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조선학교를 아시나요”

‘우리학교’는 일본 홋카이도에 있는 조선초중고급학교의 일상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아냈다. 2002년부터 3년여에 걸쳐 진행된 촬영은 500여개가 넘는 테이프를 낳았고, 이는 다시 1년6개월이란 긴 편집 기간을 지나서야 비로소 완성된 형태로 관객과 만났다. 제작진의 열정이 풀풀 묻어나는 영화는 일본 말이 더 친숙했던 아이들이 우리말을 배우며 조선인임을 자각하는 모습을 정감 어린 시선으로 따라간다.

카메라를 직접 들고 홋카이도에서 3년5개월간 살을 맞대며 아이들과 함께 지낸 김명준 감독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계열의 조선학교를 널리 구체적으로 알리는데 목표를 둔다. 광복 직후 일본에 남게 된 조선인 1세들이 우리 말과 글을 지키고자 세운 ‘조선학교’는 60여년의 세월을 지나오는 동안 540여교에서 80여교로 줄어들었다. 영화는 이들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그릴 뿐 편향적 시각을 보이거나 한쪽의 입장을 깊이 파고들지 않는다. 김 감독은 “내가 본 한도 내에서만 얘기하자, 모르는 부분은 얘기하지 말자고 생각했기에 총련계의 내부적 갈등은 그리지 않았다”고 말한다.카메라는 고급부 3학년 아이들에 초점을 맞춰 12년간 이곳에서 배우며 성장한 이들의 모습을 졸업 전 1년이란 시간을 통해 보여준다. 일본 땅에서 ‘오카상, 오토상’이 아닌 ‘엄마’, ‘아빠’를 부를 때부터 처음으로 ‘다름’을 인식한 재일동포 3, 4세들은 조선학교를 통해 조선인의 의미를 체득한다.
정치적인 부분에서 한 걸음 떨어진 영화는 오히려 객석에 한 걸음 바짝 다가선다. 경쟁보다는 정이 먼저 앞서는, 서로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는 이들의 모습은 인간관계의 참뜻을 곱씹어 보게 만든다. 2006년 부산국제영화제 운파상, 2007 올해의 독립영화상 수상작품이다.

‘우리 학교’는 지역을 순회하며 공동체 상영회를 벌이고 있다. 청주에서는 최근 씨네오딧세이 주최로 지역상영회를 위한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우리지역의 우리학교 상영일정은 다음과 같다.

29일 저녁 7시 생활친화적문화예술공간 아르온(250-1895)
31일 오후 3시 충청북도 학생회관 5층 대공연장(016-463-2598)
4월 11일 저녁 7시 청주교대 실과관 합동강의실(010-6807-0852)

관람료는 청소년은 3000원, 일반 5000원이다. 청주-충북지역 우리학교 상영위원회는 상영을 원하는 공동체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문의 250-1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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