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청남대 개방 발표로 온 도민이 환호하고 있다. 지난 10일 청와대에서는 충북도 문화관광국장까지 참여한 ‘청남대 개방 관련 관계기관회의’가 열렸다. 회의 결과 대통령 휴양시설 기능폐지, 무상이양, 상수원보호 규제완화 등 도민들의 요구가 당장 수렴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들뜬 심정을 가라앉히고 합리적인 청남대 활용방안을 마련해 다시한번 관계기관회의를 가져야 할 것 같다. 일단은 20년간 굳게 닫혔던 금단의 문을 활짝 열고, 어둔 밀실에서 걸어나온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청남대 개방이 언론의 머리기사를 장식하면서 지역의 시선은 또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청주시내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공공기관 관사, 바로 우암산 자락의 도지사 공관이다. 일제 강점기에 건립된 지사관사는 2800평 부지에 3명의 상근직원이 유지관리를 맡고 있다. 하지만 재선에 성공한 이원종지사는 선거때 마다 관사폐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도백으로서 외빈접대, 외부 회의주재를 위해 관사가 필요하다는 소신이었다.
관사제도는 권위주의 시대의 중앙관료가 지방 도지사·시장·군수로 부임할 경우 안정된 거처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민선시대에 접어들면서 단체장들은 해당 지역에 자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관사 무용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유지관리비용도 예산낭비인데다 외부와 차단된 관사는 음습한 밀실문화를 조장하는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 실제로 지사관사에 얽힌 뒷얘기는 은밀한 정치적 만남, 선거 후견인 회동 등 떳떳치 못한 내용들이다. 지사관사에서 열린 공식 만찬이나 회의에 대한 자료를 충북도에 요구해도 마땅한 답이 없다. DJ정부 출범이후 청주지검장, 청주법원장 관사는 이미 매각처분됐고 아파트를 관사용도로 매입했다. 청주 사직동 고갯마루에 위치한 국정원 청주지부장 관사도 최근 원매자가 나타나 15억원대에 매각됐다. 이제 청주에서 유일하게 남은 공공기관 관사는 지사관사 뿐이다. 최근 시민사회단체의 관사폐지 성명요구와 언론취재 움직임이 포착되자 이지사는 발빠르게(?) 지난 12일 관사개방 방침을 밝혔다. 일반 주민의 출입을 허용하고 공익적 행사장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충북도 실무부서에서는 관사기능을 폐지할 경우 새로운 관사를 구입해야하는 예산상 어려움을 제기했다. 물론 아파트 관사를 매입할 경우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최근 이시종 충주시장는 8년간 거처하던 관사를 비우고 자부담으로 25평 임대아파트를 구해 짐을 옮겼다. 청주 한대수 시장, 제천 엄태영 시장을 비롯한 상당수의 단체장들이 자택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
단체장의 자택거주는 민선시대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립잡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지사는 특유의(?) 순발력을 발휘,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하루전에 관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관사 완전폐지가 아닌 개방이라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시민사회단체의 기대수준에는 영 못미치는 것이었다. 취재결과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이미 7곳이 관사를 폐지하고 시민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등충북’이란 슬로건을 내건 충북이 이런 부분에선 왜 일등을 욕심내지 않을까. 혹시, 일등관사를 가진 충북을 꿈꾸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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