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설립 후 콜 수수료 인하·제도개선 등 본격화

▲ 서비스연맹 청주대리운전 노동조합 서동민 위원장과 임원들이 근로조건개선을 위한 1차결의대회에 앞서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11일 청주에서도 민간서비스연맹 청주대리운전노동조합이 창립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이는 대구와 울산에 이어 전국 세 번 째로 노조가 결성된 것이다. 청주에 등록된 대리운전 업체는 60여개. 대리운전 노동자만 1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노조는 추산하고 있다.

이들은 14일 오후 7시 청주 실내체육관 앞에서 1차 결의대회를 갖고 앞으로 타 지역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콜 수수료 인하’와 ‘부당한 대리운전 제도 개선’,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노동 3권 보장과 근로조건 개선’ 등 크게 3가지를 지역 대리운전 업체(청주콜·씨티콜·둘둘콜 연합)에 요구할 방침임을 밝혔다.

이날 청주 대리운전 노조는 청주의 대리운전 업체들이 다른 지역보다 10%이상 높은 콜 수수료를 챙기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 사례로 서울·수도권의 업체가 대리운전비의 20%, 대전 지역이 22.5%를 수수료로 받고 있는 가운데 청주지역은 이보다 10% 이상 높은 31.3%를 수수료로 챙기고 있다고 제시했다.

이는 대전이 8000원짜리 연합 콜을 부를 경우 업체가 1800원을 콜 비로 떼는 것과 달리 청주는 2500원을 떼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1만원 콜의 경우 타 지역이 2000원부터 2500원까지 떼는 반면에 청주는 3000원을 떼고 있어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상대적으로 크게 줄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단체 보험료가 월 55만원으로 5만 5000원씩 10개월 치만 내면 되는 상황에서 업체 측은 매월 1만원씩 의무적으로 공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대리기사들의 PDA폰 월 프로그램 사용료가 대구(4∼5000원)와 대전(7000원)에 비해 무려 2∼3배가 비싼 1만 5000원에 이르며 이를 강제적으로 공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노조원들은 회사 측이 프로그램 제공 업체에 제공하는 사용료는 7000원 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사측이 일방적으로 두 배에 해당하는 돈을 받아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는 사용자원칙에 따라 앞으로 반반씩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어 노조원들은 “이 같이 업체의 횡포가 심각하지만 그동안 노동자의 법적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눈치만 봐야 했다”며 “따라서 앞으로 노조원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민간 서비스 노조의 법적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노조원들은 앞으로 제도적 마련을 위해 힘을 모아 나갈 것임을 다짐하기도 했다. 우선 국회 계류 중인 대리운전 법안이 사용자의 일방적인 권리를 담고 있다고 보고 개선 입법안을 발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최근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법안이 마련 중임을 알고 이 법안의 국회통과를 지원할 방침임을 밝혔다.

청주대리운전 노동조합 초대 위원장으로 선출된 서동민 위원장(47·전 청주씨티콜 근무)은 “노조 설립을 알리는 소식지를 배포했다는 이유로 회사 측으로부터 일방적인 해고 통지를 받아야 했습니다. 막장 인생이라는 대리운전, 한 달 내내 밤을 밝혀 일해도 법정 최저임금(119만원)에 못 미치는 것이 오늘에 현실입니다. 그런데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온갖 착취를 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는데 혼신을 다 하겠습니다”고 말했다.

청주 씨티콜 한 관계자는 “대리운전 기사는 모두 계약직이다. 수당을 받고 일하는 상황에서 월급을 받는 정규직처럼 처우를 개선해 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소속 회사와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보다 여기 저기 등록해 놓고 회사 정보를 유출하며 실리추구를 하는 노조원들이 마치 일방적으로 회사의 횡포를 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처우개선을 위한 노조 설립이라기보다 실리 추구를 위한 집단행동이다. 노동 3권을 요구한다면 정규직을 찾아 가면 된다. 보험료 납입은 손님을 위한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고 전했다. / 경철수 기자

청주대리운전 노조 서동민 위원장은 누구?

▲ 서동민 위원장

민간 서비스연맹 청주대리운전 노동조합 서동민 위원장(47). 그는 지난달 10일 동료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노조가입을 권유하는 유인물을 배포하다 회사로부터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 10일까지 청주씨티콜에서 일해 오면서 ‘인생막장’이란 삭막한 비유가 잘 어울릴 만큼 근무 여건이 열악한 대리운전 기사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뭔가 하고 싶었다고 한다. 밤업소 밴드 일 등 안 해 본 일이 없지만 가족을 위해 일할 수밖에 없었던 서 위원장. 자신의 신세도 딱하지만 수천만 원의 카드빚과 채무에 시달리다 어떻게든 갚고 떳떳이 살아보겠다고 밤거리를 누비는 동료 기사들의 속사정이 너무도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콜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고 회사는 일방적으로 PDA폰을 닫아 버리고, 타 지역에 비해 높은 수수료를 떼어 가도 업체의 횡포에 말 한마디 못하며 일해야 했던 동료 기사들. 서 위원장은 업체의 횡포에 맞서기에 개인은 약 하지민 노조는 강하다는 생각에 노조 설립을 서둘렀다 한다.

지난달 4일 우연찮은 기회에 인터넷 기사를 통해 대구 대리운전 기사 노조의 설립을 보았고 5일 직접 대구를 방문했다. 이어 22일 서울 비정규직 생존권 보장 집회에 참석한 뒤 이번 달 11일 정식 노조를 창립하게 됐다.

서 위원장은 “대리운전 기사들은 항시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술에 취한 승객을 상대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대부분 대리 운전자를 격려하며 사람 사는 얘기를 건네 오지만 간혹 대리운전 기사를 조롱하며 비웃는 손님을 볼 때면 딱 죽고 싶다”고 말했다.

따라서 서 위원장은 “이 같은 대리운전 기사들이 사람답게 살면서 자신의 권익을 보호받기 위해선 노조를 설립하고 국회 계류 중인 대리운전 법안이 하루 빨리 통과 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며 “다만 사용자를 위한 일방적인 대리운전 법안은 대리운전 기사의 노동자성(노동 3권)을 인정하는 새로운 법안으로 개정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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