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미 애 충북도의회 의원

   
인간에게는 희망이 필요하다. 희망이 있으면 삶이 즐겁다. 만약에 어떤 사람이 지금 나무에 매달려 있고, 나무를 붙잡은 손을 놓치면 아득한 절벽에서 떨어져 죽을지 모르는 위기에 처했다면, 그는 필사적으로 나무를 붙들고 있어야 할 것이다. 누군가가 와서 구해 줄 때까지. 그곳이 만약 사람이 빈번하게 다니는 등산로라면 그에게 희망은 있다. 누군가가 구조해 줄 것이라는 희망 말이다.

좋은 사회란 누구에게나 희망이 있고 도전할 기회가 있으며 실패를 해도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사회다. 그런 사회가 갖추고 있어야할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매달려 있는 손을 놓을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이라는 그물을 쳐놓는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이며 기본적인 기능이다. 뿐만 아니라 국가는 그들이 다시 꼭대기 정상을 향해 도전하고 올라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래야 국가다운 국가다.

오늘 날에는 이와 같은 상향적 사회유동성의 책무가 비단 국가의 책무라고만 미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도 노력여하에 따라서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고, 오히려 정부의 거대한 정책보다 직접적이고 지역 밀착적인 정책으로 지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비단 최근에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사회에서 희망을 잃고 있는 대표적인 집단을 들라면 여성가구주 및 여성노인이다.

현재에도 이혼율 증가와 다양한 가족형태가 증가하면서 여성가구주와 한부모 가족이 증가하고 있다. 전체가구 중 여성가구주의 비중은 1980년 14.7%에서 2007년에는 19.9%로 계속 증가, 2010년에는 20.5%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와 비례하여 여성의 빈곤화도 꾸준히 진전되고 있으며 소득 양극화를 심화 시키는 요인 중 하나이다. 빈곤층에 속하는 가구비율을 살펴보면 남성가구주가 13.6%인데 반해 여성가구주는 43.7%에 달한다.

이병희(2002)의 빈곤실태에 대한 구조적 분석에서도 가구주가 여성이며 학력수준이 낮고 가구원수가 많을수록 빈곤상태에 있을 확률이 높고, 빈곤을 탈출할 가능성이 낮으며 장기빈곤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여성가구주 특히 빈곤여성 가구주일 경우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를 떠안고 있다. 의료 및 건강문제, 주거문제, 교육문제, 육아문제, 가족 내 갈등이나 가정폭력문제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자리 문제 등이 있다. 그리고 이런 가정의 어린이들은 방치되거나 안전상의 문제, 학습과 정서상의 문제, 비행청소년의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 단체는 정부에만 미루지 말고 빈곤지역의 한부모가정 등 여성가구주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들의 욕구와 필요를 분석하며 이들에게 맞춤형, 지역 밀착형 복지를 설계하고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사회에서 가장 취약하고 희망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계층이동의 희망과 기회가 제공될 것이다. 나는 최근 청주시에 ‘한부모가정 희망센터’ 추진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청주시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이리저리 재고 있다. 현재 오히려 보건복지부나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정부 쪽 정책은 선진적인데 지방차원에서는 아직 국가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고 정부에서 내용과 예산을 쥐어 주어야 비로소 움직이고 있다.

이래서는 지방자치가 발전하기 어렵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정책을 개발하고 제안하며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정부에 예산을 요구했으면 좋겠다. 희망을 주는 지방자치단체의 모습은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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