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문화시설·도서관 지역 문화인프라 활용돼야

5월은 문화의 달이라 할 만큼 다채로운 문화행사들이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국립청주박물관은 봄문화축제를 열고 음악회, 영화상영, 재즈 퍼포먼스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도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뮤지컬, 클래식, 판소리 등 공연이 5월 내내 이어지고 있다.

요즘처럼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린다면 지방의 문화소외현상을 운운할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시민들이 수도권 문화집중현상을 지적하며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문화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문화적 소외감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 대학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문화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문화적 소외감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 대학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청주예술의전당 공연장면. 충북민예총 회장을 지낸 김승환 교수(충북대 국어교육과)는 “문화적 소외감은 비단 우리 지역민들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문화행사가 가장 많이 열린다는 수도권 주민들도 문화충족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인구 대비 문화행사 횟수를 살펴보면 청주지역은 타 도시 평균을 상위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문화충족의 기회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예술에 대한 시민들의 수준은 높아진 반면 문화행사가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문화체험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역의 대학이 앞장서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청주의 대표적인 대학인 충북대, 청주대, 서원대는 종합문화시설들을 갖추고 있지만 소극적인 문화기여에 그치고 있다. 충북대 개신문화회관, 청주대 새천년종합정보관·음악관콘서트홀, 서원대 미래창조관·야외음악당 등 전시, 공연이 가능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시설 건립 당시만 하더라도 각 대학들은 이 같은 문화시설들이 지역민들이 문화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각 대학의 문화시설들을 재학생들의 졸업발표회, 대학주관 학술세미나의 장, 단순 임대시설 등으로 사용되는 것이 전부다. 대학이 주도적으로 지역민에게 문화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예는 극히 드물다. 한 대학 관계자는 “설계에서부터 공연이면 공연, 전시면 전시 등 명확한 사용용도를 기획하고 설계한 것이 아니라 학술 세미나 등 다목적 행사장을 목적으로 설립하다보니 공연, 전시 어느 하나도 완벽히 소화할 수 없는 어중간한 문화시설이 돼버렸다. 현재로써는 예술공연을 유치하기도 어려운 상태다”고 설명했다. 서원대 야외음악당, 청주대 음악관 등 전문시설도 학내 행사에 사용되는 정도다.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김 교수는 대학이 가지고 있는 ‘엘리트적 배타성’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국립대의 경우 국민이 낸 세금이 직접적인 대학설립에 영향을 주고 사립의 경우도 지역의 필요성에 의해 대학이 설립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대학은 지역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하는데 대학사회의 배타성이 지역민과의 사이에 보이지 않은 벽을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대학이 지역민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문화시설은 공연, 전시시설이 아닌 도서관이다. 청주시에는 지역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도서관들이 있지만 장서 규모, 전문성 등에서 대학 도서관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많은 지역민이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대부분의 대학들이 도서대출 등 지역민들에게 도서관 사용을 허용하고 있지만 실제로 활용인구는 얼마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대는 3년 전부터 일반인의 도서관 사용을 실시해왔지만 지난달 일반인 도서 대출은 130권 남짓한 것으로 집계됐다. 청주대의 경우도 총 회원수 128명, 월 도서대출 170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인 1회 대출권수가 2~3권으로 제한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대학 도서관을 이용하는 인구는 도서관별로 1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김 교수는 대학이 적극적인 책무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은 연구·교육·봉사의 책무를 지닌다. 문화예술분야의 풍부한 인적자원을 가지고 있는 대학이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봉사를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해야한다는 책무감을 가지고 인적 자산, 물리적 자산 등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먼저 대학주체의 열린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문화예술 통해 지역에 봉사” 오경호 충청대 이사장 ▲ 오경호 충청대 이사장
지난 5일 충청대가 주최한 어린이날 행사에는 지역주민 8000명이 참가해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주부백일장, 어린이미술대회, 사회복지학부생들의 수화공연, 충북도노인종합복지관 노인들의 댄스공연, 사회체육학과 학생들의 무술시범, 댄스경연대회, 장기자랑 등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행사를 마련한 충청대는 지역민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스페인 전통예술단을 초청한 무료공연을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4년제 대학에 비해 규모도 작은 충청대가 큰 규모의 문화행사들을 잇달아 주최하는 데는 오경호 이사장의 경영철학이 크게 작용했다. 충청학원 2대 이사장으로 취임하던 1997년 오 이사장은 ‘지역에 봉사하는 대학’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는 봉사의 방법으로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을 택했다.

오 이사장은 “취임과 함께 가족들이 모두 청주로 거주지를 옮겼다. 가족들과 함께 청주 인근 명소와 몇몇 예술공연을 다녀오니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문화기회가 서울에 비해 적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 지역에 환원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예술문화를 통한 지역봉사를 결심한 오 이사장은 구성원들의 만류에도 컨벤션센터를 건립했다. “첫 클래식 공연은 무료공연임에도 50명의 관객이 전부였다. 조그만 대학에서 주최하는 음악회에 볼거리가 없을 것이라는 편견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꾸준히 공연을 준비했고 지금은 흥행보증수표가 됐다. 10년째 열리는 ‘세계태권도문화축제’는 국제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오 이사장은 지난 스페인 예술단 공연에 이르기까지 ‘월드뮤직시리즈’라는 주제로 5년째 예술공연을 주최하고 있다. 한 번 공연에 수천만원의 비용이 들지만 오 이사장은 개의치 않았다. “우리의 공연문화는 러시아 변방인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벡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방은 더욱 열악하다. 공연을 자주 접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충청대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해외예술단 초청을 통해 지역민들에게 외국문화의 다양성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고 그는 말했다.

오 이사장은 또 “대학의 다양한 문화행사 개최는 단지 지역민에게 봉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역민들은 공연, 전시, 문화행사 참여를 통해 충청대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져가고, 이는 5년, 10년 후 신입생모집에서 만족할만한 결과로 되돌아 올 것이다. 최고의 마케팅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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