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상 편집국장

   
도내 중견 주택건설업체 40대 임원 김모씨(44)의 돌연한 자살사건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도양양한 회사의 촉망받는 젊은 이사가 청주 한 모텔방에서 농약을 마시고 숨졌다. 자살자의 사회적 지위, 배경이 그렇고 자살의 장소, 방식도 웬지 낯설게만 느껴진다.

한국인의 사망원인 통계 중에 40대 남자의 자살률은 여자의 2.7배에 달한다고 한다. 사회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실업 등 경제적 상황의 악화, 이혼이나 별거시 일반적으로 여자보다 남자의 충격이 더 크다는 점, 성인 질환이 남자가 더 많다는 점 등을 자살률을 높은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김씨의 자살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같은 일반적인 사례와 다른 ‘특별한 무엇’이 있을 것이란 유추 때문이다. 특히 김씨가 현장에 남긴 5장의 유서와 그 내용이 청주지역에서 갖가지 추론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는 숨지기 직전 유서를 통해 자신의 손윗동서인 대전국세청 소속 간부에 대한 원한을 토해냈다.

자신의 이름으로 아파트를 산뒤 등기이전했고 임야, 사찰까지 명의신탁 형태로 소유하는등 공직자로써 부동산 투기와 재산은닉을 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고위 세무공직자가 사찰을 소유한 것이 사실이라면 의도와 운영과정을 면밀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과거 공직비리 사건 중에는 종교시설 기탁을 매개로 한 간접적 금품거래가 드러나기도 했기 때문이다.

동서지간에 국세청 간부와 건설업체 임원이라면 사회 통념상 ‘아삼육(二三六) 관계’로 볼 수 있다. 숨진 김씨가 부부불화로 처가와 갈등을 겪어다해도 단순한 가정사로 인해 손윗동서와 불구대천의 원수가 됐다는 것은 의문이다. 가족갈등 이외에 이해관계에 얽힌 애증이 없었는지 수사과정에서 확인해야 한다.

또다른 의혹은 숨진 김씨가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는 시점에 자살했다는 점이다. 부인과 불화로 인해 자신과 하청업체의 비리의혹이 회사측에 알려졌고 검찰의 내사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숨진 당일도 지인관계인 청주지검 직원을 만나 점심식사를 한 뒤 모텔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 공금횡령 등의 의혹을 받고 사직서까지 낸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가 임박하자 김씨의 불안감은 커졌을 것이다.

하지만 1군 주택건설업체의 관리이사를 맡고 있는 김씨가 회사측의 정식고소도 없이 검찰의 내사단계에서 목숨까지 끊은 것은 석연치않다. 이에대해 검찰은 김씨를 내사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자신에 대한 개인비리 의혹 이외에 중압감으로 작용한 무엇이 있지 않았느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청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일 논평을 통해 ‘우발적으로 발생한 단순 자살로 볼 수 없는 많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기에 수사 진행 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5년 1월 주성대학 윤석용 전 이사장의 갑작스런 자살사건이 지역에 충격파를 던졌다. 이후 학교재단은 매각됐고 교육부 감사를 통해 각종 회계비리와 윤 전 이사장의 교비횡령 사실이 밝혀졌다.

지역의 ‘마당발’이었던 윤 전 이사장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대학을 단기간에 성장시킨 ‘능력맨’으로 통했었다. 하지만 그의 죽음과 함께 드러난 대학의 실상은 비리의 온상이었고 이같은 교육부의 감사결과에 대해 또다른 의문이 제기됐다. ‘이전의 감사에서 밝혀내지 못했던 비위사실이 윤 전 이사장 자살이후 백일하에 드러난 배경이 무엇일까’

물론, 윤 전 이사장과 김씨의 자살을 동일선상에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자살은 한 개인이 죽음을 통해 말하고자, 아니면 감추고자 하는 그 무엇이 있을 것이란 유추가 가능하다. 김씨는 자살직전 유서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남겼다, 하지만 감추고자 하는 그 무엇을 찾아내는 일이 수사기관의 몫으로 남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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