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지지 포럼 잇따라 발족, 서로가 실세 주장
신경식 전 의원, 김병일 서울시 본부장 배후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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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환규 도당 부위원장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청주시장 경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박재수 전 충북도의원의 아들인 박한석 JC회장도 지난해 지방의회 진출을 저울질 하다가 포기한 바 있다. 두 사람 모두 정치적 지향이 분명하다.
먼저 출범한 선진미래의 일부 관계자들은 후발주자인 청풍비전21(이하 청풍비전)에 대해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있다. 선진미래 관계자 B씨는 “청풍비전에 참여하는 일부 인사는 앞서 우리 모임에도 참여의사를 밝혔던 사람들이다.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얻지 못하니까 따로 나가서 모임을 만든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선진미래 발족의 산파 역할을 맡은 사람은 신경식 전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신안균씨다. 신씨는 선진미래 창립에 따른 실무를 담담했으며, 출범과 함께 사무총장을 맡아 안살림을 책임지고 있다.
신경식 전 의원과 올드보이 전성시대
신 사무총장의 역할에 대해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의 풍부한 선거 경험, 특히 대통령 선거캠프에 참여했던 경험이다. 신 사무총장의 정치적 주군인 신경식 전 의원은 알려진대로 한나라당 후보로 두 차례나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이회창 전 총재의 최측근이다.
신 전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것을 비롯해 2002년 대선 당시에는 대선기획단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선거에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 신 전 의원의 오른팔이던 신 사무총장은 이회창 캠프에서 실무를 담당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우 경제인으로 이름을 날리다 전국구 의원으로 14대 국회에 입성했으며, 선거를 통해 본격적으로 정치인 대열에 뛰어든 것은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구에서 노무현, 이종찬 등을 꺾고 당선되면서부터다.
정가소식에 정통한 한 지역인사는 “이 전 시장이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캠프 운용사례를 이번 대통령 선거에 접목해보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신 사무총장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포럼 구성을 주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신 사무총장은 물론이고 대선 패배로 상처를 받은 신경식 전 의원이 대리전을 통해서라도 설욕에 나서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한나라당 중앙에서는 당내 경선을 앞두고 이회창 전 총재는 말할 것도 없고 박관용, 김수한 전 국회의장, 최병렬, 서청원 전 대표 등 이른바 ‘올드보이’들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고문을 맡고 있는 신경식 전 의원도 그 중에 한 사람이다.
신 전 의원은 최근 경선룰과 관련해 곤경에 빠졌던 강재섭 대표를 옹호하는 발언으로 주목을 받는 등 대표적인 이명박 지지 인사로 거론되고 있다.
청풍비전21 창립 발기인대회는 5월10일 청주시 용암동 선프라자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청풍비전은 이날 신방웅 전 충북대총장을 상임대표로, 서규용 전농림부차관과 박연석 전 청주시의회 의장을 각각 공동대표로 추대했다.
또 안성호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상임위원장을 맡고, 민병회 충북치과의사협회장이 사무총장에 선임됐다. 오송역 유치활동에서 노익장을 과시했고 최근 청주국제공항활성화 추진위원회에도 참여한 이상록 충북발전 범도민연대 위원장은 고문을 맡았다.
청풍비전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 가운데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인물들은 대부분 대학교수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교수들만해도 20~30명, 참여의사를 밝힌 인물은 무려 50명에 이른다.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성호 교수는 이에 대해 “충북의 지역개발을 위해 정책적 제안을 하려는 것일뿐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래서 교수들의 신상이 공개되는 것에 대해서도 지극히 부정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 얼굴이 알려진 일부 교수들은 자연스럽게 참여 여부가 알려지기 마련이다. 2006년 충북대 총장 선거에 출마했던 이학수 특용식물학과 교수 등이 그런 경우다. 이 교수는 대표감으로도 거론됐으나 본인들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고 47회가 몰려든 사연
청풍비전의 발족과 관련해 그 배후인물로 거론되는 사람은 충북 청원군 북이면이 고향인 김병일 서울시 경쟁력강화기획본부장이다. 물론 공무원 신분의 김 본부장은 이같은 배후설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본부장의 이름이 거론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이명박 전 시장과의 각별한 인연을 지니고 있는데다, 청풍비전 구성원 가운데 청주고 47회 동창들의 참여가 두드러지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이 전 시장이 현직에 있을 때 전국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존재하던 ‘대변인’ 역할을 맡았다. 일반적으로 시·도의 홍보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은 공보담당관실이나 이름만 다른 홍보담당관실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별도로 ‘서울시장 대변인실’을 둬 정치적 지향이 뚜렷했던 이 전 시장의 ‘입’ 역할을 맡겼다.
김 본부장의 존재는 2005년 2월 “군대라도 동원해서 행정수도를 막고 싶다”는 이 전 시장의 발언을 놓고 열린우리당 대변인과 한바탕 입씨름을 벌이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2005년 10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서울의 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 전 시장이 청주를 방문할 때도 김 본부장과 당시 박장규 용산구청장 등 청주시 출신 공직자들이 앞장을 섰다.
청풍비전에 참여하는 인사 가운데 김 본부장과 청주고 동창은 민병회 상임위원장과 이대원 충북도의원, 이광재 하얀이치과원장, 이정길 주성대 국제교육센터 연구원 등이다. 그동안 정치색을 띠지 않았던 민명회 원장이 상임위원장을 맡게된 것도 친구 간의 우정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대원 충북도의회 의원은 김 본부장과 청주고 동창, 연세대 동문이라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다.
청풍비전의 한 관계자는 “김 본부장이 아무리 이 전 시장과 각별하더라도 현직 공무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직접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며 “청주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김 본부장의 손 아래 처남이 실질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재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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