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101호 이진희 씨

용암동 시립정보도서관 바로 옆 부지에 개관한 미술창작스튜디오는 지금 14명의 입주작가들이 꿈을 그리고, 조각하고, 설치하고 있다. 충청리뷰는 작가의 방을 매주 호수별로 차례차례 찾아가고자 한다. / 편집자 첫 번째 방의 주인공은 이진희(25)씨다. 공교롭게도 최연소 입주작가인데다가, 올해 청주대 회화과를 졸업한 40여명 가운데 유일하게 화가의 길을 선택한지라 그녀는 꽤 유명했다. 이씨는 “집이 근처인데사실 집에서 ‘온갖 구박’을 받으며 작업했어요. 미술창작스튜디오는 제겐 꿈의 공간이죠”라고 말했다. 그런만큼 그녀는 알차게 작업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졸업후 작가의 길을 걷는다고 하니까 친구들이 우리집이 부자인줄 알아요. 사실 전 집이 그리 넉넉하지 못해서 대학교때부터 아르바이트하면서 용돈 벌었어요. 졸업후에도 여전히 물감을 사기위해 틈틈이 일을 해야만 해요.” 그래서 그녀의 스케줄은 오전에 작업을 하고, 오후엔 아르바이트, 그리고 일이 끝난 저녁부터 새벽까지는 꼬박 작업에 매달린다. “저한테 주어진 시간 1년동안은 정말 후회없이 작업하고 싶어요. 요즘엔 잠잘 시간도 아까워요.” 참고로 입주작가 기간은 장기 일년, 단기는 6개월이다. 작업실에는 그동안의 작품들이 전시돼 소소한 전시회가 연출됐다. 그런데 뜻밖에 이씨는 자신을 ‘숨겨져 있는 작갗라고 소개했다. 첫 번째 개인전을 아직 치르지 못했고, 또한 단체전이나 공모전에도 일부러 작품을 선보이지도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작품에 제 자신이 먼저 당당해질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다음 전시회를 통해 보여줘야죠. 어쩌면 은둔해 있는 것이 제 특기이자 전략일지도 모르죠.(웃음)”
그녀의 작품은 유화물감을 사용해 캔버스위에 중첩된 이미지를 만들어간다. 대상은 주로 식물, 나무 등 자연의 일부분을 담기 원한다. 기름 덩어리인 유화물감을 사용해 캔버스에 수채화같은 느낌을 표현해내는 것이 특징. 유화물감을 다루는 데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다.

또 최근 작업은 멀리서 볼때는 형태가 있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형태가 사라지는 ‘실험’도 펼친다. 하지만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톡톡 튀는 실험과 오브제들은 생략돼 있다. “그런 질문 많이 받아요. 젊은 작가들 그림 같지 않다고요. 실험을 하는 것은 자기 작업을 찾기 위해서죠. 전 일차적인 실험은 이미 끝냈어요. 제 성향을 무시하면서 유행하는 그림을 쫓을 수는 없어요.”

올해는 그녀가 미루고 미뤘던 첫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단체전에서는 몇 번 작업을 선보였지만, 자신의 이름 석자를 드러내는 첫 번째 개인전은 사실 부담도, 욕심도 많이 생긴다.

그년는 ‘오래 남는 작갗가 되기 위해 공부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내년에는 대학원에 진학해 ‘여성학’공부를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고, 또 나중에 나이가 들면 아프리카로 가 ‘야생동물보호갗로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자연을 닮은 녹색이 고맙고, 동식물을 사랑해야한다고 부르짖는 그녀. 25살의 청춘은 평생 화가로 살기위해 지금 숨을 고르고 있다. 그녀의 말처럼 좀 더 현명해지고, 좀 더 당당해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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