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청주인권순회 상담 ‘현장의 소리’

장애인차별금지법 ‘최소한의 권리구제일 뿐’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홍수기 사무국장 밝혀
장애인의 기본적인 권리구제를 위해 지난 2003년부터 올해까지 4년여 동안 장애인 인권연대 활동을 하고 있는 홍수기 사무국장(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32). 홍 국장으로부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의 과정과 그 의미를 들어 봤다.

홍 국장은 장애인차별법에 대해 “장애인 차별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법안이 마련된 것이다. 그동안 실효성 있는 법안이 마련되지 않아 민·형사법으로 이 문제를 다룰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 신체·정신적 이유로 장애인을 차별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홍 국장은 “그동안 차별을 받는 사람(장애인)이 입증책임이 있었으나 차별한 사람(피소인)이 입증할 책임이 있어 입증책임의 전환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홍 국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최소한의 권리구제를 위한 법안이다. 민노당의 노회찬 의원이 대표로 입법발의 했으나 여·야 전국의 장애인권연대가 동참해 일궈낸 결과물이다”며 “5년여의 기간 동안 3년은 전국 장애인 차별 사례를 모았고 지난해 3월 26일 비로소 장애인차별금지법 추진연대가 결성됐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민·형사법으로 사법경찰관이 수사를 함에 있어 아무도 장애인을 이해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차별을 제한할 수도 처벌할 수도 없었으나 앞으론 국가인권위에 통보하면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가 이뤄진다. 법무부 장관이 시정 공고이후 지켜지지 않으면 처벌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 국장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며 “실효성 있는 법이 마련된 것에 만족하고 있다. 차별 사례는 너무도 광범위한 반면에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돼 있다. 국가인권위 보다는 대통령·국무총리 산하 직속기구에서 이 문제를 다뤄 주길 원했다.

우리 주변의 단적인 차별 사례는 기업체 채용 공고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보통 신체 건강한 몇 세 이상의 남녀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차별이란 인식을 못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런 사업장주가 처벌 받기 위해서는 피해자(장애인)가 고소장을 접수해야 하고 법정싸움이 이뤄지기까지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이것을 현실적으로 감당할 만한 재정자립도를 장애인들이 갖지 못했다. 따라서 재정자립도를 갖출 수 있는 현실은 역시 직업교육을 명시한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이다”고 강조했다.


장애아동 부모로 산다는 것!
충북장애인부모회 민용순 회장

정신지체 장애 학생(고2·18)을 둔 충북장애인부모회 민용순 회장(45·여). 그녀는 장애아동의 부모로 산다는 것은 “자신의 일상을 포기하고 아이에게 매달려야 하는 것이다”며 “정부가 짐을 나눠지기보다 부모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 회장도 내수 신협에서 16년을 근무하다 아이 교육과 ‘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해 생업을 포기한 상태다.민 회장은 “충북의 경우 장애유형별로 고루 특수학교를 보유하고 있는 전국에서 몇 안 되는 선택받은 곳이지만 초·중·고 12년과 직업재활교육 2년 모두 14년 동안 부모와 떨어져서 살아야 한다”며 “엄마의 사랑이 필요한 나이에 생이별을 해야 하는 아이들과 멀리서 뒷바라지를 위해 수시로 찾아야 하는 부모의 어려움은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민 회장은 “교육지원법 제정을 통해 장애인의 평생교육지원이 보장되고 취업까지 이뤄져 하루 빨리 자립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며 “노인들도 집 앞 동사무소만 가면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장애아동들은 20년을 공부하고도 취업교육이 안 되어 20년 공부가 공염불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 회장은 “교육지원법 제정은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장애아동들이 취업교육을 통해 자립기반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구다” 며 “적어도 청주의 동서남북에 4개소 정도는 장애인평생교육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안은 민노당 최순영 의원이 대표 입법 발의했다. 정부와 여·야는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지만 전국 장애인권연대 등은 4월 법안 통과를 목표로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 경철수기자 ▲ 12일 청주 산남종합사회복지관에서 국가인권위 최희자 전문 상담원이 청주에 사는 한 장애인의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해 상담하고 있다.
12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청주 산남종합사회복지관을 다녀갔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과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동네를 찾아 현장의 소리를 생생하게 듣기 위함이라 한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2003년부터 인권취약지역을 찾아 전국 인권순회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2005년에는 한센인 집단거주지인 소록도와 경북 칠곡에서 순회상담을 실시했다. 지난해는 순회상담 버스를 도입, 외국인 노동자, 노인 및 정신보건시설, 전남 장성과 경남 마산을 방문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 18일 경기도 안산시 원곡본동사무소에서 외국인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를 상대로 첫 번째 인권상담을 실시했다. 이날 인권상담은 지난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이후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실태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체불과 부당해고, 퇴직금 문제, 고용보장과 출입국관리 문제 등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반면 청주에서 이뤄진 두 번째 인권상담은 장애인의 날을 맞아 기초생활 수급자(1200명)와 장애인(500명)이 가장 많이 사는 청주 수곡2동에서 실시됐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이후 국가인권위의 역할에 대한 의견 수렴과 장애인교육권을 중심으로 한 차별의 문제를 현장에서 발굴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한다. 따라서 첫날 오후 2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무려 7시간 동안 인권, 차별, 법률, 심리 등 4개 분야 상담이 이뤄졌다.

또 같은 날 4.20 장애인 차별철폐 충북공동투쟁단은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저상버스 및 특별교통수단 도입 등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충북도와 시·군 자치단체 등에 대한 사회적 차별 사례 15건에 대한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에 접수했다.

이날 접수된 진정서에는 장애인과 노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2013년까지 도내 전체 버스의 50%를 저상버스로 도입하기로 하고 이행하지 않은 충북도와 특별교통수단 도입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시·군 자치단체, 그리고 자필서명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인터넷 뱅킹을 허용하지 않은 농협중앙회 청주본점과 국민은행 북문로 지점 등에 대한 사례가 담겨져 있다.

이어 둘째 날은 국가인권위 차별시정본부 장애차별팀장 및 조사관이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사)충북장애인부모회 등 장애인단체 간부들과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최희자 인권위 전문상담원은 “청주에서의 상담은 직업적 차별대우, 정보의 접근성, 이동권의 제약 등 생활의 불편함에 대한 민원이 많았다”며 “특히 관공서 민원 발급 시 음성안내의 부실과 관련 공무원의 불친절, 관련 기기 개발의 대기업 참여와 국산화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높았다”고 말했다.

또 최 상담원은 “장애인의 차별은 묵시적인 동정에서부터 시작 된다”며 “장애인 학교 교사의 차별 사례 접수는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상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신진호 인권상담센터 소장은 “개별 진정사건은 본부 차원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수렴된 의견은 사실 확인을 거쳐 시정 권고, 개선 조치토록 하고 있다”며 “이번 간담회에서는 교육에 있어서의 장애인 차별 사례를 수집하고 개선방안과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장애인 교육차별 시정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 경철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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