는 50만원을 채 넘지 못했다”고 지 씨는 말했다. 지금은 4명이 5명 몫을 하는 대신 월급은 조금 늘었다.

지 씨는 몸이 불편한 남편과 손자 2명의 생활을 책임지고 있다. 아이들의 부모가 살아 있다는 이유로 정부지원금도 받지 못한다. 아직 65세가 되지 않아 교통비지원을 받지 못하는 지 씨는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매일 50분 거리를 걸어서 출퇴근한다. 출근 후 지 씨는 아파트 한 동을 맡아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청소한다.

8년간 근무하면서 단 하루도 결근한 적이 없다는 지 씨는 “내가 이곳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대부분 아줌마들 나이가 50대 중반이다. 1년에 한번씩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요즘은 이 일도 하려는 사람들이 많은데다 내가 할 일을 하지 못하면 입주민들의 항의가 들어와 병원에 갈 일이 있으면 일을 빨리 끝내고 다녀온다”고 설명했다.

지 씨는 일을 끝나면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학교를 다녀온 아이들에게 저녁밥을 차려주기 위해서다. “그래도 여기는 근무환경이 좋은 편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 입주민들 좋은 사람들이 많다. 일을 하면서 참기 힘든 것은 적은 월급이 아니라 청소부라고 무시하는 시선이다”고 지 씨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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