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위탁 모범사례…기차역도 개명
체험, 놀이, 배움이 함께하는 문학관 만들어야

이젠 ‘문학관’이 아니라 ‘문학촌’인 시대가 왔다. 그 효시가 바로 김유정 문학촌이다. 문학관을 유적지 개념으로 바라본 것이다. 김유정 문학촌은 촌장, 학예사, 간사, 관리인으로 인적구성을 갖췄다. 전상국 강원대 국문과 교수가 문학촌장이다.

2002년 8월 김유정 문학촌(http://www.kimyoujeong.org 033)261-4650 ) 이 개관하면서 지역의 문학전공자들이 위탁운영을 맡았다.

▲ 김유정 문학촌 전경. 연간 7~8만명의 관람객이 이곳을 다녀온 후 ‘김유정 팬’이 된다. 춘천시가 지난 99년부터 사업비 25억7천만원을 들여 김유정 생가 복원은 물론 전시관과 동상, 휴게정, 연못 등의 부대시설을 갖춘 김유정 문학촌을 건립했다. 김유정 문학촌 건립을 위해 오래전부터 김유정 사업회가 구성됐고, 지역신문사, 문인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김유정 문학촌 권금순 간사는 “이곳은 소설 12편과 수필 1편이 창작된 동네다. 마을 전체가 문학촌이다”고 자랑했다.김유정 문학촌의 연간 관람객은 7만~8만명. 이곳은 문학관 운영의 모범모델이 되고 있다. 권 간사는 “이곳 운영에 대해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김유정 문학촌은 춘천시에서 일정 행사보조금을 받지만 문학행사비는 대부분 재단이나 중앙문예진흥기금 사업을 신청해 진행한다. 김유정 문학촌의 지난 2006년 문학행사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김유정 문학제(4월), 초여름밤 문학과 음악이 만나는 음악회(6월), 김유정 문학캠프(7월), 김유정 소설과 만나는 삶의 체험, 30년대 실레마을로(10월), 2006년 북한강 지역 학생들을 위한 향토작가 알리기(11월) 등 그야말로 연중 행사가 펼쳐졌다. 2002년에 김유정 문학캠프와 향토작가 알리기 문학강연 행사 등 단 2개의 행사에서 양적 질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 신남역에서 2004년 김유정역으로 바뀌었다.
마을 전체가 문학촌인 이곳에서는 지난 2004년 문학사의 사건이 벌어졌다. 전상국 촌장이 ‘신남역’을 ‘김유정역’으로 역이름을 바꾼 것이다. 사실 전 촌장이 ‘마을에 살다시피하면서’ 바꾸어놓는 것은 철도역 이름뿐만이 아니었다.

봄봄, 동백꽃의 배경이 되는 주막과 길, 주인공들의 집들도 찾아주었다. 도종환 시인은 “이곳은 일년내내 축제와 행사가 끊이지 않는다. 지역문인들이 봉사자로 나섰고, 시가 전문가들에게 위탁운영해 성공모델을 보여줬다. 문학자산을 잘 활용한 예”라고 강조했다.

지금 김유정 문학촌은 제 5회 김유정 문학제(4월 27일부터 29일까지)준비로 바쁘다. 올해 주제는 ‘봄봄, 동백꽃의 점순이를 찾습니다’. 김유정문학제에서는 김유정 재조명 학술세미나, 김유정 소설 입체낭송대회, 백일장, 마임으로 되살아난 김유정 행사와 문학기행 열차, 문학현장답사가 열린다. 또한 ‘토종닭과 함께 작품속으로’ 이벤트를 벌인다. 동백꽃에 등장하는 닭싸움, 닭 멀리 날리기, 닭 잡기 등이 문학촌 앞 논에서 펼쳐진다. 참가자들이 닭은 잡으면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고.

무엇보다도 올해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점순이 찾기다. 권 간사는 “전국미혼여성이 참가대상이다. 작품 속 캐릭터에 잘 맞는 인물을 찾아 현장에서 시상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권 간사는 “지난해 문학행사 프로그램으로 총 9000만원이 지출됐다. 문예진흥기금 4700만원, 지방비 1900만원, 나머지는 기타 후원금을 받았다. 행사에 총 7300명이 참가했으며 그중 문학인은 340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2007년 프로그램비를 제외한 운영예산은 8600만원이다. 이는 인건비, 수용비, 제세공과금, 시설비가 포함된 금액이다. 실제 인건비는 4800만원이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김유정 문학촌의 경우 약 2억원의 예산범위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전상국 촌장은 “지자체에서 설립만 하고 운영은 전문예술인들에게 맡겨야 한다. 지역출신의 연구자들이 이곳에서 자원으로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문학관의 역할은 작품을 읽는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고, 안읽은 사람은 문학관을 통해 작품을 다시 보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테마와 체험중심으로 이끌어 가야한다는 것. 21세기 문학관의 역할은 체험과 놀이 그리고 공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전 촌장은 강조했다.


“나는 김유정에 미친사람”
2004년 김유정역 만들기 산파 역할
인터뷰/ 전상국 촌장

   
▲ 전상국 김유정 문학촌장
“김유정은 참 매력적인 대상이었다. 김유정으로 대학원때 논문을 썼고, 오랫동안 김유정 문학관 추진위원회를 이끌어왔다. 나는 김유정에게 미친사람이다.”

전상국 촌장의 김유정 사랑은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그 가운데 신남역을 김유정역으로 바꾼 사건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신남역은 38년 일제 강점기때 이름이었다. 실제 이 지역은 신동리다. 80년대 초부터 이름을 바꾸자고 주장했는데, 철도청에서 완강하게 반대하더라.

지역주민들도 처음에는 반대가 심했다. 지자체장에게 고유한 영명을 가져야 한다고 설득했고, 마을 사람들도 점차 뜻을 같이했다. 여하튼 철도역사 100년중에 인물의 이름이 들어간 것이 처음이라서 그런지 모두 놀라워했다.”

그는 이밖에도 작품이 배경이 된 장소와 시대를 복원해 내는 작업을 펼쳤다. “김유정의 작품은 30년대에 맞춰져 있고, 따라서 그 시대 농촌풍경을 재현하고 더나아가 체험해 볼 수 있도록 꾸몄다.”
전 촌장은 “문학관은 작품 보관 및 전시가 고유기능이지만, 더아나가 지역문화예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역동적인 아이템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아이템을 내기 위해서는 민간위탁운영을 해야한다는 것.

작은 시골마을은 이제 김유정 마을이 됐고,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다녀간다. 재미난 것은 일반관광객이 문학인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전 촌장은 현재 강원대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소설가로도 유명하다. 1977년 <사형>으로 현대문학상, <아베의 가족>으로 한국문학 작가상, 1980년 <우리들의 날개>로 동인문학상(1980), <투석>으로 윤동주문학상, <싸이코 시대>로 김유정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1980) 수상했다. 그는 “85년 춘천에 부임했는데 그때부터 생가복원및 기념관 추진에 관심을 가졌다. 개인적으로는 김유정의 자료를 모아 ‘유정의 사랑’을 펴낸 것이 뜻깊다”고 말했다.

지자체, 문인 콘텐츠작업 활발

유명 작가의 생애나 작품을 기리기 위한 공간이 생가, 전시관 등에 머물지 않고 지역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 붐이다.

경기 양평군은 소설가 황순원(1915~2000)씨의 대표작 <소나기>을 모티브로 이달 중 ‘소나기 마을’로 이름 붙인 황순원 문학촌을 착공한다.

장편소설 <지리산>의 작가 이병주(1921~1992)씨의 고향 경남 하동군은 2004년부터 문학예술촌을 짓고 있다. 총 사업비는 33억 원. 하동군은 연례 행사인 ‘이병주 하동 국제문학제’를 내년부터 예술촌에서 치르고 행사 규모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경북 청송군은 지역 출신 소설가 김주영씨의 대표작 <객주>를 주제로 ‘객주문학 테마타운’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청송군은 진보면에 있는 작가의 생가와 장터를 소설 속 원형대로 복원해 테마타운을 꾸밀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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