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마늘 전도사 J향토음식점 안타까운 사연

단양읍이 주유소 신축 문제로 시끄럽다. 단양군 단양읍 별곡리에서 17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 씨는 단양농협이 자신의 식당 바로 옆의 공터를 매입하고 여기에 주유소 신축 공사를 전격 단행하자 식당의 안전과 조망권을 침해당했다며 군청과 청와대에 진정서를 접수하고 식당 앞에 항의 현수막을 게시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인근 지역 주민들도 농협이 단양의 제1, 2경이 위치한 명소에 불필요한 민원을 야기해 가면서까지 주유소를 건립하려는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며 이 씨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단양농협이 신축 중인 이 주유소는 실정법에 저촉되지 않는 합법적 건축물이다. 그런 만큼 단양군과 단양농협은 민원을 이유로 허가를 취소하거나 사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 씨 등의 반발에 단호히 맞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미 단양농협은 주유소 부지에 옹벽과 방화벽을 쌓아 올리고 기름 저장고를 매립하는 등 신축 공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씨 등으로서는 현실적으로 주유소 신축을 막을 만한 마땅한 수단이 없는 처지다.

그럼에도 이 씨 등이 주유소 신축에 강력 반발하는 이유는 뭘까?
이 씨가 운영 중인 J식당은 전국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단양의 대표적 향토음식점이다. 10년이 넘게 남의 건물에서 영업을 해오다가 5년 전인 2002년 땅과 건물을 매입한 이래로 향토음식 발굴에 더욱 매진해 다양한 메뉴들을 속속 선보이며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에게 높은 인기를 누려 왔다. 식사 시간대에는 평일에도 예약을 해야 겨우 자리를 차지할 수 있고 성수기에는 식당 밖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관광객들의 풍경이 장사진을 이룰 정도다. 단양군으로부터 향토음식 지정업소와 모범업소로 선정됐는가 하면, 충북도로부터도 우수 모범업소로 지정받았을 정도로 마늘 소재 음식에 있어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음식점이다.

이 씨는 이처럼 지역 관광산업을 선도해온 식당의 앞마당을 주유소가 가로 막게 된 사실에 분개하고 있다.

“주유소 측은 5년 후 주유소 앞 도로가 도시계획도로로 확정되면 도로 높이가 현재보다 130㎝나 높아지게 되므로 이에 대비해 주유소의 지반을 높여 지어야 한다며 옹벽과 담장을 마구 쌓고 있다. 조망권을 완전히 잃을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단양의 맛과 멋을 대표하는 향토식당을 육성하고 홍보하지는 못할망정 이미 포화 상태인 주유소를 건물 앞에 신축해 영업도 하지 못하게 훼방 놓는 심사가 너무 얄밉다. 주유소가 지어지면 길가에서 간판조차 보이지 않아 외지 관광객들이 식당을 찾는 데 애를 먹을 뿐 아니라, 기름 냄새와 자동차 소음 등으로 식당의 환경도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는데, 17년 동안 단양의 관광산업 활성화에 앞장서온 대가가 고작 이런 것이었나?”

이 씨는 농민들이 피땀 흘려 지은 단양 육쪽마늘을 전국에 널리 알리기 위해 고단한 줄 모르고 밤을 지새가며 마늘 음식 개발에 앞장서온 자신에게 다른 곳도 아닌 지역 농협이 피해를 안기려 하는 데 대해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상태다. 더욱이 단양농협이 주유소를 운영하기 위해 매입한 이 신축 부지는 주민들 사이에서 투기 목적의 이른바 ‘알박기’ 땅으로 알려져온 터여서 실망감이 더욱 크다는 게 이 씨의 하소연이다.

스스로를 ‘단양의 장금이’, ‘육쪽마늘의 전도사’로 자임해온 이 씨.
“단양에서는 잘 키운 향토식당이 건실한 중소기업과 다를 바 없는데, 고작 농협의 부대사업을 돕기 위해 전도가 촉망되는 전국구 식당의 문까지 닫게 해서야 되겠느냐”는 이 씨의 하소연에는 믿었던 단양군에 대한 깊은 배신감이 묻어났다.
/ 윤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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