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행정수도 후보지를 내년 하반기에 확정키로 한 가운데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26명은 행정수도 입지 선정을 내년 2월로 명시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임시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중 개정법률안’이란 비교적 긴 명칭이 붙은 이 법률안의 주요 내용은 법률명을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 및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으로 변경하여 행정수도를 대전·충남·충북 등 충청권으로 이전한다는 것을 명시했고, 입지선정을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대통령 취임 후 1년 이내인 2004년 2월24일까지 마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을 반대해왔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법률안 발의까지 하며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에 나서는 것은 무슨 곡절이 있을 법하다. 행정수도 이전문제가 여당에 의해 정략적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다.
이에 앞서 민주당 정대철 대표는 충남 공주시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서 “행정수도는 공주가 유력하다”고 발언해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에 대한 정치적 이용이라는 비난을 샀다.
드디어 행정수도충청권 이전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두고 정치적 이해집단들이 자기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난도질을 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바로 가장 경계되었던 정략적 이용에 휘둘려 들어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는 호남고속철도의 분기역 결정문제가 선거철마다 정치논리에 휘말려 이리 저리 동네북이 되어왔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번 총선이 끝나면 결정되겠지 하던 기대는 바로 닥친 대선, 또 이어지는 지방선거 등등에 엇갈리면서 선거판에 단골 메뉴일 뿐 결정되는 것이 없었다.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문제가 그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내년 총선에서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문제가 충청권 표심 결정에 최대 쟁점이 될 것이 뻔하다. 그 대상지역인 충청권에서는 여당인 민주당이 충청권 표심 잡기에 이를 최대한 이용할 것이고 야당은 이를 저지하기 위한 공세를 펼 것이다. 충청권 한나라당 26명 의원이 내년 2월 24일까지 후보지를 선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개정 법률안을 발의한 것도 여당이 총선 이후로 결정을 늦춰 최대한 총선에 이용할 것으로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행정수도 충청권이전 문제를 두고 내년 총선에서 정치적 이용 논란은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 크게 판을 펼쳐보면 행정수도 이전을 달가워하지 않을 기존 수도권의 표심을 의식한 수도권 정치세력들의 내부적 반발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여당 내부적으로 충청권 보다 수도권에서의 득표가 더 절실하다고 느껴질 때 자칫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 패를 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기우일 것으로 여기고 싶지만 정치논리에 갈팡질팡한 국책사업 및 국가 과제가 어디 한둘이었는가를 돌이켜보면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정치권에 대고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것은 씨알도 먹히지 않을 얘기고 하고 싶지도 않다. 현실적으로 접근하자면 그런 정치적 이용이 행정수도 충청권이전의 근본적 명제에 대한 손상을 가져올 수 있음을 경계하라고 주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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