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대회명 같은 날짜 음성·충주 마라톤대회 신경전

음성군과 충주시가 같은 대회명의 마라톤대회를 같은날 동시에 추진해갈등을 빚었다. 이는 반기문 지역 브랜드화 사업에 일환으로 양 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추진해 일어났다. 하지만 독단으로 주최하려 했던 충주인포에서 전면 재검토 결정을 내려 반기문 마라톤대회 중복사태는 일단락됐다.

음성군은 지난달 중순경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출생지인 음성에서 ‘반기문 마라톤대회(가칭)’를 개최한다고 밝혀 세간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오는 10월14일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당선 확정 1주년이다.

음성군은 당선 확정 1주년을 기념하는 마라톤대회를 개최하여 당선의 기쁨을 온 국민이 함께 나누는 전국 규모의 대회로 해마다 이어나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음성’의 국제적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는 홍보 전략을 세워놓았다.

타 지역에 비해 마땅히 내세울 관광자원이 없어 지역경제활성화에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던 차에 세계의 지도자라는 걸출한 인물을 배출한 음성군은 반기문 지역브랜드화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일단 음성군은 반 총장의 당선 이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는 반 총장 생가를 복원하고, 이 곳을 경유하는 마라톤 코스를 개발해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러나 언감생심 충주에서도 ‘반기문 마라톤대회’를 개최한다는 글이 음성군 홈페이지 게시판과 마라톤 온라인에 게시되었다. 더욱이 음성군의 개최일자인 10월14일과 같은 날 개최하겠다는 것. 이로 인해 양 자치단체간 불신의 앙금이 쌓이기도 했으나 곧 오해가 풀렸다.

충주시도 충주에서 반기문 마라톤대회를 개최한다는 얘기를 처음 접한다며 당황스러워 했다. 며칠이 지난 12일 충주인포의 김모씨가 충주시 문화체육과 체육진흥담당을 방문해 충주 반기문마라톤대회의 발언지를 찾게 되었다.

충주시를 찾은 충주인포 김씨는“충주 출신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취임 1주년을 기념하고, 충주기업도시의 성공적 건설을 기원하기 위해 ‘제1회 반기문 충주기업도시 마라톤대회’를 계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씨는“이 마라톤대회는 작년 10월부터 기획돤 것”임을 강조하며, 음성이 반기문마라톤대회를 개최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작년 10월29일 반기문 사무총장 당선 확정 축하연 때 충주지역의 축제 분위기를 이어 나가자는 의미에서 대회를 기획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김씨는“충주에 3개 마라톤대회가 있는데 충주호가 내려다 보이는 코스가 없다”며 “충주호의 정상쪽으로 코스를 잡아서 대회를 개최 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기문 마라톤대회를 기획하게 된 동기에 대해 김씨는 “충주고 동문회 홈페이지에 반기문과 관련된 마라톤대회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게시되어 이번 대회를 준비하게 됐다”고 전했다.

음성군에서 추진 중인 마라톤대회와 같은 날짜인 10월14일로 잡은 이유에 대해서 김씨는“10월29일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 2주 전인 반기문 마라톤대회에서 마라토너들의 지구력 훈련을 하고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잡았다”고 말했다.

충주시 관계자는 인접한 음성군의 마라톤대회와 같은 대회명, 같은 날짜라도 강행하겠다고 나서는 충주인포 김씨에게 “먼저 기획한 것보다 먼저 발표한 것이 우선”이라며 “행정기관끼리 이런 일로 얼굴을 붉힐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충주시 관계자는“같은 대회명에 같은 날짜에 개최하게 되면 둘 다 망한다”며 “반기문 지역브랜드화하는 것도 좋지만 경쟁적으로 치닫는 대회개최는 오히려 우리 고장을 빛낸 반 총장에게 누를 끼치는 경우가 생긴다”고 걱정했다.

충주인포 김씨는 다음날인 13일 음성군 문화공보과를 찾았다. 구자평 체육청소년 담당에게 김씨는“반기문 마라톤 자체는 양보할 수 없으나, 날짜는 양보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하고, “음성이 반기문 마라톤대회를 하니까 충주인포에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뜻을 밝히고 왔다고 설명했다

10월14일 반기문이라는 이름 석자를 넣어 마라톤대회를 개최하겠다던 김씨가 갑자기 마음을 돌렸다. 반기문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려면 반 총장의 허락을 받고 써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씨는 “이번 대회를 전면 재검토하여 그냥 ‘충주기업도시마라톤대회’로 갈 작정”이라고 말하고 “백지에서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에 음성군도 한숨 돌렸다. 그렇지만 음성군도 반기문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위해 다각도로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외교통상부와 광주 반씨 종친회에 자문을 구했다. 일단, 종친회에서는 반기문 마라톤대회 개최를 반기고 있다. 반 총장의 의견은 타진하는 절차가 남았지만 종친회에서 나서서 도와주겠다고 하여 음성 반기문 마라톤대회 개최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남기중기자


음성은 출생지·충주는 학창시절
종목은 많은데 마라톤만 놓고 경쟁

음성과 충주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한 곳이다. 음성은 출생지이고 충주는 학창시절을 보낸 곳이다. 양 자치단체에서 반기문 지역브랜드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서로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반 총장은 음성군 원남면 상당1리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를 충주에서 나왔다. 음성군은 출생지고 충주시는 학창시절을 보낸 곳임을 내세워 지역브랜드사업에 뛰어들었다.
음성군은 현재 행랑채 일부만 남아 있는 반 사무총장의 생가를 복원하고 주변 조경공사와 관광객들을 위한 진입로 확장, 마을 안내판 설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반 총장이 초중고교 시절을 보낸 충주시도 금릉동 탄금대 주변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11만5457m² 규모로 반 사무총장을 기념하는 반기문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처럼 경쟁적으로 브랜드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 보니 양 자치단체 관계자들은 서로에게 뒤질세라 신문이나 방송에 반기문의 ‘반’자만 나와도 예민해 진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번 반기문 마라톤대회 해프닝에 대해 혹자는 반기문이라는 이름을 굳이 쓰자면 마라톤대회뿐 아니라 다른 종목도 많은데 마라톤만 고집한다고 지적했다. 충주시 관계자는 “충주는 배드민턴과 조정, 택견의 고장”이고, “이런 전국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고작 몇 시간 있다가는 마라톤대회보다 지역경제에 훨씬 도움을 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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