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사정은 정계개편 미진에 오히려 속 태워

자민련 충북도지부가 지난 12일 문을 닫았다. 사무실에 있던 집기는 청주 상당과 흥덕 두곳의 지구당및 구천서 전의원의 사조직인 충북발전연구소 등으로 분산, 사용토록 했다. 당의 주장대로 잠정폐쇄라고 하더라도 갈길 먼 자민련이 도지부 사무실문을 내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지금의 자민련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다. 그동안 도지부를 지켰던 유철웅 전사무처장과 김대식 전 조직국장은 얼마전 중앙당의 구조조정에 따라 명퇴한 상태다. 도내 2개 지역구에 현역의원을 보유한 자민련이지만 도지부를 유지시키기엔 난제가 많았던 것이다. 자민련은 일단 도지부 부위원장인 김낙홍씨(보은 출신)에게 후임 사무처장 대행을 맡기기로 했다. 하지만 정상적인 도지부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이미 오래전부터 전임 상근 당직자들은 사무실의 폐쇄 위기를 알리며 상부에 조치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내코가 석자인 중앙당과 정우택도지부장으로부터 별다른 해답을 얻지 못한 것. 정의원은 “자민련이 현재 처한 위치와 향후 예상되는 정치판의 변화를 감안할 때 부득이하게 당분간 도지부를 비워둘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윗선의 소극적 태도와는 달리 오히려 일부 당원들은 “이럴 수는 없다”며 기존의 도지부 전화를 다른 곳으로 착신해 계속 운용할 뜻을 밝혔다.
도지부 사무실을 그대로 유지시킬 경우 인건비를 차치하더라도 한달 100만원 안팎의 기본 경비가 소요되는데 중앙당의 지원금이 끊긴 지금으로선 마땅한 재원마련이 어렵다. 현재 충북도지부는 약 3000만원 정도의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의 처리문제도 정상운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문제의 빚 중에서 일부는 얼마전 변제했다. 그렇더라도 결정적 재정지원 없이는 도지부를 운영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미지근한 정계움직임에 답답한 자민련

현재 의원 12명으로 국회 내에서 발언권이 상실된 자민련은 이미 정치의 핵심에서 저만치 멀어져 있다.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 왔는데도 언론조차 자민련에 대해 포커스를 맞추는데 아주 인색하다. 충북에서도 자민련의 경우 공조직의 가동은 전혀 없고 개인 차원의 움직임만 목격되고 있다. 때문에 외형상으론 아주 조용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전혀 딴판이다. 독자 생존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소속 의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만의 ‘선택’을 놓고 고민해 왔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탈당은 불문가지다. 자민련은 얼마전 엄청난 소용돌이를 거치며 구조조정을 실시, 생존을 위한 조직 슬림화를 단행했지만 아직 돌파구를 찾지 못해 소속 의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그러나 한 의원은 “지난번 이라크 파병에 대한 국회의결시 유독 자민련만 당론으로 정해 행동을 일치시켰다.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당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고 내년 총선에서도 분명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그 역시 “자민련의 위상정립은 향후 정치권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해 근본적인 고민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았다. 실제로 자민련의 입장에선 현재 뜬금없이 거론되는 정계개편 논란이 하루빨리 그 속내를 드러내기만을 학수고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헤쳐모여가 될 경우 자민련으로선 오히려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일대 변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라크 전쟁 이후로 점쳐졌다. 때문에 전쟁이 마무리되는 현 시점이 특히 주목되는 것이다. 그 단초를 24일 보궐선거가 제공할 공산이 크다. 결과가 어떻든 이를 기점으로 정치권의 움직임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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