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옥균 교육부 기자

   
‘한수이남 최초·최대 사학’ 청주대학교에 항상 붙어 다니는 수식어다. 1924년 4월 청암 김원근 선생과 석정 김영근 선생 형제는 피땀으로 모은 재산을 인재양성을 통해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교육입국의 일념으로 대성학원을 설립하고 20여년이 지나 청주대를 세웠다.

현재 수동 한국은행 충북본부 부근 적산 학사를 임대해 고등교육을 시작한 청주대는 2번의 학사 이전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정착했고, 그 사이 전쟁과 미군정·군사정권·IMF 등 고난의 민족역사를 함께했다.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대학은 이를 극복하며 60년 역사를 써내려갔다.

60주년을 취재하다 만나게 된 이오범 옹(79·1회 졸업·전 청주대 경상대학장)은 청주대가 지역에 견줄 대학도 없이 홀로 우뚝 섰던 50년대를 회상하고 우수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던 60년대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청주대 역사에서 가장 찬란한 10년을 만들어간 이야기를 전해 줬다. 그 이후로도 청주대는 크게 작은 일들을 겪어오면서도 여전히 건재하게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5일 청주대 60주년 기념식이 열린 청주대 음악관 콘서트홀 앞 계단에는 시상식에서나 볼 수 있는 거대한 레드카펫이 깔렸고, 그 위로 지역의 내노라 하는 인사들이 앞 다퉈 60돌을 축하하기 위해 레드카펫을 밟았다.

콘서트홀을 빈자리 하나 없이 가득 메운 축하인파 속에서 기념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 하지만 같은 시간 콘서트홀 앞에는 청주대에서 청소용역을 하고 있는 노동자와 민주노총 관계자 50여명이 고용안정과 최저임금보장 등을 요구하며 이를 저지하는 젊은 남성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상반된 모습이 연출됐다.

필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행사에서 생존권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위였을 것이다. 미리 예견된 이들의 시위로 야외에서 치르기로 했던 리셉션을 새천년종합정보관으로 옮겨 진행됐다. 또한 자리에 있던 경찰에게 물어본 결과 노동자들과 대치하고 있던 젊은 청년들은 용역회사 직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득 수년째 계속돼 온 교수회와 학교 측의 대립이 떠올랐다. 교수회도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기 위해 60주년 선포식, 입학식 날짜에 맞춰 시위를 준비했었다.
한수 이남의 최대사학인 청주대는 장대한 역사와 함께 도내에서 학내분규가 가장 많았던 대학의 모습으로 대비돼 기억된다. 87년 시작된 학내분규는 아직도 불씨를 남겨놓고 있다.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이날 본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시위로 축하해야할 60주년 행사에 찜찜함을 남겼다.

대학은 생명체다. 60년간 생명을 유지해오면서 크고 작은 일들을 겪었고 그때마다 몸에는 상처가 생겼났다. 어떤 상처는 스스로 치유되기도 하고 어떤 상처는 치료를 받아 아물기도 했다. 또한 어떤 상처는 완치되지 못한 채 여전히 남아 움직일 때마다 통증을 유발한다.

상처를 덮어 눈에 보이지 않게 한다고 통증이 가시지는 않는다. 기념사에서 밝힌 것처럼 ‘백년 보다나은 천년’을 살아 숨쉬기 위해서는 곪은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있더라도 치료해야한다.
청주대가 상처를 깨끗이 치유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천년만년 지역과 나라와 함께하기를 동문의 한사람으로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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