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부장 서울 근무지 이탈, 비판기자에 욕설

지난해 정부의 법외 공무원 노조 퇴출 방침에 따라 시청사에서 쫓겨났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 제천시지부(지부장 경갑수·행정6급)가 지난 4월 26일부터 또다시 제천시 청사 내에 노조 사무실을 차려 놓고 불법 노조 활동에 나선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공무원 총파업에 참가한 것이 문제가 돼 파면 조치된 뒤, 올 초 기획예산팀 내 서울사무소로 복직 처리된 경갑수 지부장은 그동안 단 한 차례도 발령지로 출근하지 않은 채 20여 평에 달하는 전공노 제천시지부에서 달랑 여직원과 둘이서 근무해온 것으로 확인돼 동료 공무원들 사이에서조차 공직사회의 위계질서를 무시한 독선적 행태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노조 설립 신고를 하지 않고 노조활동을 하는 모든 공무원 단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체교섭·단체협약 체결 불허 ▲노조 전임자 인정·조합비 일괄공제·사무실 제공·기타 편의제공 등의 일체 행위 불허 ▲불법단체 가입·활동 공무원의 자진 탈퇴 유도 등의 대응책을 일선 자치단체에 하달했다.

이에 따를 경우 제천시가 전공노 지부에 사무실을 제공한 행위는 행자부 지침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부당한 지원에 해당한다. 엄연히 서울사무소로 발령받은 공무원이 노조 활동 등을 이유로 5개월 가까운 기간 동안 근무지를 무단 이탈한 채 법외 노조활동을 벌이고 있음에도 징계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 역시 정부 지침에 위배되는 부당 지원인 셈이다.

동료 공무원 K씨는 “전공노 제천시지부는 현행법이 금지한 단체교섭, 단체행동권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고 아직까지 노조설립 절차조차 이행하지 않은 명백한 법외 노조”라며 “이런 불법 단체에 20여 평에 이르는 사무실과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시민의 혈세를 부당하게 지출하는 행위로서 명백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K씨는 “지난해 행자부가 전공노의 법외 노조 활동을 금지하는 조치를 (지자체에) 하달하면서 이같은 정부 방침을 어기고 불법단체와 단체교섭·단체협약 체결 등 불법행위를 묵인·방조하는 지자체에 대해선 특별교부세 삭감, 각종 국책사업 선정 배제 등 행·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언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시장이 노조의 요구에 굴복해 시청 사무실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노조 지부장의 오만방자한 행위를 모른 체하고 있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꼬집은 뒤 “근무지 무단 이탈은 물론, 시장의 인사권조차 짓밟는 사람에게 급여와 수당까지 제공하고 있는 시의 처사를 보면서 ‘법보다 주먹이 더 가깝다’는 현실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최근 한 일간지가 경 지부장의 근무지 무단이탈 사실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제천시가 경 지부장에게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매월 200여만 원씩 월급을 지급하는 한편, 3개월 치의 초과수당(10여만 원씩)까지 지급한 것으로 드러난 데 대해 팀제 개편 등을 통해 쌓아온 공직사회의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해당 언론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정말 한심하다”, “특권의식 위에서 잠자는 사람들”, “그 공무원 바로 퇴출시켜라” 등의 격한 댓글들이 올라오는 등 노조를 질타하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경 지부장은 “오는 7월부터 관계법을 준수하는 합법노조로 전환키로 선언을 한 상태에서 노조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천시 역시 경 지부장의 이 같은 주장에 동의하면서, 사무실의 원상복구나 근무지를 이탈한 지부장에 대한 징계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그러나, 상위 노조인 전공노가 민주노총 산하 노조로서 그동안 줄기차게 공무원노조의 노동 3권 완전 보장을 요구해왔기 때문에 제천지부가 전공노를 탈퇴하지 않는 한 합법노조 전환은 구두선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게 시청 안팎의 분석이다. 설령 노조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아직 정식으로 등록도 되지 않은 법외 노조에게 사무실을 제공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원칙과 명분을 생명으로 하고 있는 전공노 제천시지부가 굳이 편법을 동원하면서까지 시로부터 사무실을 제공받은 것은 그 자체가 자기모순으로서, 시정의 건전한 감시자로서의 대전제를 스스로 포기한 행위라는 것이다.

제천시 역시 ‘2008년 정부예산 확보 추진상황 보고회’를 통해 내년도에 2900여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정부 예산 목표를 발표까지 한 상황에서 교부금 확보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전공노 지부 사무실 지원,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등을 결정한 것은 전공노와의 밀월관계를 위해 14만 시민의 살림살이를 팽개친 부당한 처사라는 비난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경 지부장은 전공노 제천지부와 자신에 대한 문제점을 연재한 모 일간지 기자에게 욕설을 퍼붓고 부시장과의 인터뷰마저 방해한 사실이 공개돼 또 한 번 구설에 올랐다. 신악이 구악을 뺨치는 상황 속에서 제천시정이 과연 노조의 주장처럼 올바른 방향으로 진보할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 윤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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