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의 한 고택(古宅)에서 일왕(日王)을 추모하는 문구가 새겨진 비석이 발견됐다.

옥천군 민족문제연구소와 옥천읍 문정리 정태희씨(53) 등은 정씨 집 마당서 '명치천황어일주년제기념비(明治天皇御一週年祭紀念碑)'라는 문장이 새겨진 길이 170㎝, 너비 27㎝, 두께 23㎝의 비석이 발견됐다고 7일 밝혔다.

비석 뒷면에는 비(碑)를 만든 날을 기록한 것으로 보이는 '대정이년칠월삼십일(大正二年七月三十日)'이라는 문구도 새겨져 있다.

이 비는 이 집을 2년 전에 매입한 정씨가 허물어진 사랑채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마루 밑 디딤돌로 쓰이던 것을 옮겨 세운 것으로 최근 한 주민이 민족문제연구소에 제보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정씨는 "160여년 된 이 집에는 일제 강점기 당대 최고의 지주가 살았다고 전해들었다"며 "발견 당시 비의 상태로 봐 해방 이후 누군가가 고의로 디딤돌로 묻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역사적 가치가 있을 것 같아 마당 귀퉁이에 옮겨 세웠다"고 덧붙였다.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연구실장(47)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나 일본인, 지방 친일권력 등에 의해 여러 형태와 내용의 기념물이 조성됐으나 해방 뒤 대부분 파괴되거나 사라졌다"며 "일본의 122대 왕인 명치천황 사망 1주기를 추모하는 비석으로 추측되지만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는 종합적인 조사를 거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시 대부분의 기념물에는 조성 날짜와 조성자 이름이 함께 새겨졌으나 이 비석에는 날짜만 남았다"며 "민관 합작이거나 누군가 고의로 훼손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피력했다.

10여년 전 이 집 인근인 죽향초등학교 교정에서는 일제가 학생들에게 충성을 강요하기 위해 세운 '황국신민서사비' 잔해가 발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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