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전문가 “가로수 중앙에 녹도 설치하자”
청주시 검토1안 확정단계…부모산쪽에 녹도 신설


청주가로수길은 구체적으로 죽천교~청주IC간 5km 구간이다. 50~60년생 버즘나무(플라타너스) 1350본이 울창한 숲을 형성하는 가로수길은 전국적인 명소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2001년 산림청·생명의숲국민운동·유한킴벌리가 공동으로 주최한 '아름다운 숲 경연대회' 거리숲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2006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행정자치부가 실시한 '제1회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지역자원 경연대회 공모전' 도로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아니, 이런 이름있는 대회에서 수상하기 이전부터 가로수길은 청주를 찾은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우암산·무심천과 함께 청주의 상징으로 불려온 가로수길은 봄이면 뾰족뾰족 돋아나는 새싹을, 여름이면 하늘을 가릴 만큼 울창한 숲을, 가을이면 갈색으로 물든 운치있는 모습들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겨울이면 앙상한 가지를 하얀 눈으로 덮은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전해 주었다. 이처럼 가로수길은 사계절의 모습을 분명하게 보여줘 보는이들로부터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가로수길은 지난 52년 정부의 녹화계획에 의해 당시 홍재봉 강서면장이 버즘나무 묘목 1600본을 심은 것이 오늘날 울창한 숲을 만든 계기가 됐다. 이후 70년 고속도로 개통 때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되면서 뽑혀나갈 뻔 했으나 당시 이종익 충북도 도로계장이 이식해 살려낸 것으로 알려졌다. 홍 옹은 새끼손가락 만한 묘목을 길가에 심고 아이들이 장난으로, 소장수가 회초리용으로 종종 꺾어가는 것을 하지 못하도록 지켜 서 있기도 했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남상우 시장, 검토1안 지지
이렇게 지켜낸 사람들 덕분에 가로수길은 청주의 자랑으로 남았지만, 가로수길 확장사업은 순조롭게 풀리지 않고 있다. 지난 99년 나기정 시장 때 시작된 이 사업은 한대수 시장을 거쳐 현재는 남상우 시장에게 공이 넘어갔다.

지난 5월 31일 청주시는 가로수길 확장공사 시민토론회를 열었다. 이만형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 사회로 진행된 이 날 토론회에는 김현수 전 청주시장, 허원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대표(서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고석기 청주시의정동우회 회원(전 청주시의원), 박종규 청주시의원, 송재봉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 박덕순 강서1동 주민자치위원장, 박창재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참석했다.

시는 교통체증 해소와 가로수길 주변 보행자도로 확보, 가로수터널 명소화 목적으로 오는 2009년까지 507억원을 투입한 공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공사는 이미 2004년부터 시작돼 옹벽쌓기가 거의 이뤄진 상태다. 전체적으로 볼 때 30%의 공사가 진행됐다.

그러면서 시는 3개의 안을 제시했다. 현행안은 기존 가로수길 공원화계획과 일치하는 것으로 가운데 4차선 도로를 시민휴식공간으로 하고 양쪽으로 6차선을 신설해 차도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검토 1안은 기존 가로수길을 청주IC 방향 차도로 이용하고 좌측에 3차로를 신설, 시내방향 차도로 이용하는 한편 부모산쪽인 우측에 녹도를 만드는 것이다. 차도는 양쪽 합쳐서 7차선이 된다. 또 검토 2안은 기존 가로수길을 그대로 사용하며 양측에 1차로씩 추가 설치, 6차로로 만들고 양 끝에 보행자도로를 두는 것이다.

토론회는 이 세가지 안을 가지고 진행됐으나 평면적으로는 현행안을 지지하는 사람이 3명, 제1안을 지지하는 사람이 4명 나왔다. 그러자 시는 현재 1안이 최적안이라고 결론을 낸 상태다. 하지만 시는 토론자를 섭외할 때 성향을 미리 분석하고 1안으로 몰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미 토론회를 하기 전부터 남상우 시장이 1안으로 하기를 원한다는 소문이 돈데다 절묘하게 시민단체 관계자 3명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1안을 지지했다. 토론자들의 면면을 볼 때 쉽사리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현행안대로 가려고 했으나 많은 시민들이 분진과 매연이 많은데 가로수 가운데 왜 산책로를 만드느냐고 해서 설문조사와 토론회를 한 것이다. 토론회를 해보니 역시 1안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는 2안(38.4%)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고 다음이 현행안(34.7%), 마지막이 1안(26.9%) 이었다. 이 때문에 청주시가 1안을 선택하면서 시민여론을 존중했다고 하면 설득력을 잃게 돼있다는 게 중론이다. 설문조사에서 1위를 한 2안은 이 날 토론회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민 여론수렴과정은 이제 끝났다. 6월 말까지 최종 계획을 확정지을 것이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들러리 선 꼴”
시민단체 관계자 모씨는 “이런 사정을 알았다면 토론회를 보이콧 했을 것이다. 결국 들러리 선 꼴이 되고 말았다. 무척 불쾌하다. 시는 시민여론을 수렴했다는 이유를 대기 위해 토론회를 열었고, 절반 이상을 자신들의 편을 들어줄 사람을 섭외했다. 그리고 이미 한대수 시장 때 개최된 토론회에서 현행안으로 의견을 모았고 30%나 공사가 진척된 것을 하루아침에 내팽개치는 것은 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일부 시의원들의 반대가 큰 역할을 했다. 유성훈 도시건설위원장은 “현행안으로 가되 가운데 저속차로 만드는 안을 제시했다. 가로수 길은 전국적으로 여러 군데지만 차를 타고 가면서 가로수를 볼 수 있는 곳은 청주밖에 없다. 이런 대안을 제시했는데 집행부에서 아무 말이 없어 5월 31일 토론회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지난 4월 12일 신성우 의원은 시정질의에서 “가로수길은 플라타너스 잎에서 떨어지는 유해분진과 농약살포로 사람들이 들어가 즐길 수 있는 공원 역할을 할 수 없는 곳이다. 엄청난 예산을 들여 길복판에 공원을 만드는 행정력 낭비와 예산낭비는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 시장께서는 타당하다고 생각하는갚라고 물었다. 시의원들 간에도 의견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남 시장은 “차량 소음·매연 등의 공해와 안전성·접근성 때문에 시민들이 들어가 즐길 수 있는 공간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고, 같은 생각이다. 가로수길은 청주 관문으로 하루 5만여 대의 차량이 운행돼 안전이 우선돼야 하는데 도로 중간에 폭 20여m 밖에 안되는 공원을 만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중앙 녹지공간을 다시 차로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소음·매연·안전성 대책 있어
그러나 가운데 휴식공간을 만들더라도 소음·매연·안전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휴식공간이 항간에는 대중 공원으로 잘못 알려진 점이 있으나 산책로와 벤치 정도 있는 녹도를 말하는 것이다.

박창재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가로수를 살리고 도로확장을 해야 하는 두 가지 목적을 실현하는 데는 현행안이 최적이다. 가로수터널로 다니는 차를 다른 데로 돌리면 가로수의 수명이 길어지고, 양쪽으로 6차선을 만들면 차도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 그리고 소음문제는 속도를 50km로 규제하고 관목을 심어 방음림으로 활용하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공원으로 알려진 곳은 대중적인 공원이 아니고 숲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가운데 오솔길(녹도)만 남겨놓고 양쪽에 나무를 많이 심으면 매연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또 횡단보도 앞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과속방지턱을 만들면 안전성도 확보할 수 있고, 병충해는 여러 종류의 나무를 심으면 먹이사슬이 형성돼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원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대표도 “교통량이 많다고 차도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정책은 잘못된 것이다. 편의적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고 청주의 상징으로서 가로수길을 어떻게 꾸밀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가로수길을 시발점으로 해서 녹도를 시내 쪽으로 연장하면 푸른 청주와 이미지가 맞을 것이다. 가로수길을 자동차들이 속도전쟁하는 곳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어쨌든 차를 타고 가면서 가로수길을 감상하고, 청주의 관문이기 때문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의주의적 발상을 차제에 버려야 한다는 말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권상준 청주대 이공대학장(박스기사 참조)의 말대로 교통소통은 대체도로를 만들어 해결하고, 가로수길은 시민들이 걷고 휴식하는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다.
/ 홍강희기자


“가로수길을 차없는 거리로”
권상준 청주대 이공대학장


권상준 청주대 이공대학장(조경학과 교수)은 이미 지난 99년부터 청주 진입로 가로수길 명소화에 대해 주장해 왔다. 권 학장은 “가로수길은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는 청주의 자랑거리며 경관국도다. 도로주변과 도로 중앙부에는 플라타너스가 식재돼 푸른도시 청주를 보여주고 있고 계절적 변화를 느끼게 해준다. 또 축제 장소나 각종 행사장으로 활용될 수 있고 관광자원화할 수 있는 잠재력도 지녔다”며 “버즘나무가 일정한 연속체를 만들어 내면서 독특한 자연경관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청주의 관문에 해당하는 긴 터널과 같은 가로수길은 청주의 상징공간이다. 그래서 주간에만 표출되는 관개경관을 야간에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로수길은 녹도(綠道·greenway)의 축을 도심까지 오게 하는 출발점이어야 하므로 녹도를 조성하고, 차가 통과하는 차도의 기능은 우회도로 등을 통해 다른 도로가 대체해야 한다는 게 권 학장의 요지. 그래서 현 가로수 터널에 녹도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주말에는 차없는 거리를 조성해 마라톤, 백일장, 자전거타기대회, 그 외 문화예술행사를 유치하면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99년부터 이를 주장해 온 권 학장은 “가로수길을 잘 가꾸려면 차 다니는 길을 녹도로 만들어야 한다. 거기에서 시민들은 산책을 하고 벤치에 앉아 쉴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평균 150년 생명의 버즘나무가 500년 이상 산다. 외국에도 이런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 미국 보스턴에는 38km에 달하는 보스턴 웰스도로가 있는데 가운데가 녹도다.

‘조경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레드릭 로우 옴스테드가 1800년말 이 도로를 만든 뒤 세계적인 명소가 됐다. 여기가 바로 보스턴마라톤대회 코스다. 양쪽 가장자리로 차가 다니고 가운데는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이뤄져 있으나 소음이나 매연 걱정을 하지 않는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도 뉴욕시의 요청에 의해 옴스테드가 보스턴 웰스도로를 본따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간에는 양쪽에 차도가 있고 가운데 시민휴식공간을 만들면 이용객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들이 많으나, 권 학장은 외국에 이런 예가 많다고 잘라 말했다. “가로수길을 교통 소통의 대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아름다운 청주 가로수길을 경관국도로 가꿔야 한다. 항구적으로는 청주-조치원간 국도 기능을 별도 도로로 대체토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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