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농측에서 지역업체에 인수의향 타진

자본엔 국경도 없다는 데 하물며 같은 국내자본을 놓고 지역자본과 타지자본을 꼭 구별할 필요가 없을 지 모른다. 꿩 잡는 게 매라고 누군가 공격적이고 창조적인 기업가 정신을 무기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기업을 인수, 기업생명을 살리겠다고 나선 행위에 대해 칭찬하지는 못할 망정 내외간을 구별해서 무엇하겠느냐는 반론도 나올 법하다.
하지만 인지상정은 그렇지 않다. 대농이 신안컨소시엄에 매각됐다는 소식을 접한 지역은 “이왕이면 지역의 자본이 대농의 인수주체가 됐더라면 금상첨화였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지역자본들이 대농으로부터 인수를 제의받고, 구체적으로 검토까지 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이런 정서는 더욱 내연(內燃)하고 있다.

“자본회수 기간 길고 위험 크다”
대농측도 “가능한 한 이 지방의 업체가 우리 회사를 인수해 주기를 희망했다”고 밝힐 정도다. 대농 관계자는 “이에따라 올들어 (주)대원과 신라종합개발에 인수의향을 타진했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대원의 경우는 같은 섬유업체로서 대농의 인수적격자로 내심 ‘지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수제의를 받은 대원은 다각도로 사업성을 검토한 끝에 ‘곤란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고 했다. 1000억대에 이르는 인수자금 규모가 만만찮은 데다 투자에 따른 잉여효과의 발생이 불투명, 자본회수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염려가 컸다는 게 대원측의 설명이다. 회사의 운명이 걸린 사업을 결정하는 데 있어 최상의 시나리오와 최악의 시나리오를 모두 검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이 결과 보수적 관점에서 이 사업을 대원이 떠맡기에는 ‘위험’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혹 성사될 지도 몰랐던 (주)대원의 대농인수가 불발로 끝난 이유는 이랬다. 신라종합개발측으로부터는 직접적인 설명을 듣지 못했지만 지역에선 “신라역시 대원과 같은 판단을 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청주공장만해도 도시계획변경에 따른 땅값 상승 효과를 단순 셈법으로 계산할 때 그 가치가 엄청난 것이 사실이지만, 대농의 방직업을 자산뿐 아니라 부채까지 포함해 승계해야 하는 데다가 대체 공장부지를 확정-이전한 뒤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기업경영을 해야 하는 일이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디로 이전할까” 주목
(주)대원과 신라에 앞서 다른 기업들과 사이에 진행됐던 서너차례의 매각협상이 끝내 무산된 것도 같은 이유가 걸림돌이 됐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M 컨소시엄 등 국내의 여러 자본들이 나섰지만 결국 모두 손들었다는 것.
신안그룹의 계열사 위치로 ‘신분변경’을 해야 할 대농이 지금의 보금자리를 떠나 어디에다 새 터전을 마련할 것인가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에대해 (주)대농 청주공장 측은 “그동안 청주시와 청원군에 후보지 추천을 의뢰, 여러 곳을 소개받았지만 아직 적지를 찾지 못했다”며 “방직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교통이 편리해야 하고 전기공급이 원활한 곳을 입지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데 청원지역의 경우 대부분 산골짜기 밖에 없고 청주시로부터 소개받은 지역도 현지실사에 나서고 있지만 최적의 장소를 물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이전 후보지가 확정되기까지 앞으로 만만치 않은 과정과 시간이 소요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양백여상은 어떻게 되나?
한편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일하면서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던 산업체부설학교인 양백여상의 운명은 모기업인 대농과는 달리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대농 관계자는 “올해 250명의 신입생을 모집한 만큼 양백여상은 이들이 졸업하기까지 존속될 것”이라며 “하지만 내년부터 신입생을 뽑지 않고 주부사원 위주로 직원을 채용하기로 방침을 전환함으로써 3년뒤에는 ‘폐교’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폐교후 현재 남아있는 23명의 교사는 충북도교육청에서 특별채용, 국공립학교로 전출시키게 되는 만큼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대해 충북도교육청 중등교육과 인사담당자는 “교육공무원법 제12조와 교육공무원 임용령 제9조의 2항 제5호 규정에 따라 ‘사립학교의 폐교·폐과, 또는 학급감축으로 퇴직하거나 과원(過員)이 되는 교원은 특별채용을 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1979년 3월 개교, 올해까지 22회에 걸쳐 1만3063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양백여상은 80년대 후반 학급수가 한때 65개에 이를 만큼 전국 최대 규모의 산업체 부설학교로서 명성을 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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