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유원지조성계획 변경신청 청주시 승인보류로 버텨
한대수시장, 골프장 반대여론·시의회 재검토 요구에 고심

밀레니엄타운 골프장 건설을 둘러싼 충북도와 시민사회단체의 줄다리기가 4년째 계속되고 있다. 도는 지난 99년 청주도심과 인접한 주중동 옛 종축장 부지에 경영수익사업의 일환으로 대중골프장 건립구상을 밝혔다. 이에대해 청주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시민 녹지공간 활용을 주장하며 반대했고 종축장 활용방안에 대한 의견서도 제출했다. 하지만 도는 종합레저타운조성안으로 변경한 뒤 2000년에는 밀레니엄타운 기본계획으로 바꿔 삼성에버랜드에 계획수립을 용역의뢰했다.
도는 컨벤션센터 기능의 특급호텔 민자유치를 위한 대중골프장 건설을 줄기차게 주장했고 시민여론은 도비 500억원이 투입되는 공공유원지 사업에 골프장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반대여론이 확산되자 지방선거를 앞둔 이원종지사는 지난 2001년 12월 골프장 건설 유보결정을 발표했다. 하지만 선거와 바이오엑스포 행사가 끝나자 밀레니엄타운 조성계획 변경안을 마련, 골프장 건설을 재추진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청주시에 유원지조성계획 변경승인 신청을 내 대중골프장 건설을 확정지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시는 주민공청회의 유효성 여부, 향후 세부 추진일정 등에 대한 회신을 요구하며 승인을 보류하고 있는 상태다. 유원지 세부시설 변경결정은 시장의 전결사항이기 때문에 시의회도 간섭할 수 없는 부분이다. 따라서 3개월이상 승인을 보류하고 있는 것은 한대수 시장의 반대의사가 표출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시민사회단체와 지역여론이 분분한 사안에 대해 자칫 공동책임론에 휘말릴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시의원들은 한시장이 밀레니엄타운 골프장 건립을 막아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청주시 도시계획재정비 변경안을 심의한 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는 밀레니엄골프장 골프장 건설계획에 대해 ‘전면 재검토’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시건설위원회 A의원은 “대부분의 시의원과 시공무원들은 도심과 인접한 녹지공간에 골프장을 건립한다는 발상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대수 시장도 이러한 안팎의 여론을 잘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도청소재지에 컨벤션 특급호텔이 필요하지만 500억원의 자치단체 예산을 투입해 가면서 골프장을 만들어야만 가능하다는 논리는 취약하다고 본다. 이미 율량동 특급호텔이 착공됐고 인근의 오창과학산업단지에도 호텔부지가 있지 않은가? 지난 4년동안 시민여론을 납득시키지 못한 사업을 부득불 강행하려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30여개 지역시민사회단체와 현지 주민들로 구성된 ‘옛 종축장지키기 도민대책위원회’(공동대표 김범추·조철주/이하 도민대책위)는 지난 2일 도의회 의장실에서 의장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도민대책위는 ‘일부 도의원들이 직분을 망각하고 도의회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도민여론에 따라 도의회가 주도적으로 나서 밀레니엄타운사업의 문제점을 해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대해 도의회 의장단은 “전기 도의회에서 의결한 사안을 번복하기는 어렵다. 공항과 국제컨벤션센터를 연계하는 관광시설로 골프장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 이날 의장단과 도민대책위는 빠른 시일내에 관광건설위원회 전체 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기로 합의했다.
도민대책위는 충북도가 골프장 건설계획을 유보했다가 다시 포함시키는가 하면 사업시점을 2006년에서 다시 2008년으로 변경제안하는등 혼선을 빚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충북환경련 염우사무처장은 “밀레니엄타운 조성계획안에 대중골프장을 포함시킬 수만 있다면 대책위의 조건을 다 들어줄 것처럼 하고 있다. 행여가 이원종지사가 이미 기본계획 설계용역비가 투입된 사업인데다 시민단체에 끌려다닌다는 항간의 소문을 의식해 과도하게 골프장 계획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심지어 2006년이면 임기가 끝나는 해니까, 아예 2008년까지 미룰 수도 있다는 제안을 하는데, 과연 골프장 사업에 본래 취지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더 이상 도민여론을 외면하지 말고 첫단추가 잘못 꿰인 부분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용기있는 공직자의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밀레니엄타운사업 실무부서인 바이오산업단지추진단측은 “지난해 골프장 건설 유보발표를 한 것은 바이오엑스포 행사가 시급한데 시민단체의 반대 때문에 계획추진에 제동이 골프장 부분을 빼고 시에 유원지조성계획을 냈던 것이다. 특히 대중골프장과 관련해 도민들에게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다. 부지매입비로 도비 500억원을 잡았지만 매입작업이 끝나면 민자사업자를 공모해 해당 부지를 그대로 매각하는 것이다. 민간사업자가 골프장 부지매입부터 인허가를 거치는데 겪는 어려움을 덜어주어 민자유치를 적극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도비 500억원은 다시 회수되는 것이지 결코 골프장 건설에 묻히는 돈이 아니다. 또 사업계획상 골프장은 오는 2006년도에 조성하는 것을 예정돼 있다. 오창·오송의 배후 산업단지가 활성화된 시점에 착수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원종 - 한대수 현안사업 맞겨루기 악연
99년 청주 특급호텔 부지 용도변경 허가여부로 대립

지난 99년 12월 충북도 한대수 부지사가 돌연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이듬해 총선을 앞두고 선거준비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일부에서는 이원종지사와의 불화설도 제기했다. 불화의 진원지는 당시 지역 이슈였던 청주시 율량동 중원특급호텔 건립에 따른 토지 용도변경건이었다. 충북도도시계획심의위원회 당연직 위원장이었던 한부지사는 시민사회단체의 특혜의혹 제기에 따라 부정적인 판단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역 컨벤션센터 건립 당위성을 주장해온 이지사가 강하게 밀어부쳤던 것. 그러나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한 도도시계획심의위는 2차례에 걸쳐 보류결정을 내렸다. 결국 호텔건립을 못박는 조건으로 용도변경이 심의의결됐지만 이지사와 견해 차이로 한부지사의 심적갈등이 컸다는 것. 실제로 퇴임후 한부지사는 율량동 특급호텔 용도변경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사석에서 드러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밀레니엄타운사업건은 정반대의 상황이다. 충북도의 유원지세부시설 변경승인 신청에 대한 한대수 시장의 판단여부에 따라 사업내용이 대폭 뒤바뀔 수 있다. 우선적으로 시민여론의 도마위에 오른 대중골프장의 삭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시의회 상임위도 ‘전면 재검토’ 의견을 냈고 한시장은 최종 결정에 앞서 다시한번 시의회의 공식의견을 듣기로 약속한 상태다. 4년전 부단체장의 한계(?) 때문에 뜻을 꺾어야했던 한시장이 과연 시민사회단체와 시의회의 요구에 어떻게 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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